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초대를 했어요..
그것도 무려 주말 아침식사를 말이에요..
처음엔 그냥 항상 먹는 밥상에 숟가락만 더 얹자고 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막상 손님을 불러 놓고 그게 되나요?
그래서.. 일단 닭찜을 하고..
도토리 묵도 무치고
손님 초대에 잡채는 기본
고사리 콩나물 무나물 시금치 호박나물 등 5가지 나물에
제육 볶음
모듬 생선구이를 기본으로 준비했고요..
사라다 (샐러드 아님)에
새우 냉채정도는 차려 줘야 손님상이죠..
그리고 조기 왼쪽에 짤렸는데 부추에 갑오징어를 도톰하게 썰어 넣은 지짐이도 준비했답니다.
이 손님들.. 도데체 경우가 있는 사람들인지 없는 사람들인지.
토요일 아침 9시 부터 남의 집을 온다고 하네요..
그래도 뭐.. 임신 8개월 산모라니.. 좋은 마음으로 며칠 전부터 메뉴를 구상하고 장을 보고 미리 재료를 다듬었어요..
하나하나 산모가 맛있게 먹고 뱃속의 아이도 행복해 하기를 바라는 외할머니의 마음으로 말이죠..
세상에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운 산모가.. 앉은 자리에서 과일에 피자까지 흡입하네요..
또띠아에 직접 만든 피자소스를 발라서 대충 구워줬는데도 비쥬얼이 레스토랑 급이라며..
그래서 갈무리 해두었던 피자소스도 한병 챙겨보냈답니다.. 젓갈 아니에요..
여행길이라.. 잡채며.. 반찬을 좀 싸보내고 싶었는데.. 못 싸준것이 영 마음에 계속 걸리네요..
멀리 부산까지 온다는데.. 오가는 길에 무거운 몸때문에 힘들지나 않을지 걱정도 많이 되고..
임신 8개월 만삭 산모인데.. 뭘 해줘야 맛있게 먹을까.. 또 그 남편분의 입맛에는 잘 맛을까.. 고민도 되고..
토요일 아침에 우리 집까지 초행길인데 잘 찾아올까 염려도 되고..
며칠 전부터 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기분 좋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82cook에서의 인연 하나하나가 참 특별하고 소중하다.
이상 멀리 부산의 보라돌이 맘님의 일기를 저 고독이가 대필하였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 밥상.. 왠지 눈에 익으시죠?
제가 차린 밥상일리가 절대 없고요..
보라돌이맘님께서 차려주신 밥상입니다.
부산여행 계획이 있어.. 보라돌이맘님께 쪽지를 드렸더니.. 이렇게 그 유명한 보라돌이맘님의 집밥을 먹어볼 기회를 마련해 주셨답니다.
실은 처음부터 집으로 (그것도 무려 토요일 아침부터) 방문하기로 한것은 아니었는데.. 보라돌이맘님께서.. 뱃속의 아기와 만삭의 산모를 위해 따듯한 밥 한끼 차려주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결례를 무릅쓰고.. 토요일 아침부터 (저희 스케쥴에 맞추다 보니) 방문하게 되었답니다.
보라돌이맘님은 평소에 포스팅에서 느껴지는 그 낮고 겸손한 마음..진솔한 삶의 자세.. 와 실제 모습이 100% 일치하는 분이셨어요.. 예의 바르고 차분하던 예인이 예본이의 모습에서도 또래의 비슷한 아이들과는 많이 다른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부모님과 깊은 애착관계를 가지고 있는 모습을 엿볼수 있었어요..
호의 라는 것이.. 찰나의 노력과 좋은 마음으로 가능한 호의도 있지만.. 오랜 시간의 정성과 노력이 소요되는 호의라면 선뜻 남에게 베풀 결심을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하게 되었습니다.. 초면이고..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만난 지인에게도 이렇게 쉽지 않은 호의를 베푸시는 보라돌이맘님을 보며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날이었어요..
그리고 함께 자리하신 82cook의 오랜 회원 가브리엘라 님도 반가웠습니다. (요즘은 주로 자유게시판에서 점두개님으로 활동하신다고..^^) 우리 82cook회원들은 왠지 분위기가 남달라요..
부산 여행 정보도 많이 주신 꿈꾸다님도 고마웠어요.. 함께 보라돌이맘님 밥상 받았으면 더좋았을걸요.. 아쉬워요..
82cook 격하게 스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