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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까지: 박사 세 명이 모이면 이러고 놀아요 ^__^

| 조회수 : 19,051 | 추천수 : 4
작성일 : 2013-04-29 02:57:33
오~~랜만에 찾아온 키친토크 게시판입니다.
이번 학기도 어김없이 바쁘고 정신없었지만 그럭저럭 끝자락이 보이고...
학생들은 이제부터 기말 과제 발표며 제출때문에 바쁘겠지만 상대적으로 교수들은 조금 한가한 주말을 즐길 여유가 생기는 시기입니다. 물론, 학기말이 끝나면 그 산더미같은 과제 채점 때문에 더더욱 바빠지지만요.

저희 동네와 길 하나 건너 주택가에 사시는 동료 교수님이 마실을 오셨어요.
여유로운 주말이기도 해서 모처럼 커피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오늘 고른 품종은 콜롬비아 탠저린 커피인데, 달콤한 향이 강하다는군요.


아직 로스팅 하기 전의 커피빈은 메주콩이랑 크기와 색깔이 비슷해요.


이런저런 기계를 새로이 사용해보길 좋아하는 코난아범이 얼마전에 구입한 로스팅 팬이예요.
볶는 중에 커피콩 껍질이 마구 흩날리게 되므로, 야외에서 사용하는 것을 강추합니다.
시간도 제법 걸리니까 아그들 단도리도 미리 해두어야 하지요. (둘리양, 넌 꼼짝없이 잡혔어! ㅋㅋㅋ)


중간불과 약한불을 오가며 슬슬 볶기 시작한지 2-3분이 지나면
톡~ 톡~ 하고 튀는 소리가 나면서 콩껍질이 분리되기 시작해요.
색깔도 노르스름하게 변하구요.
이 때 후~~~ 하고 불어주면 콩껍질은 저절로 다 날아가버리고 콩알맹이만 남아요.


콜럼비아 탠저린은 에스프레소 용으로 아주 좋다는데, 정말로 이렇게 윤기가 반질반질 흐르는 빈이 되었어요.
10분 정도 더 로스팅해서 얻은 색깔이지요.


어느 정도 화력에 몇 분이나 로스팅을 했는지, 지난 번 다른 품종은 이보다 더 약한 불에 더 오래 로스팅을 했었고,
커피빈의 색깔이 이번과 달랐고, 에스프레스용과 그냥 커피빈이 핸드밀로 갈았을 때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등등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우리 부부와 이교수님...
(사진속에는 제가 없어요. 저는 찍사...)


요즘 바리스타 놀이에 흠뻑 빠진 제 남편...


나도 한 번 해보자며 핸드밀을 돌리시던 이교수님...


이 핸드밀이 전에 쓰전 블랙앤데커 보다 훨씬 더 맛있게 갈아지더군요.
단 하나 단점은 뚜껑이 없어서, 반항적인 커피빈이 탈출을 하곤 한다는 것.
그래서 프링글스 뚜껑을 활용해서 덮개를 만들어 씌웠어요.


몇 백 달러짜리 전기로 작동하는 에스프레소 메이커를 구경하다가,
이건 값이 무척 싸다며 좋~~다고 구입했던 비알레티 주전자...
그런데 알고보니 비알레티 상표 아닌 것은 더 싼 것도 있더라는 반전...


아래에 있는 물이 끓으면 커피를 거쳐서 위로 올라간다고 손가락질로 가르쳐주고 있는 비알레티 주전자 그림.


바리스타 남편은 우유 거품으로 카페라테를 만드는 재주까지 익혔으나,
오늘은 콜롬비아 탠저린을 처음으로 맛보는 날이므로
원래의 순수한 맛과 향을 감상하려고 그냥 에스프레소를 만들었어요.


한 잔 마시면서 향이 어떻네, 맛이 어떻네, 카페인 함량이 어떻더라네...
하며 또 수다 삼매경 중인 세 사람.
가방끈들이 길어서 그런가...
시시콜콜 커피 한 잔에서도 이런저런 변인 분석과 결론 도출 등의 리서치를 하며 놀았다는...


에스프레소는 잔이 작아서 자꾸만 더 따라서 마셔줘야 하지요.


다음 주가 지나고, 폭풍 채점과 성적처리 기간이 지나면 또 오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소년공원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3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명씨는밴여사
    '13.4.29 4:15 AM

    병원에서 갓 태어난 사진을 본 것이 엊그제인 듯한데 둘리양이 벌써 저리 잘 컷군요. 코난군도 잘 있지요?
    소년공원님도 겨슷님? 세 분의 박사님이 모여 커피 연구라도 하시는 모양.
    로스팅 팬, 깨 볶아도 좋을 것 같아요.

  • 소년공원
    '13.4.29 10:20 PM

    맞아요... 둘리양이 벌써 한 살이 되었으니, 그 "엊그제" 가 벌써 일 년도 더 지난 일이네요.
    코난군은 올 가을에 킨더가든 입학이예요.

