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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배고픈 유학생, 무 반개로 깍두기 우물을 파 봅니다!

| 조회수 : 8,055 | 추천수 : 79
작성일 : 2009-11-02 21:45:55

살림의 고수분들이 포진하고 계신 82 쿡에서..

무 반개를 내밀다니.. 어이없으시죠~




스물일곱의 적지않은 나이에 처음으로 외국 생활 하려니 참으로 복잡 다난하네요.

이제  일본에 온 지 한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어요.

집에서 가져온 환상적인 묵은지는,고만고만한 한두살 차이지만...언니노릇 하느라

이곳에 온 한국 유학생 동생들 김치찌개 끓여먹이느라 다  먹어 없앴고ㅡ

알타리 김치역시 한달동안  살뜰히 먹어치웠네요.




깍두기를 하게 된 계기는,

집에서는 젓가락도 잘 가지 않았던 "무청" 이 먹고싶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슈퍼에서는 길쭉길쭉한 젓가락 같은 무 들이,

단정하게 커트머리를 하고 ..무청은 다 떼어놓고 나오더라구요.

무청..된장 지진것 먹고픈데...

무청이..얼마나 영양가가 많은데...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들른 구멍가게에, 무청이 달린 무가 있는거예요..!!

한개에 100엔!!

대형마트에서는 97엔도 하고, 93엔도 하는 무우지만

무청이 달려있는 것을 보고는 비싸단 생각도 안하고 덜컥 두개를 사버렸습니다.

혼자 먹는 살림에 무 두개라니..ㅠ_ㅠ

두개의 무에서 나온 무청은 딱 한줌 반.. 그나마도 반은 데쳐 얼리고, 반은 된장과 쌀뜨물을 넣어 지졌어요..ㅋ

혼자 한끼에 후딱 먹어치웠답니다.

쓴맛이 나는것은 내가 잘못 조린 탓이려니..했지만, 나중에 엄마 말씀을 들으니

물에 좀 담궈놔야 한다고 하시네요. ^-^

이미 얼려버렸지만.. 고놈 해동시킬때는 물에 좀 담가 보렵니다.

그치만..문제는 한주먹거리인 무청이 아니고,

두개나 되는 팔뚝 길이의 (물론 제 팔뚝보다 훨씬 가늘어요-_-길이만 팔길이...) 무우 였답니다.

뭘 하느냐!!

무 하면 깍두기 아니겠어요? 오호호~~




자자..

무 반개 깍두기 보여드릴께요..



뭔가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풀을 쒀야한다는 생각이 드는거예요...

그치만, 밥은 일주일에 한번. 주말에 지어서 1인분씩 모두 냉동해 두었기 때문에,

냉동밥 한개를 꺼내어 죽을 쑨다는것은 무리...

그러다 퍼뜩 떠오른 감자! ^-^

엄마가 쌀로 풀 쑤실때 감자도 넣으셨던 것도 같기도...안같기도...헷갈렸지만

뭐든 못먹겠어요. ^-^


감자를 반개 갈아, 물과 섞어 렌지에 위잉~ : 감자 풀 완성...

양파도 반개 갈고, 마늘도 댓개 갈고, 새우젓은 없으니 멸치액젓으로 고추가루 네스푼을 불리구요.

아참!! 고추가루가 좀 매워서, 액젓에 불리면서 먹다남은 사과쥬스도 넣었어요..하하하~

냄새는 정말 그럴듯 한데,

맛은 고추가루 묻은 샐러드 같더라구요. ^-^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간이 들었답니다. ㅋ

어찌되었든 무 반개 깍두기.. 1주일의 로딩이 필요하지만 어느정도 성공한듯 싶어요!

지금 저 사진의 깍두기는 일주일 전의 것이구요, 지금은 남은 양념으로 한번 더 반개의 깍두기를 담갔답니다.

처음에 양념이 많아서 반 만 넣어도 무 반개는 충분히 커버가 되더라구요..^^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어제 새로운 반개 깍두기를 담았습니다.

