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타지 생활이 10년이 넘어 넘어 한 13년쯤 되어갑니다.
나도 좀 맛나게 먹고 살려고 82cook 어슬렁거리며 요리팁을 모으려고 했는데...
우와 맛난 집밥, 엄청난 집밥, 먹고 싶은 집밥, 도저히 집밥이라 볼 수 없는 최상급 집밥들의 퍼레이드.
구경과 구경 또 구경에 침 질질...은 시간이 가도 제 요리 실력을 향상 시켜 주지 않았습니다.
백날 천날 검색만 하다가 요리 실습은 못 하고, 자게의 늪에 빠져 허우적 허우적 대기도 했지요ㅋㅋㅋ.
10년간은 외국이어도 한식당도 있고, 한국 마트도 있고, 최소한 중국 마트라도 있는 곳에 살았었는데요,
갑자기 완전 오지 (여기서 오지의 의미는 한국의 맛 당췌 을 찾아 볼 수 없는 곳)에 살게 되었지요.
그 이름도 알듯 말듯, 들어 본 듯 안 들어 본 듯한 "싸이프러스(키프러스)".
게다가 1살짜리 딸까지 입하나 더 늘려서 말입니다.
그래도 정말 저 82덕에 이만큼이라도 하고 살아요, 감사해요.
그런 차원에서 쓰는 나의 슬픈 (되도않는) 요리 이야기입니다.
제가 애를 낳으러 한국으로 원정 출산을 갔었습니다.
서울에서 애를 낳고 10년간 못 먹었던 엄마표 미역국을 몇 들통씩 먹고 났더니,
어머, 제 식성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애 낳기 전엔 제가 바게뜨에 버터만 있어도 행복했었어요.
지금은....밥바밥밥바바바밥순이가 되었어요, (엄니 때문이양, 아니 엄니 덕에요 ㅠ..ㅠ)
영국 깡촌에서 지내다가 2012년 2월 말 "싸이프러스" 라는 나라에 똭 와서,
호텔에서 2주 생활하고 얼른 집을 구해 들어갔습니다.
모유 수유 중이었던 저는 몇 달 밀린 한식이 너무 너무 먹고 싶었어요, 먹어야 했습니다.
수퍼에 가끔씩 들어오는 배추, 딱 한개요, 왜요? 김치를 못 담그니께요 ㅋㅋㅋ
실험용이죠, 김치 실험 ㅋㅋ
파, 마늘, 생강 정도는 구할 수 있지요.
매운 고추가루를 구하기가 힘듭니다.
여긴 파프리카 가루라고 색만 빨갛고 맹탕인 가루들만 바글바글해서요.
(이 나라는 매운 음식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인도쪽 파프리카 가루는 또 맵습니다만 이 동네엔 없어요 )
자, 오늘의 최고 요리, <<배추 실험 김치>> 재료 준비입니다.
관건은 요놈!, 고추가루.
좀 괴팍하게 생겼네요,
냄새 맡아보니 재채기 작렬, 딩동댕 ~ 매워요, 매워 !!
고추반 씨반...씨도 매우니까 그냥 같이 갑니다.
아이 이뻐
나름 82에서 어디메쯤에서 줏어 들은대로
사과 양파 갈아서 고추가루 불립니다.
아직 살림도 없어서 아기 이유식 사과 가는 강판으로 헥헥
피쉬 소스도 넣었어요, 젓갈대신.
절여 절여 절여 주세요.
우리 초보자가 또 소금 비율을 잘 모르잖아요,
아니면.....
이 동네 배추는 줄기가 너무 두꺼워서 잘 안 절여져요.
절여 놨다가도 헹궈 놓으면 다시 환생하기도 하고 그래요.
배추 절이는 동안 간식.
밥 아니고 간식.
나도 모르게 막 만든 쌀국수와 청포도 한 다발
모유 수유 중이었습니다.
이 무렵 이렇게 먹고도 제 인생 최저 몸무게를 달성했었어요.
전 애 젖을 먹이기 위해 밥순이가 되어야 했어요.
(진짜 슬픈 한 마리 젖소 같네요 ㅠ..ㅠ)
왜 이러지? 배추가 아직도 쌩쌩해서 아기 이유식 반찬 하나 더 !!
<< 생선전 >>
요리라고 할 게 있나요,
제가 소시적 명절에 엄마 도와드리던 "전" 담당 맏딸인데요 허허
여기는 흰 생선을 다 손질해서 가시도 없게 포로 떠서 냉동해서 팔아요.
작게 잘라서, 곱게 파하나씩 얹어주는...(내가 애를 위해서 이런 짓도 하다니....)
(전 올해 추석 때
더워서 전이고 나발이고 하나도 안 했는데, 2년 전
이유식을 이리 열심히 했다뉘 !!!)
이건 내꺼, 자르기도 귀찮.....
눈알 하나 데코레이션
먼 배추가 이리 안 절여지나요. 이 나라 소금이 안 짠가???
그래서 애 밥도 먹였어요.
미역죽에 생선전, 아기용 콜라비 김치.
애가 날때부터 아니 이유식 먹을 때 부터 김치에 관심이 많았어요,
14개월? 15개월 이유식으로 김치를 먹은 우리 딸 ㅋㅋ
(이제는 아기 김치가 저의 최강 요리입니다. 그 이야기도 풀 날이 오겠지요?)
저 죽이 뜨거워서 소량 담은 것이고요,
저렇게 세 네번 더 먹습니다. 역시 밥순이 딸입니다.
(이렇게 밥을 먹고도 내 쭈쭈를 그렇게나 먹어대다뉘,....)
버무렸습니다. 아름다운 김치!
(양이 좀 작네, 남편 몰래 나만 먹어야지)
으음 이 맛이야!!
으응 이 맛인가...???
맛이 좀 수상하지만.. 비쥬얼로 밀고 나갑니다.
김치 담근 뻑적지근한 오후,
저녁 메뉴는 좀 고급지게.....
"소이 소스에 뭉근히 익힌 윤기 나는 검은 콩과
계란을 입히고 파를 곁들인 흰살 생선요리에 쟈스민 라이스"
입 안아프게 말하면 태국 안락미 밥에 콩장과 통생선전
설거지 많으니깨 한접시에 담습니다.
(쌀이 너무 날아가서 태국표 찹쌀을 섞어 덜 날아가게 조정)
김치를 담긴 담갔는데,
울랄라?
이사 온 지 몇일 안되어 집에 김치를 담을 큰 통이 없어요.
랩도 없었던 이 살림...미치겠네요 ㅋㅋ
그리고 모유 수유중이라서 매운 음식을 자제하는 중이었는데,
간 보느라 집어 먹은 것으로 하루 매운 음식 섭취량 초과..
이런 슬픈 한식이야기가 또 있나요,
김치를 두고도 김치를 먹을 수가 없숴어어어어어요
밥은 초록 봉다리 사이로 빠져나오는 김치 냄새를 맡으며 흑흑흑
콩장, 콩자반에는 물엿이 없어 반짝거리지도 않아요.
아...2년전 제 요리 사진을 보니 크하하하하
어머 얘 이러고 살았니? 하네요..
(사실 요리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고요, 집에 랩 정도는 구비하고 살아요 ㅋㅋ)
제 인생을 송두리째 쥐고 흔들던 한 살짜리 아이가 이제 좀 커서 컴퓨터에 사진 정리할 시간을 주네요.
그래서 저도 82에 좀 더 자주 고맙다는 표현을 해야겠어요 ^^
지중해 같이 구경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