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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응모]세벽4시까지 빚은 꽃송편..OTL

| 조회수 : 3,313 | 추천수 : 33
작성일 : 2006-10-18 14:06:07
나의시댁은 춘천이고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님 혼자 병원을 하며 춘천에서 지내신다.
명절마다 일해주는 아주머니도 쉬시기 때문에 나는 삼시세끼 다른 국과 반찬의 메뉴를 며칠 전부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82에 눈팅을 눈빠지게 한 후 부엌 살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춘천으로 향한다.
(일해주는 아주머니는 반찬을 주로 자기집에서 만들어오는지 춘천집에 가면 고추장이 없거나 마늘이 없거나.. 하다못해 국을 끓일려고 해도 국멸치 하나 없어 당황한 적이 수차례이기에 -하필 또 명절인지라 문 연 가게도 없다- 국간장,맛술, 맛소금 까지 일일이 포장해서 가져간다.. 그야말로 부엌자체가 이동하는 격이다..)

형님이 계시지만 가게 때문에 늘 명절엔 우리식구만 가서 난 부엌데기가 되는데..
우리 시아버님 성격 몹시 특이하신 분이신지라 무슨 반찬을 차려도 국에 밥말아 휘리릭 드시고 혼자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신다.
그렇다고 명절에 한번 가는 시댁에 아무것도 준비 안해갈 순 없고 나 나름대로 머리 빠지게 고민하고 준비해가지만 늘 그렇다..
내가 솜씨가 없어서?  예전에 솜씨좋은 우리 형님이 가서 음식을 차려내도 그러셨었다.
워낙 말씀도 없으신대다가 딸하고만 얘기하시고 두 아들과는 말씀도 않으시고 아들들도 아버지를 워낙 어려워 하니 며느리가 살갑게 말 붙이는것도 꿈도 꾸지못할 정말 특이한 집안이다.


어찌되었건... 명절이 가까우니 82에도 꽃송편이 여기저기 올라온지라 나도 필이 확 꽂히는 바람에..
고기 재우고 산소올라갈 갖가지 나물 무치고 산적 꿰고 전부치고.. 난리를 치다 새벽 4시까지 송편을 빚었다.
단호박을 넣고 이쑤시게로 주름도 예쁘게 잡아 호박송편도 꽤나 그럴싸하게  빚었고 색색깔 송편을 꽃장식 까지 얹어 빚었다.
그런데 빚어서 들고 가 거기서 찌면 터질거란 주변 의견에 그 새벽에 쪄서, 냉장고 넣어 하룻밤 지내면 꾸덕꾸덕 해질까 하는 마음에 쟁반에 펼쳐 식히고, 표면이 마를까봐 다시 통에 담고 하느라 새벽 4시가 된거였다.

그런데 찌고 난후 찬물에 한번 기절시킨후 참기름을 발라주란 글이 있길래 이번엔 그렇게 했드랬다.
때깔 곱고 모양도 예쁘고..(핑크색은 자색고구마 가루를 썼는데 생각보다 진하게 발색했던 포도즙 생각해 연하게 반죽했더니  너무 연하게 나왔다.)  그 새벽에 그래도 기분이 뿌듯 했다는..

그런데 시댁가서 한번 새로 쪄서 다시 찬물에 기절시켜 참기름 버무렸더니 표면이 다 으깨졌다고 해야하나. 여하튼 꽃장식 한 보람도 없이 모양새가 형편 없었다.
어쨌거나 그걸 드시는 우리 아버님은 모양이 다르구나, 니가 빚었냐 한마디 말씀 없으셨다.

손위 시누 네식구는 홍천 콘도에서 2박3일 놀다 춘천 친정에 와서는 손하나 까딱않고 내가 차려주는 밥 먹고 쉬다 같이 서울로 올라왔다. 잘먹었다 애썼다 한마디 없이 휑 하니 차타고 떠나서 어찌나 밉상이던지..
시어머니가 계시거나 며느리가 여럿인것도 아니고 딸랑 나혼자 부엌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종종 거리는데 뭐 하나 안돕고 차려주는 과일까지 먹어가며 시누노릇 했으면 가면서 애썼다 한마디는 해도 되는거 아닌가?

서울와서도 며칠은 그냥 지나다 다른 얘기 끝에 신랑한테 "2박3일 꼬박 부엌에서 종종 거려도 어느 누구하나 수고했다,애썼다 말하는 사람이 없더라"라고  정말 지나가는 말처럼 서운한 속내를 비쳤더니 이 신랑이라는 작자 하는말이,
"1년 365일 시부모님 모시는 사람도 있는데 명절 한번씩 가는걸 같고 무슨 말이 많냐" 란다.. 기가 차서..
내가 "누가 1년 365일을 삼시세끼 다른국 다른반찬에 다른메뉴 고기며 야채며 그렇게 차려내느냐"고 했더니
이눔의 작자 말하기를
"니가 뭘 그렇게 대단하게 차렸느냐"란다... 아야여오요우유으 ...  정말 어이가 없다...