이제 남은 무 한개..!!

오늘 집에 들어가서 무나물에 도전하려구요.

자..

잘 되겠지요? ^-^

물가 비싼 일본에서,

사먹는게 더 싸다는 김치를...

아니..김치 아닌 깍두기를,

겁도없이 저질러놓고, 좋다고 자랑하는 처자입니다.

가끔 유학생 생존식단도 올려볼께요. ^-^

불쌍히 여기시고 (?) 너그러이 보아주세요~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너른들
    '09.11.2 10:07 PM

    남일 같지 않아서 글을 남깁니다. ^^;;;
    저도 그 나이쯤에 캐나다에 갔었거든요.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지금 아니면 언제 가랴해서 무작정 어학연수라는 이름으로 떠났었죠. 전 그닥 큰 꿈이 있었던 것이 아닌지라 그냥 6개월 쉬다 왔지만, 부모님 돈이 아니라 내가 번 돈으로 갔더니 저절로 궁상맞게 살아지더라구요.ㅋㅋ.어떤 생각으로 일본에 계신지 모르지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 2. 맘미나
    '09.11.2 10:19 PM

    저도 유학생 초기 때 깍두기 아닌 깍두기를 담은 일이 생각이 나서 답글 달아요,,
    한번도 음식을 만들어 본적이 없던 그 시절,,
    깍두기에 단맛도 나던데,,하며,,설탕을 엄청 넣어서는 깍두기 잼을 만든 기억이 있어요,,^^
    물론 다 버렸습니다,, 님은 저보다 나으십니다,,^^
    외지생활에 밥 잘 챙겨 드시고 힘내세요,,

  • 3. 푸른두이파리
    '09.11.3 2:33 AM

    무를 곱게 채썰어 무전도 해보세요..고소하면서 시원한 맛..괜찮아요
    남동생도 일본서 김치는 비싸 못 사먹고 깍두기를 많이 담아 먹는다 했어요..화이팅입니다^^

  • 4. 파란토끼
    '09.11.3 7:45 AM

    외국살이가 뭔지 생뚱맞게 먹고 싶은게 하나씩은 꼭 있어요.
    한국에 살 땐 시큰둥 했던 것들인데요^^

    저는 거둬먹이는 식솔이 하나 더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 하나 사려면 백번을 망설이는데
    혼자 유학하면서 무청이 먹고 싶어서 무샀다고 하니 왜이리 맘이 짠한지..
    아무쪼록 건강한 유학생활 마치시길 바래요.

  • 5. 윤주
    '09.11.3 10:37 AM

    투표하지 맙시다/

    투표 부결 후 시텅광장에서 시민들 축제가 있다는 거 같더군요.

  • 6. 윤주
    '09.11.3 10:40 AM

    한국에서 마른 시레기 가져가서 해드세요.

    저도 외국에 가면 연한 샐러드 채소는 많은데 시레기나 마른나물 구할수 없어서
    동수농원에서 이삼만원 정도 주문해서 들고가곤 했어요.

    마른거라 가벼워 무게 안나가서 좋아요.

  • 7. 비안네
    '09.11.3 11:31 AM

    방금 둘째하고 통화헀는데 젖갈많이넣은 곰삭은 김치가 먹고싶다던데..
    유난히 짭잘한거 좋아하는둘째.호주워킹중..
    간간히 맛난거 드시고 공부도 열심히하시길 바래요

  • 8. 델몬트
    '09.11.3 2:43 PM

    색깔이 이뻐서 맛이 좋아보여요.
    솜씨가 보통이 아닌걸요?
    외국생활하면서 음식걱정이 크지요.
    씩씩하게 잘 견디고 원하시는것 모두 이루시고 돌아오세요.

