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일찍 오는 날은 3시 반쯤이면 집에 돌아오는데,
손만 씻고 티타임부터 해요.
(꼬마가 지맘대로 찍은 사진 - 꽃접시는 어쩌다보니 또 나와서 지탄을 받았어요.)
간식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오늘은 또 어떤 연유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건지 무수한 뽀킹과 함께 허공에 주먹을 날리며 무용담을 늘어놓습니다.
가만히 듣다보면 때릴 때는 왜 때렸는지가 중요한데,
맞은 건 ' 왜'가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맞았는지만 늘어놓는 녀석들 때문에 웃음이 나옵니다.
둘째가 차를 마시다 갑자기 저한테 진지하게 물어봤어요.
한국말로 뽀킹이 뭐냐고요.
그걸 왜 알고 싶은데?
제가 뽀킹 코리안이라서 뽀킹이 별로 임팩트가 없는 것 같답니다.
코리안에게는 한국말로 해주겠다는 고마운 마음 씀씀이라고나 할까요.
한국 사람들은 모두 점잖고 예절 바르기 때문에그런 말 자체가 없다고 했더니,
뽀킹 거짓말이라며 테이블을 꽝 쳐서
그 밑에서 비스킷 떨어진 걸 주워먹고 있던 뽀삐가 깜짝 놀랐습니다.
테이블 위에 차가 엎질러진 것은 전혀 미안한 기색이 아닌데
뽀삐를 놀래킨 것은 미안한 지 제 몫의 비스킷을 뽀삐 입에 막 넣어줍니다.
개들과 함께 연못가에 가서 산책도 하고, 백조들도 돌보고, 뽀삐랑 공놀이도 하는데,
첫째는 연애 중이시라 나키 옆에서 스마트폰에만 온갖 신경이 쏠려있을 때가 많고,
둘째는 뽀삐랑 공놀이하는 걸 좋아하지만 뽀삐는 자꾸만 공을 제 앞에다 갖다줘서 둘째의 속을 태우고,
막내는 제 손을 꼭 잡고 장화 신은 발로 연못가를 첨벙거리고 다니며 백조들 단속에 열을 올리다 집에 오면,
저녁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카치 에그
고기를 갈아서도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쏘세지의 속을 이용하는 거예요.
쏘세지 껍질(?)을 벗겨내고, 그 속만 꺼내서 잘 펼칩니다. 칼끝으로 하면 수월해요.
저는 가느다란 치폴라타 쏘세지라 달걀 하나 감싸는데 쏘세지가 2개 반에서 3개쯤?
삶아서 껍질을 벗겨놓은 달걀에 살짝 밀가루 옷을 입혀야 감쌀 때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가사 실습 시간에 만들었던 스카치 에그.
그때는 이걸 주식으로 먹기도 하는 사람들의 나라에 와서 살면서, 하루 걸러 한번씩 이걸 만들게 될 지 몰랐죠.
이 곳 사람들은 그냥 수퍼에서 사서 전자렌지에 데워 먹거나 차가운 상태로 그냥도 잘들 먹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위탁을 왔을 때 이걸 만들어두면 배고플 때 하나씩 꺼내 먹으면서 아주 좋아라 해요.
도시락으로 싸달라고 부탁하는 녀석들도 있어서 보통 한번 만들때 많이 만들어둡니다.
그런데 이 날은 왜?
아이들이 셋인데 저는 무슨 마음을 먹고 달걀 다섯개를 삶았던 걸까요.--;
저는 저렇게 준비해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저녁 먹을 때
밀가루, 달걀, 빵가루 순서로 코팅한 뒤, 중불에서 2,3분쯤, 뒤집어서 다시 2,3분 정도 튀겼습니다.
스카치 에그 반개를 작은 형한테 양보하는 대신 케챱총은 막내 몫
총잡이가 테이블 위에서 케챱을 사방으로 난사하는 동안,
고기를 먹지 않는 저희 부부는 볶은 국수와
파를 넣은 고구마 튀김이 한끼.
첫째가 이 고구마 튀김을 좋아해서 기꺼이 스카치 에그를 동생에게 양보해줬어요.
디저트는 레몬 메랑 파이
레몬 커드가 묽어서 흘러내렸지만 맛은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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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버둥 끝에 숙제를 하고, 전쟁 같은 샤워 시간을 지나 잠자리에 들었을 때,
막내가 저한테 왜 그렇게 열심히 백조들을 돌보는 것이냐고 물었어요.
그냥 그 녀석들이 좋아서라고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돌아서는데,
막내가 그럽니다.
자기들이 그 백조 아가들 같다고.
아.......................
너네들이 무슨 백조 아가들 같냐고.
백조 아가들은 뽀킹을 달고 살지 않는다고.
얼른 자라고 토닥토닥 해주고 나왔는데, 가슴 속이 뻐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