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 는 이 모과.
그런데 생각보다는 그리 못생기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은은한 녹빛이 신비스럽기까지 하네요.
어느 누구에게 구속받지 않고 제 멋대로 자라고 생겨 그런 말이 생겼나봅니다.
작년 김장 전에 임실 막내 시동생에게서 가져온 모과입니다.
김장을 몇 번하고 이런 저런일 한답시고 손도 못대고 마당한 구석탱이에 쳐 박아놨었는데
오며가며 이 모과를 볼 때마다 정말 왕스트레스 더라구요.
콜록 콜록 기침 할때마다
아~~저 모과! 빨리 모과차를 만들어야 하는데.
모과차 언제 만드나?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이러다 겨울 다 간다~. 끙~
생각에 생각만 하다 모과에게 욕 바가지 먹겠다 싶어
드뎌 년 초에 경빈이 형빈이 제형이까지 동원시켜 일을 벌렸습니다.
수빈양은 뭐가 그리 바쁜지 콧배기도 안보여 그 자리에 없었지요.
혼자 일하는 것 보다 같이 아이들과 수다떨며 만드니 지루하지 않아 좋더군요.
쓰잘데 없는 잔소리는 덜하게 되고 모과차는 이런식으로 만드는 거로구나~하고
씨앗은 어찌 빼냐? 얼마 두께로 썰어야 하느냐 는 등
은연중에 아이들이 배우겠다 싶어 좋더라구요.
드디어 보름여 정도 지나 모과차 항아리를 개봉했습니다.
자 모과차 어떻게 만들었는지 한 번 보실래요?
항아리는 미리 팔팔 끓는 물을 넣어 소독을 한 뒤 햇빛에 말려둡니다.
추운 마당에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두어 그런지 약간 마른 듯 해도 색깔이 오묘미묘 신비롭습니다.
씻긴 씻었는데 겉 표면이 미끌미끌하니 유분이 많아나와 많이 끈적거리네요.
유분이 많이 나오는 것은 잘 익었다는 증거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면보나 깨끗한 행주로 닦아주면 됩니다.
모과를 반 자른 뒤 크기에 따라 4등분 내지 6등분을 하여 씨를 발라내고 얇게 썰어 줍니다.
보통 모과의 같은 동량의 설탕으로 재어두지만
이번에는 우리 차 전문가이신 송희자님의 방법을 따라해 봤습니다.
모과와 같은 동량의 황설탕에 동량의 물을 넣고 시럽을 만들어 줍니다.
설탕이 녹을 동안 국자로 잘 저어주며 끓이세요.
★흑설탕을 사용하면 향미를 떨어뜨리고
백설탕을 쓰면 색이 예쁘지 않다고 합니다.
팔팔 끓으면 중불에서 서서히 졸여주어야 하는데.
끓이면서 가스렌지 주변에 끈끈하게 막 튀니 뚜껑을 살짝 닫아끓이셔요.
아니면 베란다나 마당에서 끓이시는게 좋아요.
다 끓인 시럽을 모과를 담은 항아리에 시럽을 부어주는데
뜨거운 것을 부어 주어야 향이 좋은 모과즙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시럽이 워낙 뜨꺼워 병에다 부으면 깨질 염려가 있고
프라스틱병은 녹을 염려가 있다고 하니 도자기 병이나 항아리를 쓰시는게 좋습니다.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랲으로 입구를 막아준 다음 뚜껑을 닫아 시원한 곳에 보관했었지요.
경빈네 담 또 넘으시렵니까?
한 뼘 조금 넘는 항아리니 만큼 이쁘장하여 들고가고 싶은 유혹이...
자 드디어 보름여 지나 오늘 항아리 뚜껑 오픈했습니다.
으음~~^^
설탕을 넣었으면 아직 녹지 않았겠지만 시럽을 만들어 부었기에
촉촉하면서도 모과향이 그~윽합니다.
만들땐 번거롭고 귀찮아도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든든하고 막 잘난체 하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시럽이랑 건더기를 주전자에 담아 다시 한 번 끓여 마실 겁니다.
더 뜨거운 것을 마시고 싶을땐 주전자에 넣고 한 번 더 끓여 주는게 저는 더 좋더라구요.
늙었나봐요^^
귀찮으면 컵에 뜨거운 물만 붓고 마셔도 된답니다.
주전자에서 팔팔 끓어 오를때
얼굴을 드리 밀고 모과차 찜질도 해봅니다.^^
간질간질 목감기 있을때 부담없이 뜨거운 차를 마시고 싶을때
이 모과차 어때요?
모과차 담으신 부~~~~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