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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총각들의 찌짐파티

| 조회수 : 11,380 | 추천수 : 34
작성일 : 2008-07-04 15:31:45

(글 카타고리를 도저히 '요리일반'으로 적기 부끄러워 이야기로 남깁니다. ^^;;)

지난번에 모로코에서 오신 연구실 동료분으로부터 모로코 음식을 얻어 먹은 이후, 한국음식으로 다시 대접하겠다고 큰소리를 뻥뻥친 걸 은근히 후회했답니다. '드리스'씨는 이미 한국에서 공부를 한지가 10년이 다 되어 가시니, 한국에서 못 드셔본 음식이 거의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뭐를 한들 '독특한' 것이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고요.

맞다.
"대구 음식은 같은 한국 땅에 살아도 못 먹어본 사람이 많다. 대구 음식을 대접해 보자"는 것이 이번 요리의 키포인트였습니다. 드리스씨는 매운거 잘 못드시고 돼지고기는 안 드시는데... 하지만 대구 음식이 어디 안 매운 것이 있었으며, 푸짐한 것이 있었던가여 ^^;;

그렇게 고민 끝에 나온 음식이 바로 '배추찌짐', '탕국' 이었습니다. 푸른두이파리님, 상구맘님, 그리고 나~중에 댓글을 달아주신 당쇠마누라님 고맙습니다. 이 분들이 추천해주셔서, 감히 겁없이 이 메뉴를 골랐습니다. ^^

그러나 배추찌짐은 지금이 배추가 맛있는 철이 아니라는 동료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포기하고, 그냥 '깻잎 찌짐'과 '탕국' 그리고 '구절판'을 하기로 했답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던 배추찌짐은 아무래도 배추가 나오는 제철에 다시 한번 시도를 해 봐야 겠습니다.



찌짐

재료 준비는 철저히. ㅎㅎㅎ


찌짐


찌짐


찌짐

가장 간단히 만들 수 있었던 '탕국' 입니다. 탕국이란게 지방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집안마다 끓이는 방법이 다르더라고요. 이번에는 연구실 동료 집안 버젼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고기 넣고 볶다가 (참기름이 없어서 그냥 고기만 볶았습니다), 물 붓고 무우 넣고 그냥 한참 끓입니다. 그러다가 소금간을 하고, 대강 간이 맞다 싶어서 그냥 계속 끓였습니다.


찌짐

그리고 대강 무우가 좀 익었다 싶을때 다시마 넣고 좀 더 끓이다가 무우가 대강 속이 보일랑 말랑 할 정도로 투명해져서 불 끄고. 이로써 끝!

가장 쉬웠지만, 가장 본래 집에서 먹던 맛을 그대로 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ㅎㅎ 아마 '드리스'씨도 대구식 탕국은 못 드셔 보셨겠죠? (까 먹고 여쭤보지는 못했지만...)


찌짐

구절판은 만들기 쉽고 요리가 복잡하지 않아서,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시도했습니다. 좀 있어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양을 전혀 가늠하지 못한 요리 생초보가 파프리카를 너무 많이 썰어서 반도 먹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찌짐

밀전병은 밀가루를 따로 반죽을 만들지 않은 관계로 그냥 부침개 반죽을 그대로 이용했습니다. 생각보다 얇게 부치기가 힘들었으나, 한 열 개 정도 만들고 나니 요령이 생겨서 점점 얇게 부칠 수 있었습니다. ^^b


찌짐

그리고 고기 볶고, 당근 볶고, 버섯 볶으니, 이로써 구절판 완성! - 실제로는 재료가 다섯개 밖에 안 되긴 하지만...


찌짐

찌짐은 사실 너무 배가 고파서 사진 찍는걸 잊는 바람에 .. ^^;; 많이 못 찍었답니다. (역시 배고프면 만사 귀찮고 배를 채워야...) 하여튼 깻잎 찌짐이랑 정구지 찌짐은 그런데로 맛이 있었습니다. ㅎㅎ - 이게 프리믹스의 힘인지도..



