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욜부터 둥이들 방학이 시작이네요.
행복 끝 불행시작?
머..이런 문구가 생각나는 건.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비가 오락가락 하는 틈을 타서
저희집 젤 큰 면적 차지하는 텃밭의 풀을 몽땅 뽑습니다.
나중엔..밥 숟가락도 못 들만큼 팔이 아프죠.
그리고, 거기에 들깨를 심었네요.
이 밭에서 들깨 서말 나오면 2리터 생수병으로 네 병쯤 나오죠.
저희집 일년 양식입니다.
시골서 들기름은 없으면 안될 녀석이기도 하구.
깻잎도 실컷 먹고..
그렇지만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
지루하고 힘든 노동의 시간들이 있답니다.
요즘 가장 자주 식탁에 오르는 잡탕볶음.
집에서 나는 채소들 몽땅 투하하고
냉동실 베이컨 하나 쯤 꺼내 썰어 넣고
새우젓이나 굴소스나 두반장소스등으로
그때그때 기분따라 간을 합니다.
밥에 국물까지 떠서 비벼 먹으면..한끼 식사로 아주 그만입니다.
영양만점^
위에 캐슈넛등의 견과류는 고소함의 끝을~~
또 어떤날은 바지락 한 줌 넣어주기도 하구요.
남아도는 채소들 있으면 한번쯤 해 보세요.
냉장고 야채칸이 텅텅 빌꺼예요. 아마도..ㅎ
주로 이런..것들이 들어가죠.
날씨 분단선의 그 한가운데서
올해 축복받은 지역인 곳이라..비도 적당히 더위도 적당히 바람도 적당히..
덕분에 매일매일 쏟아지는 텃밭 수확물들땜에
아주 미쳐버릴 지경이네요.
서울 경기나 폭염에 괴로운 남쪽지방으로 고고^^
매일매일 오이김치
비 내리는 날은 정구지 전.
울 영감이 엄마젖을 먹고 싶을 때 제가 해주는 엄마표가지무침.
둥이들은 학교 앞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소나무 어린 새싹을 담아왔어요.
우리집도 그런 울창한 숲을 만들겠다나 머라나?
얘..이거 다 크면 우린 어디로 가야하니?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맘으로 화분에 심어줬어요.
두 개가 죽고 두 개가 살았네요.
더 두고 봐야죠. 겨울을 날려나?
옥수수를 싫어하는 둥이들
옥수수 한 소쿠리 쪄 놓고..먹어라 먹어라 사정해서 겨우 반개씩.
혼자 배 터지게 먹었네요.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엔
마루에 이불을 깔고
옛날 모기장을 쳐 놓고 ..잠을 잡니다.
시원하고 좋군요.
이런게 바로 시골 사는 재미죠.
노각무침도 여름철 빠지지 않는 대표반찬이죠.
이 무침 한 통 담궈놓으면 국물까지 떠다 슥슥 비벼 먹습니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능^
참외가..아주 어찌나 큰지 무게를 달아봤어요.
거의 700그람에 가깝네요.
가져다 팔아도 되겠다... 혼자 입이 찢어집니다.
참외 하나 깍아서 우리 네 식구 배가 터지게 먹었다고
뻥도 치고.
마땅한 찬이 없는 날은
텃밭에서 호박 하나 따다가
바지락 좀 넣고 된장찌개 끓여 먹어요.
아주 매운 꽈리고추와 매운 고추들 좀 따다가
효소도 담굽니다.
매운 고추효소는 김치에도 반찬에도 아주 그만이라니..기대만빵^
사실 매운 꽈리고추는 어따 쓸데도 없는 애물단지 였거든요.ㅎ
혼자 열심히 풀 뽑고 땀을 바가지로 흘린 날은
이렇게 각종 채소들 썰어놓고
스파게뤼~~를 해 먹습니다.
약간의 보상을 받는 기분으로.
저희집 비오는 날 먹는 음식.
따신 국수도 한 사발.
자주 놀러오시는 지인이 게장을 2kg 담아오셨더군요.
역시 얻어먹는 찬이 세상 최고 입니다.
아주 달게 먹고 있습죠.
젤 위에 들깨 심고 남은 순을 몽땅 잘라다 데쳐서
깻잎나물도 해 먹구요.
깻잎향이 솔솔~~
애들 방학이 코앞인 지난 금욜.
가출이라도 하고 싶은 비장한 각오로
방학맞이 반찬준비.
우선 밭의 토마토 왕창 따다가
껍질을 벗겨벗겨
뭉그러지게 익혀주고
믹서에 갈아줍니다.
최고의 영양만점 토마토쥬스^
채두가 귀한 시절을 대비하여
전..베짱이가 아니니까요.
냉동보관하기.
무우짠지도 몽땅 썰어 물에 담궜다
무침.
노각도 한소쿠리 따서
속을 파내고
이런~~쓰레기 같으니라구.
도시선..노각무침도 못해먹겠다.혼자 궁시렁궁시렁
집에 가진 찬통 몽땅 나옵니다.
노각무침 잔뜩 담궈두고
청양고추 팍팍 썰어서
고추장물도 두 통
인증샷 찍어서 영감한테 날립니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갈 곳도 없이 그냥 눌러 앉았지만..
드뎌 첫 수박이 나왔네요.
두 녀석이 사이좋게 하나씩 딸 수 있는 영광을.
보기엔 맛이 없어 뵐 수도 있지만..
집에서 키운 노지수박은 아주 달다는 것.
흰부분도 아삭아삭하니 아주 맛있다는 것.
치명적인 매력입니다.
방학 맞은 첫날..토욜.
그래..이거야.
고구마순을 잔뜩 따다가
평상에 앉아 고구마순 껍질 벗기기.
방학이 이렇게만 계속된다면..평생 방학이어도 난 참을 수 있지.
이쁜것들.
ㅎㅎ
그러나 그것도 잠시입니다.
오후엔 근처 계곡으로 자리를 옮겨..거친 사내로 돌아갑니다.
춥다고 뜨신 국물 연거푸 마시더니
나체 사진 찍었다고...잡아먹을듯이..달려들더군요.
이 사진이들이 제가 82회님들 위해 목숨걸고 찍은 사진 입니다.
그걸 알아주셔야 할겝니다.ㅋ
금방 ..바닷장어와 가리비 굽겠다고 나서고.
동에번쩍 서에번쩍.
두 놈이 잠시도 가만히를 못 있죠.
오분만 엉덩이 붙이고 가만 앉아 있으면..얼마나 좋겠습니까?
수박은 이렇게 먹어야 하느니라..아주 제대로 눈빛이네요.ㅎ
흐미 무시라.
어죽 끓여달라고 물고기도 잡았는데...어디로 갔을까?
그냥 한입에 털어넣었나? 그러고도 남을 놈들.
ㅎ
주말은 비가 주룩주룩
먹다남은 아나고 파김치에 넣어 아나고파김치찜을 했죠.
별미중에 별미라는~~ㅎ
다음은?
방학시리즈 되겠군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밥 차리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