지난 2월 10일.
설 명절이 조금 지난 어느날.
혹독히도 추웠던 그 날.
울 엄니는 많은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안한 모습으로 그렇게 가셨다.
정월 보름 지나면 간장 담그기로 약속까지 해 놓으시곤 속절없이 가셨다.
아버님을 먼저 떠나보내신지 25년...
미국에서 첫 해 600가마의 콩 수확을 할 때 "애비야! (밭이)너무 작다!"고 하시며 늘 의욕적이고 미래지향이셨던 엄니...
홀로 된 맏자식 때문에 늘 맘이 편치 않으셨던 내 엄니...
자식들위해 전투적인 삶을 사셨던 울 엄니...
내가 25년이 지나면 또 그 나이가 되지만 엄니처럼 그렇게 항상 따듯하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런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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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꾸벅...
보통 정월 보름이 지나면 간장을 담급니다.
좋은 날을 잡아서 몸도 마음도 정갈하게 한 후 장을 담갔던 조상들의 음식에 대한 마음 씀씀이를 잊지않으려고 노력을 합니다만 올 해는 엄니가 아프셨던 관계로 메주를 일찍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삼우제를 지내고 마음 아파할 겨를없이 메주 만들 준비를 했습니다.
엄니가 건강이 좋아지면 한국에서도 장을 담자고 작년부터 약속을 한 터라 저는 한시라도 지체할 겨를없이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에게 가혹하고 혹독하게 일로 내몰았습니다.
한달에 20일 이상 야간작업까지 해가며 3개월 정도를하니 몸이 조금 안좋아서 이번 장만 담가놓고는 조금 쉬려고합니다.
※ 메주 사진: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kit&page=1&sn1=&divpage=7&sn=on&ss=o...
4월 13일 항아리(80리터)에 소금물 2말 2되(소금비율 물1말당 소금3되)를 넣고 유기농 광목천을 끊어다가 자루를 만들어서 메주를 1.5말씩 넣었습니다-약콩 간장 7항아리와 일반콩 간장 8항아리.
그리고 한달이 지나 장가르기를 한 후 간장 사진입니다.

보통 된장은 간장을 뜬 후에 바로 약간 찧어서 항아리에 담죠.
바로 막된장입니다만 저는 막장을 담습니다.
막장을 강원도식으로 담그면 간장을 빼지않고 담그는것이고 저는 약간 응용을해서 장메주(간장을 뺀)와 메주가루와 보리, 고춧가루, 고추씨를 섞어서 담급니다.
이렇게 할 때는 소금물을 준비해야하는데 꼭 끓여야합니다.

천일염에는 약간의 뻘흙과 모래알갱이등이 있으므로 꼭 걸러서 녹인 후 끓이시기바랍니다.

채도 아주 고운것으로 써야됩니다.
찌꺼기가 꽤 있습니다.

또한 보리를 질게 삶아야하는데 이 때는 꼭 겉보리라고하는 늘보리를 쓰시는것이 좋습니다.
찰보리나 쌀보리는 콩과 잘어울리지않습니다.
물론 삶을때 소금도 비율에 맞게 넣어서 쉬 상하지않게 해야하구요.

고춧가루와 고추씨 빻은것하고 청국장가루입니다.

소금물에 먼저 윗 사진에 나온 재료들을 잘 풀어줍니다.

이제 거칠게 빻은 메주가루를 계량하여 넣습니다.

그 다음 보리밥과 장메주를 넣고 잘 섞어줍니다.

점도도 알맞게 나왔고 색은 아직 연하지만 시간이 지나 아미노산이 많이 생성될수록 맛도 좋아지고 색도 진해집니다.

이제 항아리에 담아 윗소금을 뿌린 후 갈무리합니다.

이제 절반의 장을 담갔습니다.
앞으로 일주일동안 열심히 장을 담고나면 또 멸치젖도 담가야하고 보름전에 담근 마늘쫑장아찌도 제수씨에게 보내야 하고 다음달엔 새우젖도 담그고 또 그 다음달엔 고추도 말려야하고.....
엄니!
그런데 걱정이에요.
엄니가 안계신 후 처음으로 저 혼자 담근 감고추장이랑 유자고추장이 제 맛이 들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