공중부양 정구지찌짐

아.. 그리고 이게 누구야~~
하여튼 찌짐 던지고 쑈를 했습니다. ㅎㅎㅎ
공중부양 정구지찌짐.
이번 요리 파티의 하이라이트입니다. ㅋ
3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우
    '08.7.4 3:40 PM

    '정구지찌짐'이 착륙도 제대로 했는지 궁금합니다.^^
    옆 동네로 살짝 내려앉지는 않았는지요.

    '정구지찌짐'을 저희 동네말로 표현하면 '솔전'이 되겠군요.
    부추를 '솔'이라고, 모든 부침개 종류를 '전'이라고 하거든요.

  • 2. bistro
    '08.7.4 3:41 PM

    정말 지대로 공중부양하네요 ㅋ 밀전병까지...솜씨가 좋으셔요.
    정이 넘치는 저녁상 잘보고 갑니다 ^^

  • 3. 수수꽃다리
    '08.7.4 3:47 PM

    혹시 대령숙수의 자손? ^^
    맛있어 보이네요.

  • 4. 곰새마눌
    '08.7.4 3:51 PM

    아줌마인 저도 도전해본적 없는 탕국이랑 구절판을 해내시다니
    대단대단
    뭐든 다~해 줄것 같은(실제로 다해 주지는 않기때문에) 우리 남편도 요리는 겁내하더라구요.
    어떻게 맛이 나오는지 자신이 없다나 머라나..
    실험정신 멋지시고요. 난중에 사랑받는 유부남이 되실 자질이 충만하십니다요.

  • 5. 푸른두이파리
    '08.7.4 4:04 PM

    오맛....장작가님...남정네...와락 반갑습니다...ㅋㅋㅋ
    공중부양 정구지찌짐..멋지구리십니다^___________________^
    후라이팬 잡은 팔뚝으로 봐선 많이 잡아보신 듯도....
    탕국에 양송이버섯도 조금 넣었으면 좋았을텐데...탕국양으로 봐서 이틀은 더 드셨을 듯..
    드리스아저씨씨의 반응은요?

  • 6. 다이아
    '08.7.4 4:16 PM

    얌전하게 채썬 파프리카 및 야채들의 자태가 보통이 넘으시네요^^
    결혼 10년동안 남편에게서 라면과 김치 잡탕(?) 찌개밖에 못 얻어 먹어본 저로선
    감탄 감탄... 사랑받는 남편되시겠네요
    경기도가 고향인 저희 친정에선.. 탕국에 황태도 넣지요.
    입덧할때도 그랬고 지금도 친정에서 먹었던 탕국이 제일 먹고 싶은 음식중 하나에요.

  • 7. 장작가
    '08.7.4 5:13 PM

    정우님, 대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연구실 생활을 하다보니, 전라도 음식도 많이 보게 되고, '솔전'이라는 말도 배웠답니다. 하하. 정구지나 솔이나 정감있는 우리말임에 틀림없네요.
    그리고 정구지찌짐 공중부양은 "대체로" 성공적이었습니다. ^^;;

    bistro님, 수수꽃다리님, 대령숙수라는 말이 무슨 말이지 했더니만...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저는 요리에 관심은 많아도 잘하진 못해요. 그리고 입맛이 까다롭질 못해서,., 아무거나 맛있답니다. ㅎㅎ 그런 의미에서는 아직 많이 젊은듯...

    곰세마눌님, 다이아님, 저도 얼른 짝 만나야죠. ㅎㅎㅎ ㅎㅎ

    푸른두이파리님, 지난번 가르쳐주신 걸로 잘 했습니다. 돔베기 스테이크는 저도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시도 자체가 불가능했는데요. 한번 먹어보고 싶긴 해요. 돔베기 못 먹어본지도 엄청 된거 같거든요. 그리고 탕국에 양송이도 넣을 수 있군요. 오호. 연구실 동기가 탕국을 끓였는데요, 그 친구 집에서는 조개도 넣는다는군요. 탕국의 변신은 무궁무진한듯 싶습니다.