난 정말 명절 한번씩이니 정말 나름대로 노력했다.
결혼한지 8년이 넘었어도 딱히 며느리한테 "왔냐~"하는 인사 한번 건내지 않으시는 괴퍅한 시아버님이시지만
며칠을 반찬때문에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새벽 4시까지 송편을 빚어갈 만큼
음식실력은 몰라도 적어도 마음만큼은 정성을 들인 상차림 이었다.
어떻게 신랑이라는 작자가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건지...
(아이친구 엄마가 이얘길 듣고 선 "살자고 말자고?" 라고 하던데..ㅋ)

도대체 나이나 어려나 이눔의 신랑 정신개조라도 시도해보지
결혼 초부터 내가 기싸움에서 제대로 눌린건지  
신랑이 저따위로 말을 하는대도 그냥 애들앞에서 언성높이기 싫어 내가 그냥 말을 말지 하고 또 넘겼다.
지금은 후회막급... 싸웠어야 하는건데.. 그렇게 해서라도 조금씩 고쳐나가게 했어야 하는데...

불쌍하게 망가진 제 송편 좀 위로좀 해주세요, 덤으로 저도 좀....ㅠ.ㅠ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돼지용
    '06.10.18 2:59 PM

    덜 하시고, 덜 속상해 하세요.
    자식에게도 나중에 본전 생각하는 게 사람이래요.
    아무래도 시댁에는 아무리 맘으로 해도
    나중에 섭해지는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딱 마음 만큼만 합니다.
    그래야 저만 속상한 일 없잖아요.
    그리고 오래, 오래 할 수 있답니다.
    사시는 동안 좋은 마음으로 뵈어야 하잖겠어요.

    워니후니님, 힘내시고, 화이링 ~

  • 2. 해와달
    '06.10.18 3:03 PM

    표현안하는 어르신들이 더 힘들게 하더군요
    말 한마디에 천냥빚 갚는다던데..
    서운하긴해요
    시댁에 2번갈꺼 한번가게되고
    음식도 간단, 피차 편하게... 저는 그렇게 터득되더군요

  • 3. 미르사랑
    '06.10.18 3:39 PM

    그쵸?
    그말 듣자고 기대하고 시작한일 아니지만 말 한마디에 사람맘이 완전 변하는데 왜 그걸 몰라 줄까요?
    우린 시누가 넷인데 남편이랑 막내만 빼고 고생한다고 얼마나 걱정하는지 몰라요
    그럼 고생한다고 걱정해 주는 시누들한테는 뭐 하나라도 더 먹이고 더 싸주고 싶고 당연하게 생각 하는 놈한테는 입으로 들어가는 땅콩 부스러기도 아깝습니다.

  • 4. 비오는 날
    '06.10.18 4:13 PM

    너무 잘하지 마세요
    할수 있는만큼 하고 기대 하지 말고요
    저도 친정가면 엄마가 해주시는거 먹고 오는데 올케 있을땐 같이 합니다
    남편이라도 좋은말 한마디 해줌 좋을텐데 꼭 딴지를 걸더군요

    참 멍청해요 말한마디 잘하면 다음에 더 대접 받을텐데..

  • 5. 월남이
    '06.10.18 5:46 PM

    님, 남편이 반대로 말하신것 같아요. 새벽4시까지 만든, 정성이 가득한 송편을 왜 모르겠어요?
    시댁분들이 워낙 표현을 안하시는 분 들인가봐요.
    어쨋든 글이 너무 재미있고 님의 시부모님에 대한 정성이 뭇어나는 글입니다.

  • 6. 셋째딸
    '06.10.19 12:28 PM

    저두 시댁 행사가 있을때면 한가지 음식이라도 민들어 가면 아무도 맛있게 잘먹었다는 소리
    수고가 많았다고 하는 이 남편포함해서 없답니다
    그래서 이젠 그런짓 안합니다 밋있게 먹어주고 말한마디라도 이쁘게 하는 사람에게만
    해줍니다
    어쩜 저희 시누이랑 같은과네요
    이젠 ㄱ그렇거니합니다

  • 7. 워니후니
    '06.10.22 2:25 AM

    돼지용,해와달,미르사랑,비오는 날,월남이,셋째딸 님... 모두모두 긴 글 읽어주시고 위로 글 남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와요.. 힘이 불끈불끈!!!
    월요일 유치원에서 큰아이 생일파티를 하거든요, 다른 엄마들이랑 세집이 같이 음식준비를 해야해서 모였었는데 그 중 한엄마가 시부모님,시동생 모시고 사는 얘기를 풀어놓는데 드라마[사랑과 전쟁]에 그대로 내보내면 될, 정말 상식선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시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9년째 살고 있더라구요.
    그 엄마 얘기 들으면서 전 제가 너무 엄살을 핀게 아닌가 생각했네요.. 감사기도를 했다니까요..*^^*
    훨씬 더 힘든 명절 거뜬히 보내신 많은 82회원님들께 부끄럽네요.. 그래도 엄살을 따뜻하게 받아주신 님들께 너무너무 다시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려요..꾸~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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