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령 두 돌 2주 후엔 강도령 애비 생일이랍니다.
더운 여름, 아들이랑 애비가 쌍으로 애미를 힘들게 합니다.
부산분인 시어머니께서 남편 낳고 몸조리 할 때 무더위에 견디지 못하고
해운대 앞바다에 뛰어들 뻔 했다는 전설을 듣고 고생이 짐작갑니다.
예전엔 선풍기,에어컨도 없이 참 더웠쟎아요.
(대신 바닷물에 땀띠 닦으시다가 한기가 들어 엄청 고생하셨다고 하네요)
강도령 낳은 직후라, 또 해외출장 가느라 이제껏 생일 제대로 못 챙겨줘서
이번엔 제대로 한 상 차려줄까 마음만 백번 먹었다가 남편이 그냥 외식하자란 말에 양가부모님과 외식했네요.
에헤라디여~~
나이가 들었는가 언제부터인가 우리집으로 들어온 케익은 완전 찬밥신세입니다.
(케이크가 맞는 표현이나 줄임말로는 케익이 맞는지 케잌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베이킹을 자주 하지만 그러고 보니 케익은 만들어 본 적도 없군요.
그.래.서! 약식케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약식만큼은 항상 82쿡의 고전 '꽃게'님의 레시피를 참고해서 만듭니다.
결혼한지 3년이나 됬으면서 아직도 쌀양에 대해 감이 잘 안 잡혀서 찹쌀이랑 양념(?)은 꽃게님 레시피를 기본으로 하되
다른 재료들을 가감하기도 하고 그래요.
*재료: 찹쌀5컵, 흑설탕 한컵, 올리고당 1, 진간장3, 참기름3, 계피가루1, 소금약간,(한컵=200미리, 1=밥수저 하나)
밤,대추,잣,건포도,호박씨
1. 찹쌀을 씻어 반나절 정도 불린다.3시간 이상이면 충분할 꺼 같습니다.
2. 밤을 깎아서 4등분 정도 하고, 대추를 돌려깎기 한다.
밤 깎는데 손도 아프고 어찌나 성질이 나던지 그냥 진공 포장된 밤을 살 껄하고 후회도 했습니다.
대추는 칼집을 내서 기절을 시킨 뒤에 살살 돌려깎기 해서 씨를 뺍니다.씨는 모아두세요.
돌려깎은 대추를 칼 옆면으로 꾹꾹 누릅니다.밀대로 밀어주면 좋겠지만 성질 또 버립니다.
김밥 말듯이 꾹꾹 누르면서 말아줍니다.역시나 김밥 썰 듯이 자릅니다.
꼭지나 똥꼬 부분은 안 예쁘니깐 씨와 함께 모아둡니다.
3. 냄비에 물을 넉넉하게 붓고 대추 열 다섯여개와 아까 발라놨던 씨, 못난이 대추를 넣고 푹푹 고아줍니다.
일명 '대추고'를 만듭니다.나중에 밥물로 쓸거예요.
보통 맹물로 하지만, 저는 꼭 대추고를 쓴답니다.닭죽할 때와 마찬가지로 대추고를 쓰면 은은한 대추향이
약식맛을 더욱 빛나게 해주거든요.대추 자체가 단 맛이 나니깐 일부러 전 설탕을 적게 넣습니다.
푹~고은 대추살도 발라내면 좋겠지만 약식이 깔끔하게 되지 않는 것 같아 살은 생략합니다.
4. 푹푹 고아준 대추고 3컵 정도를 냄비에 붓고 흑설탕, 올리고당, 진간장, 참기름, 계피가루, 소금을 넣고
약불에 설탕이 녹을 때까지 살살 저어줍니다.취향에 따라 가감하세요.
계피가루 안 넣으시는 분도 많을텐데 계피가루 넣으면 더욱 럭셔리한 약식이 되요.
어디선가 계피향이 나면 거기에 콧구녕을 파묻고 싶어져요.
개인적으로 계피를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계피향이 대추향과 어우러져 아까보다 더욱 더 빛이 납니다.
반짝반짝^^
5. 불려놓은 찹쌀에 4를 넣고, 밤, 잣, 호박씨, 건포도를 넣어 뒤적뒤적 잘 섞습니다.
대추꽃도 올릴 꺼지만 개인적으로 약식 안에서 씹히는 대추의 식감이 싫어서 대추는 안 넣습니다.
대추고를 넣었기에 대추향은 충분한데 대추 좋아하는 분은 넣으세요.
사실 약식은 참 싫어하는 음식 중 하나였는데 역시나 나이가 들었는가;; 좋아집니다.
하지만, 싫어했던 시절에도 약식에 들어간 밤은 정말 맛있더라구요.
꼭 보물찾기하는 기분으로 약식의 밤을 골라먹곤 했어요.
그래서, 밤을 듬뿍 넣는 것을 좋아해요.
잣은 나중에 데코레이션 할 때도 쓰이니깐 많이 안 넣어도 됩니다.
잣이란 녀석이 완성 후에도 따로 노는 걸 좋아해서 혼자 쏙쏙 빠지기도 하더라구요.당황스러워..
6. 이제부터 친절한 쿠쿠양의 진가가 발휘될 때입니다.
결혼할 때 30여만원이나 하는 밥솥을 선물 받았는데 약식할 때만 사용하는 아주 비싼 아가씨랍니다.
평소 압력솥을 이용하지만 약식만큼은 절대 못 믿겠더라구요.
그래서 '약식' 메뉴가 있는 쿠쿠양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친절하고 똑똑하기까지 해서 남은 시간까지 알려주쟎아요.
강도령, 말하는 쿠쿠이모 보고 아주 놀랩디다.혹시 변신한 트랜스포머? @@~

케익스탠드에 맞는 무스링틀이 없어 살까하다가 그냥 집에 있던 냄비에 넣어 성형했는데
꺼내다 실수해서 한쪽이 찌그러졌네요.
레이스 도일리 있었음 더 근사했을텐데 대신 유산지 깔았어요.
어여쁜표 데코레이션 어때요?
학창시절 젤 싫어했던 과목 - 미술.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

강도령 자기 생일인냥 아주 신났습니다.
식으니깐 더욱 쫀득하고 많이 달지 않아 자꾸만 손이 가네요.
케익만들고 남은 건 한입크기로 빚어(?) 대추꽃 올리고 나름대로 정갈하게 멋부려
양가부모님께 한통씩 드렸습니다.

모두다 맛있다고 하니 어깨에 힘 좀 들어갑니다.
드린게 좀 적은 것 같아 조만간 또 작업 들어가야겠어요.
사실 베이킹보다 힘은 덜 들고, 하기도 쉬운 것 같아요.
끝으로 우리 남편한테 성질 더러운 날 만나 고생 많다고, 당신 맘 다 안다고 전해주고 싶어요.
더불어 당신 쵝오! ->생일 지나면 무효.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