    먹는 이야기만 계속 하다보니, 벌써 저녁시간이 다 되어 가네요.
    다들 맛있는 저녁 드세요

  • 8. 장작가
    '08.7.4 5:14 PM

    참. '드리스' 아저씨도 탕국이 마음에 드셨나보더라고요. 맛있다고 하셨고요.
    씩 웃으시면서, 'beginner's luck' 이라고...
    맛있다면서 놀래(?)시더군요. ㅎㅎ

  • 9. 새있네!
    '08.7.4 5:47 PM

    'beginner's luck'..연금술사에서 봤던 단어..반갑네요.
    확실히 요리에도 beginner's luck은 있지요.
    전 못치는 고스톱에서 한번 이런 행운을 만난 적이 있답니다.^^

  • 10. 금순이
    '08.7.4 5:47 PM

    장작가님 반갑습니다.

    정구지찌찜 공부회전
    예술입니다.ㅎㅎㅎㅎ

  • 11. 스콘
    '08.7.4 6:14 PM

    총각들 손이....여자인 저보다...예쁘군요....

  • 12. 예쁜솔
    '08.7.4 7:59 PM

    앗!
    공중부양 정구지 찌짐쑈를 하는
    저 총각의 얼굴에 누가 뭔짓을 한겨?
    머리좋고 요리도 잘하는 총각
    얼굴 좀 볼라켔더니마...

  • 13. 긴팔원숭이
    '08.7.4 10:08 PM

    탕국의 세계는 정말 버라이어티 한가봐요..
    울 집은 조개는 기본이고 문어도 넣는데요...

  • 14. 더좋은날들
    '08.7.4 11:06 PM

    제 동생이 아마도 거기 전산학과출신일 텐데.. 그게 컴터프로그래밍하고 뭐 그런거죠?
    학교는 헷갈릴 일이 없는데 과가 맨날 아리까리하니 이거 진짜 친누나 맞는 건지..
    제 동생은 29살인데 과고2년 마치고 갔으니 96학번인지 97학번인지 가물가물하네요.
    웬지 제 남동생 보는 듯해 반갑네요. 그놈은 요즘 혼자서 뭘 챙겨먹고 사는지..

  • 15. 메이트리
    '08.7.4 11:20 PM

    공중부양 후 안전하게 안착하였나요?

  • 16. 선물상자
    '08.7.4 11:21 PM

    ㅋㅋ 82쿡 새로운 인기남 등극입니다 ㅎㅎㅎ
    제가 요즘 설렁~설렁~ 82를 다녔더니..
    이제사 두번째 글에 봤네요 ㅎㅎㅎ
    요리 좋아하는 멋진 총각 제목이 붙었으면
    벌써 봤을터인데 -_-;;;;
    우왕~ 정말 요리가 하면 할수록 새록새록~ 더 하고 싶어지지요? ㅋㅋㅋ
    저도 울 서방 그리 빠져들게 하고 있지요~ ㅋㅋㅋㅋㅋ
    근데 음식도 선입견이 있는건지.. 어떤지 몰겠지만..
    솔직이 대구음식... 부산음식.. 은..
    먹어봤어도.. 그리 경상도 음식은 제 입맛에는 안맞더라구요.. ^^;;
    진정 맛난 경상도 음식을 못먹어본거겠죠?

    암튼..
    멋진 요리총각의 82입성을 감축드립니다~
    앞으로도 더욱더 무궁무진한 요리 부탁드려요~ ㅎㅎㅎㅎ

    음.. 제 대학동창이 대전 고 근처서 직장다니는디..
    아무래도 대전 과기원 쪽인거 같아..
    괜히 반갑네요 ㅎㅎㅎ

  • 17. 준&민
    '08.7.4 11:35 PM

    ㅋㅋ
    공중부양중인 찌짐~~
    저런건 본적이(?) 없습니당~~~

  • 18. 장작가
    '08.7.5 12:39 AM

    환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근데, 제가 기숙사 살아서요, 요리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랍니다. ㅎㅎ
    가끔씩 이렇게 밖에서 사시는 분이 계셔서, '재미'로 하는거죠.
    여기 계신분들처럼 '생활'로 요리를 하시는 분들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졸업하게 되면, 뭔가 요리하면서 재밌게 살 수 있을거 같긴 합니당. ^^

    그리고 공중부양하던 찌짐들은 이미 제 뱃속과 연구실 동료들 뱃속에서 다 흡수되서 피가 되고 살이 되었습니다.

