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주 며칠 갑자기 선선해 졌다고 냉장고에 절반 남은 수박이며, 곰솥 1/3 정도 남은 식혜며 쳐다도 보기 싫어요. 그리곤 왠지 살짝 서운한 기분도 들고...
요즘 남편 회사일이 아주 바빠서 연일 야근인데, 저는 덕분에 밤늦게까지 컴터 앞에 앉아 있는 일이 많아져서 쓸데없이 이것저것 지르고만 있습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ㅠ.ㅠ;;;

몇달을 벼르고 벼르다 요렇게 생긴 스텐팬을 장만했어요.
오븐용이지만 직화도 되고요, 통삼중이라 무게도 제법 나갑니다. 꼼꼼보기에서 소개된 쉐프윈 제품은 가격도 비싸고 크기도 좀 작은데, 요건 값도 대중적이고 크기도 만만치 않게 큽니다.
아, 물론 국산이구요, 카라신 제품이고 가격은 4만 얼마 정도 해요.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쿠폰 상황에 따라 매일 조금씩 최저가가 살짝 다르더라구요.)

그토록 이걸 갖고 싶었던 까닭은 제가 가지고 있는 1/2빵팬을 대체할만한게 필요해서였답니다.
1/2빵팬은 롤케익을 만들려면 필수적으로 필요한 팬이지만, 코팅이 조악하고 녹도 잘 습니다. 상당히 조심하면서 쓴다고 해도 여기저기 긁혀 제 팬은 지금 상태가 아주 말이 아니지요. 게다가 긁힐까봐 설겆이도 거의 못하고 써서 좀 더러운 기분도 들고..
두 팬 사이즈를 비교해 보자면, 두 변을 맏물려 포개어 놓으니(사진처럼) 카라신이 길이는 좀 짧은 대신 폭이 좀 넓군요.
물을 담아서 두 팬의 용적을 비교해보니까 오히려 카라신 쪽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높이가 좀 높아서 일수도 있지만..)
그러면 합격입니다.
이 팬을 받고 보니 왠지 제일 먼저 생각난것은 신림동 순대 볶음이나, 부대앞 스테이크.. 뭐 그런거였지만은..ㅡ.,ㅡ;
그런 요리는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초기의 목적을 달성코자 제일 먼저 만들어 본것은 역시 롤케익이었습니다.
.......
자 요 위로는 살돋에 올라갈 내용이었다 하면, 본격적인 키톡은 요 아래부터..(글을 두개로 나누어 각각 살돋과 키톡에 올리기도 뭣해서 하나로 쓰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ㅜ.ㅜ )

김영모 선생님의 롤케익책을 보고 스트라이프 초코롤케익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당연한 결과지만 조금 날씬하고 길이가 긴 롤케익이 탄생되었어요. ㅎㅎㅎ (뭐 만드는거나 먹는것은 이래도 저래도 상관이 없는데, 제가 롤케익을 보관할때 쓰는게 길이가 좀 짧아서, 가장자리를 좀 많이 잘라냈다는것이 아쉬울 따름..)
팬이 통삼중이다 보니 팬을 두장 겹치지 않고도 시트의 밑색이 하얗게 나오네요.
이 롤케익, 만들어 보고 싶어서 벼르고 벼르다 만들어 보았어요.
모양이 제법 근사한데 만드는 법은 생각외로 무지 간단하였습니다. (간단하지만 의외의 실수도 있었습니다만..ㅜ.ㅜ)

<초코 스트라이프 롤케익>
**시트
계란 노른자 5개+설탕 10그람(=1T), 흰자 4개 + 설탕 70그람, (a)박력분 40그람, (b)박력20그람+ 코코아가루 15그람
**크림
생크림 100그람, 밀크초콜릿 80그람, 버터 80그람
1. 시트 만드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므로 편의상 크림을 먼저 만듭니다. 생크림을 끓기 직전까지 데운다음 초콜릿을 넣어 완전히 녹으면 차게 식혀 둡니다. 그런다음 실온에 두어서 말랑해진 버터를 거품기로 좀 젓다가, 생크림+초콜릿 섞은것을 넣고 잘 섞어 둡니다. 만들어서 옆에다 치워 둡니다.(실온)
2. 노른자+설탕 해서 거품기로 뽀얗게 잘 저어두고,
3. 흰자+설탕은 단단하게 거품을 냅니다.
4. 2와 3 섞고 이것을 두개의 보울에 반씩 나누어 담아 놓습니다.
5. (a)와 (b)를 각각 채에 내려 섞은후 각각 둥근깍지를 끼운 짜내기 봉투에 담습니다.
6. 사선으로 교대로 짜서 팬닝합니다.(저는 실은 이과정에서 살짝 실수를 했었어요. 열심히 짜다 보니 흰반죽은 남고 초코 반죽은 살짝 모자랄뻔한 사태가... ㅠ.ㅠ...)
7. 210도에서 9분 굽고 바로 식힘망에 얹어 식힙니다.
8. 시트가 얇아서 금방 식어요. 다 식으면 유산지를 떼어내고 다시 새 유산지 위에 시트를 올립니다. 구웠을때 윗면에 크림을 발라요. 바닥쪽이 완성되었을때 겉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는 크림 바르고 돌돌~~ 말아 냉장고에서 잠시 모양을 잡도록 넣어둔다음 서빙하시면 되요.

요렇게 만드는 초코 버터 크림은 전 처음 만들어 봤어요. 보통 케익에 아이싱하는 버터 크림보다 좀 더 가벼운 맛이군요.
개인적으로는 초코 생크림이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러나 생크림 롤케익은 선물할때는 날씨에 따라 혹시 크림이 녹을까 신경이 쓰여 피하는 아이템이었는데, 이런 크림이라면 크게 신경쓰이지 않을거 같아 괜찮을거 같아요.
우리 애들은 무쟈게 잘 먹던데요?
놀이터 한시간 놀다 들어와 우유랑 주었더니 마침 허기가 졌었나봐요. 두넘이 각각 한쪽으로는 성이 안차 한쪽씩 더 잘라 주고보니 그냥 절반이 없더라구요. 무서운 것들..
요즘은 전보다 케익 만들만 해요. 전에는 집에 뭐 먹을 사람이 없고 남편도 단거 별로라서 저 혼자 먹으려고 코딱지 만하게 만들어서 그걸 일주일씩 끼고 먹곤 했었는데(한번에 먹어치우면 살찌니까.. 먹으면서도 죄책감 느끼면서 왜케 만들어 대는건지..참...ㅜ.ㅜ),
요새는 20센티짜리 케익도 이틀이면 없더군요. 저는 겨우겨우 맛이나 보면 다행이고...
이거 한번 만들어 보세요. 쉬우니까...^^
스트라이프 무늬 잡는거 힘드시면.. 걍 확.. 이쑤시개로 마블링 만들어 버리세요. 그것도 나름 멋있을거 같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