  • 9. 순덕이엄마
    '09.11.3 6:39 PM

    이상하게 고수의 깍두기 보다 더 맛있어 보이네요.
    달콤쌉싸름님 글 보며 감정 이입되서 그른가...^^

  • 10. 달콤쌉싸름
    '10.2.3 8:42 PM

    공부한다는 핑계로 뒤늦게 들어와서 따뜻한 답글을 확인해봅니다 ^^
    눈물이 찔끔나려고 해요~ >_ㅡ

    너른들님~캐나다에 다녀오셨었군요~ 직접 번 돈으로 가셨다니..더더 존경스럽네요.
    저는 적지않은데도 이어서 공부하는 중이라 부모님께 도움받고있네요.
    4월부터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니까 조금만 더 버텨보려구요!
    좋은 결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할께요! 응원 감사합니다~

    맘미나님~깍두기 잼이요~? 지금은 저것도 다먹고 없어서, 그것도 맛있을 것 같아요.
    국물까지 싹싹 퍼먹었어요… 김치가 금치인거있죠 ^^
    학생식당 밥값도 하도 비싸서, 요즘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데,
    아무리 반찬이 부실해도 제가 만들어서 싸다니는게 배도 든든하고 돈도 절약되네요.
    더 힘내서 도시락 끝까지! 밥 잘 챙겨먹고 다닐께요!!

    푸른두이파리님~ 무 전..!! 너무 맛있을 것 같아요~
    어릴적에는 배추전이며 부추전, 도대체 베이컨도 없고 오징어도 없는 채소 부침이
    뭐가 맛있냐며 코웃음쳤는데, 그 맛을 알고나니 마른 스파게티 0.5인분 분량으로
    부추를 묶어파는 곳에 와 살고있네요 ^^
    파이팅 한번 크게 외치고!! 힘 얻고 갑니다~

    파란토끼님~정말..정말정말 너무 저 쌩뚱맞았어요 ㅋㅋㅋ
    떡볶이 좋아하지도 않는데, (저는 튀김과 오뎅, 순대를 좋아해요 ㅋㅋ) 갑자기 뜬금없이
    떡볶이가 너무 먹고싶질 않나… 정말 먹지도 않던 도라지 나물이 너무 먹고싶질 않나…
    이러다가 배낭 하나 짊어지고 산으로 나물캐러 가게 생겼습니닷 ^^
    잘 챙겨먹고 건강하게! 공부 마치도록 노력할께요. 감사합니다!

    윤주님! 무청도!! 깍두기랑 같이 버무려도 되는거였군요!!
    안그래도 무청이 너무 적어서… 국까지는 엄두도 못냈구요, 다음번에 또
    무청이 달린 무를 사게되면, 깍두기에 꼭 넣어볼래요~
    마른 시래기는 해주시는거 받아먹기만 했지, 해본적이 없어서 엄두를 못냈는데,
    무게도 가볍다고 하니 한국 갈일있을 때 꼭 챙겨볼께요. 감사합니다 ^^

    비안네님~ 자제분이 워킹중이신가보네요,
    저도 친구가 호주에 워킹중인데, 호주 물가가 일본 못지않게 비싸더라구요.
    아예 또 서양권이라 이래저래 저보다 더 먹고싶은게 많을텐데, 둘째분도 좋은 경험 많이하고
    넓은세상 많이 보고 돌아오시기를 같이 바랄께요 ~ ^^

    델몬트님~ 이 허접한 깍두기를 보시고 이쁘다고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다음번에는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솟아나요!!
    저는 먹는걸 워낙에 좋아해서, 어딜가서든 잘 챙겨먹을 줄 알았는데,
    막상 혼자 살아보니 그게 정말로 쉽지 않은 일임을 매일매일 깨닫게 되더라구요.
    말씀해주신대로 씩씩하게! 밥 잘챙겨먹을께요 ^^

    순덕이엄마님!!
    이런 영광이…전 남몰래 팬인데… 순덕양이 너무 이뻐서 팬이어요~
    공부마치면 서른도 훌쩍 넘기는데 저는 어느세월에 그렇게 이쁜 딸을(아이부끄)
    만나볼 수 있을까요 ^^ 맛깔나는 사진과 재미난 얘기들 잘 보고있습니다.
    깍두기 이쁘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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