  • 19. 달님안녕?
    '08.7.5 1:57 AM

    ^^ 키친 토크 재밌었어요...

  • 20. 잠오나공주
    '08.7.5 5:11 AM

    남자손을 보니 가슴은 왜 떨리는건지.. ㅋㅋ
    저 절묘한 공중부양 타이밍을 딱 맞추셨네요..
    맛나겠어요..

  • 21. 달콤키위
    '08.7.5 5:58 AM

    <대구음식>이란 글자에 눈이 반짝뜨여서 로긴했어용.
    ㅎㅎ 30년 마데인 대구인데 지금 서울로 수출되어 있는관계로 대구란 단어가 친근하네요.
    배추찌짐은 겨울에 제맛이지용. 언제 배추찌짐 공중부양장면을 볼수 있을까요?

  • 22. 장작가
    '08.7.5 10:14 AM

    아침에도 댓글이 달려 있어서 깜짝 놀랬습니다. 은근히 대구분들도 많으신거 같아요.
    배추찌짐 공중부양은 배추가 맛있어 지면, 언제 한번 날 잡아서 막걸리랑 해서 어느 집이든 쳐들어가볼까 생각도 듭니다. ^_^

  • 23. 인천한라봉
    '08.7.5 11:47 AM

    마지막사진 멋지네요.. 지짐 공중부양 순간 찰칵 센스~! ㅎㅎ..!

  • 24. 메이루오
    '08.7.5 4:34 PM - 삭제된댓글

    제목 보고는 경상도 분일거라 생각했어요. 경상도에선 '찌짐'이라고 하더라구요. 충청도에선 부침개라고 하는데.. 처음에 지짐이라고 해서 오래동안 지져서 먹는 국물있는 음식이라 생각했었는데... 공중부양 부침개도 인상적이네요.

  • 25. carolina
    '08.7.5 7:28 PM

    총각들이라고 해서 사실 장작가님만빼고 다 남자인줄 알았는데, 손을 보고. 아하- 했습니다.
    아 끝내주시네요:)

  • 26. 동경
    '08.7.5 11:43 PM

    하하하하 이렇게 웃음을 주십니까 ㅋㅋㅋ
    마지막 사진 너무 웃겨 넘어 갑니다
    날으는 찌짐 하하하 오랫만에 크게 웃었어요 ㅋㅋㅋ

  • 27. 보헤미안
    '08.7.6 1:10 AM

    예전 여대다닐때 조인트 엠티 갔을때 보니 카이스트 학생들이 음식솜씨가 좋더라구요. 워낙 오랜 기숙사생활과 객지생활로 대부분의 학생이 '요리'를 잘 하고 먹고나서 설겆이까지도 자진해서 척척 하더라구요. ㅎㅎ 사랑받으실겁니다. 결혼하면...

  • 28. 날려야하니
    '08.7.6 4:31 PM

    찌짐이라... 흠. 맛나보이는걸요.
    먹는걸로 이렇게나 이야기를 꾸려갈수있다니 너무나 행복해요.

    근데 총각이시라면... ㅋㅋ 눈에도 찌짐을 좀 붙이셔야 장가를 가실듯 ㅋㅋ

    제 눈에 안경이라는 걸, 눈에 찌짐 붙인다고 하거덩요 ㅋㅋㅋ

  • 29. 찰랑소녀
    '08.7.8 2:04 PM

    82cook 반응 난리났다구 하더니
    찾아봐 보니....
    ㅋㅋㅋ 진~짜 장작가 글이 인기가 많네용.
    요리하는 청년 등장에 82cook 아줌마 부대가 들썩~ ^^.

    정구지찌짐 공중 부양 사진
    순간 포착 굿~!!

  • 30. 아기별
    '08.7.8 3:15 PM

    ㅎㅎ
    요리하는게 재미있던가요? 힘들던가요?
    가끔씩 하면 재미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피할 수 없이 매일 해야 한다면 좀 지겹습니다.ㅋㅋ

  • 31. jackie
    '08.7.11 3:53 PM

    부침소스(?) 담아놓은 저것은 혹시 욕.실.바.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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