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아기자기하게 만든 음식을 조물조물 더 예쁘게 담아서 사진까정 멋지게 찍어 올린 게시물을 보면서...
"그래 결심했어! 나도 한 번 해보는 거야!!!" --> 요건 대사
"주먹 쥐어 팔꿈치로 허공에 방아찧기" --> 요건 동작
"눈알은 위로 올리면서 입술에 힘주기" --> 요건 표정연기
이렇게 드라마에 나오는 불편한 진실 3종 셋트 드립을 혼자 해보았습니다. ㅋㅋㅋ
자, 그러면 현실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보겠습니다.
뭐야? 왜 이렇게 어두워?
저~ 끝에 있는 건 밥이야? 떡이야?
(갓 지은 잡곡밥이라도 촛점이 안맞으면 떡처럼 보인다는 불편한 진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인가?
("가니쉬" 랍시고 얹은 당근이 닭가슴살을 다 가려버린 불편한 진실)
어두컴컴한 그림자 좀 치워봐!
(취나물과 도라지 오이 무침은 어둠의 자식들이었다는 불편한 진실)
이건 또 어떤가요?
수박이랑 블루베리를 섞어 담았더니 제법 그럴싸... 할 뻔 했으나 이번에도 촛점은 비껴가고...
유부 초밥도 신경써서 모서리가 가운데로 모이도록 예쁘게 담으면 뭐하나요.
카메라 렌즈 보호기구 때문에 무지막지한 그림자가 생겨서 잘 보이지가 않네요.
(네, 사진이 이상한 거예요. 보시는 님들, 컴퓨터 화면 탓이 아닙니다.)
이게 바로...
불편한 진실...
아니, 불편한 현실 입니다... ㅋㅋㅋ
더욱 슬픈 현실을 알려드릴까요?
사진이 저렇게 엉망인 줄 알면서도, 다시 찍을 시간이 없어서 뚜껑덮어 보내버린 것...
(나쁜 사람~~ 나쁜 사람~~)
저녁에 퇴근한 도시락 먹은 자 에게 맛이 어떻더냐고 물었더니...
뭔 딴 일 하면서 밥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안난다는 대답을...
(나쁜 사람~~~ 나쁜 사람~~~ 맛도 모르면서 도시락은 왜 먹니~~~ 그냥 굶지~~~~)
자, 그럼 리얼리티 쇼는 이만 마치기로 하고...
오늘의 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Soup du Jour 이건 프랑스어
Soup of the Day 이건 영어
여름방학 동안 여러 가지 숩 만들어먹기 프로젝트에서 가장 첫 번째 낙점을 받은 숩은 바로 이탤리언 웨딩 숩 입니다.
처음에 이 음식의 이름을 들었을 때, '아, 이태리 사람들도 결혼식에 먹는 특별한 음식이 있구나, 우리 나라의 잔치국수 처럼!' 하고 제멋대로 생각을 했더랬어요.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음식의 유래는 결혼식과는 아무 상관이 없네요.
이태리어로 minestra maritata 라는 이름인데 이걸 영어로 직역하면 married soup 이 되고, 그 진짜 뜻은 야채와 고기가 결혼한 듯, 잘 어울리는 맛을 만들어내는 숩이다! 하는 뜻이라고 해요.
그런데 매리드 숩 이라는 말이 와전되어서 웨딩 숩 이 되어버린거죠.
이건 제 닉네임이 소년공원이 된 것과 상당히 흡사한 메커니즘이라는... ㅋㅋㅋ
이탤리언 웨딩 숩의 재료는 딱히 이것과 저것 하고 정해지지는 않았대요.
그저 푸른잎의 이태리 채소 두어가지, 당근, 그리고 밋볼이 들어갑니다.
참, 파스타도 들어가는데, 그것도 이거다! 하고 딱 정해진 것만을 쓰는 건 아니지만, 많은 요리책에서 오르조 를 권하더군요. 꼭 쌀처럼 생겼죠?
제가 사용한 재료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노무 카메라 렌즈 보호기구! 당장 떼버릴테다!!)
쇠고기 육수 (원래는 닭고기 육수를 쓰는데, 집에 이것밖에 없어서... 쿨럭)
케일, 엔다이브, 당근, 그리고 시판 밋볼 이탤리언 스타일...
엔다이브는 꼭 배추속 같이 생겼는데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생겼어요.
조리법은?
그냥 다 넣고 끓인다. 재료가 다 익을 때까지 푸욱~
너무 쉽죠?
전 리얼리티 충만한 녀자라, 만들기 쉬운 요리 좋아해효! ㅋㅋㅋ
미쿡 사람들은 숩에 크래커를 잘게 부숴 넣거나, 빵과 함께 먹고, 그걸로 한끼 식사를 삼더군요.
물론 전채요리부터 메인디쉬... 이렇게 풀코스로 먹을 때도 숩을 곁들이지만, 리얼리티 충만한 사람들 (주로 제 동료 교수들) 은 점심에 샐러드 "만" 싸오거나 숩 "만" 싸와서 먹더라구요. 점심은 그렇게 가볍게 먹고, 저녁은 집에 가서 가족과 함께 거하게 먹나봐요.
그러고보니, 도시락 싸는 것에도 재미난 문화차이가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도) 어떻게 하면 음식을 따뜻하게 보관할까 하는 것이 주요 이슈인데 - 심지어 여름철에도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게 보관해서 먹으려고 하지요 - 미쿡 사람들의 도시락 통과 가방을 보면 음식을 차게 유지하기 위해서만 노력해요. 도시락에 함께 넣을 얼음팩도 일부러 준비하구요.
국물이 많은 한국 음식을 담을 한국 도시락통은 밀폐용기가 많지만,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주로 담는 미국 도시락통은 밀폐는 커녕, 허술하게 그냥 덮기만 하는 뚜껑이 달려있을 뿐이죠.
도시락지원맘 님의 레고 도시락을 보고 지름신이 강림하시어 저도 코난군을 위해 한 셋트 질러두었는데요 (코난군은 그동안 어린이집 급식을 먹어서 도시락이 필요없었는데, 9월부터는 초등학교에 가기 때문에 도시락을 매일 싸주어야 하거든요), 마침 남편의 도시락가방도 너덜너덜 오래되어서 그것도 새로 사려고 폭풍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한미 도시락 문화 차이 였습니다.
"안"혐오사진 있음
(지난 번에 낚이신 분들, 죄송해요 :-)
(그래도 자유게시판에서 언급되는 - 키친토크 게시판 스타들이나 경험한다는 - 영광을 다 누려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