    깨 볶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주부라면 누구나 드나봐요 ㅎㅎㅎ
    저희 동네 다른 분도 똑같은 논평을 하시더라는 ㅋㅋㅋ

    그런데 제가 생깨를 볶을 시간과 정성은 아직 부족해서리...

  • 2. remy
    '13.4.29 7:25 AM

    지겨워서 고개 빼고 탈출을 시도하려는 둘리양의 표정이 귀여워요...ㅎㅎ
    커피..............
    아.. 꾹꾹 참고 있는데 한잔 땡겨봐야겠어요..
    모카포트는 저럼한 것도 있지만 비알레띠가 좋아요.
    스팀통에서 몰이 올라오는 온도가 중요하니까요..
    다른 저렴이들이나 스탠, 도자기들도 많은데 여러모로 경함한 분들이
    그래도 역시 비알레띠라고 하네요..

  • 소년공원
    '13.4.29 10:21 PM

    아니, 그 좋은 커피를 왜 꾹꾹 참고 계세요?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커피만큼은 절대로 참거나 사양하지 않아요.
    둘리양 임신했을 때도 평소처럼 커피를 마셨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더라구요.

    스텐레스나 도자기로 만든 모카팟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졌어요...

  • 3. 레이크 뷰
    '13.4.29 8:08 AM

    교수님들은 놀 때 이러고 노시는군요.

    잠깐 머리 식힌다고 인터넷 클릭하자마자 본 글이 소년공원님 글이었으니,
    기말고사와 숙제로 바쁜 이 늙은 학생, 살짝 부러우면서 약오릅니다. ㅎㅎㅎ

    둘리양 오빠랑 똑같이 생겨서 오빠가 아주 이뻐하겠어요. ^^

  • 소년공원
    '13.4.29 10:23 PM

    레이크 뷰 님...
    아마도 몇 년 전의 제 모습을 보는 듯... ㅎㅎㅎ

    저도 서른 나이에 먼나라에 유학와서 대학원 공부하면서, 저보다 세 살 많은 분은 지도교수님으로 모시고, 공부하랴, 강의하랴, 연구하랴, 정신없던 그 시절에...
    교수가 되면 태평성대를 누릴 줄만 알았지요... ㅎㅎㅎ
    지나고보면 학생이던 그 시절이 또 그리워져요.

  • 4. 미모로 애국
    '13.4.29 8:13 AM

    로스팅할 때 날리는 커피 껍질은 정말....
    제 언니도 집에서 직접 로스팅하는데 껍질때문에 오븐으로 로스팅하더라고요.

    한국 안놀러오세요? ^ㅁ^

  • 소년공원
    '13.4.29 10:25 PM

    아, 반가운 미모로 애국 님!!
    정말 오랜만에 뵈어요.

    한국에 놀러가고픈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두 아이를 데리고 가려지 비행기값만 천 만원이 들게 생겼네요...
    열심히 저축해서 한 번 놀려갈께요.

  • 5. 털뭉치
    '13.4.29 11:58 AM

    남편이 출장길에 사다 준 비알레띠 덕분에 요즘 에스프레소 제대로 마시고 있어요.
    브라질식 에스프레소는 진하게 뽑아서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시는데
    옛날 뽑기 국자를 헹군 물 맛 같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난답니다.
    둘리양이랑 코난군 한국 놀러 언제오나요?

  • 소년공원
    '13.4.29 10:26 PM

    캬하하...
    뽑기 국자 헹군 물 맛이라니...
    가히 언어 유희의 연금술사 이십니다!

    브라질 에스프레소라...
    저희 부부가 요즘 브라질 음악에 푹 빠졌거든요...
    요건 또 새로운 시도를 해볼만한 거네요...

  • 6. 미스티
    '13.4.29 12:42 PM

    커피맛이 정말 좋을것 같아요
    저도 커피를 배우고 있는데 로스팅 팬이 아주 괜찮네요~
    어디서 구입하셨는지 정확한 명칭이 무언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저도 하나 구입했으면 합니다.
    공개가 어려우시면 쪽지로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 소년공원
    '13.4.29 10:28 PM

    로스팅 팬은 아마존 닷 컴에서 구입했어요.
    저희 가족은 아마존 닷컴의 절친이랍니다... ㅎㅎㅎ
    roasting pan 이렇게 쳐넣고 검색하시면 여러 가지 모델이 검색될 거예요.

  • 7. 소연
    '13.4.29 1:06 PM

    나도 비알레띠 이런거있음..커피 뽑구 잘 말려 놓으셔야해요.. 안그러면 알미늄이라서 부식되드라구요..
    왠만한 커피머신 보다.. 비알레띠 포트 강추..

  • 소년공원
    '13.4.29 10:28 PM

    네...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비알레티 저도 살앙해효 ^__^

  • 8. 피치피치
    '13.4.29 1:16 PM

    저 커피를 호르륵~~ 마시고 싶네요^^

  • 소년공원
    '13.4.29 10:29 PM

    호르륵~~
    저 쬐그만 잔으로 마시면 정말 그런 소리가 나겠네요.

  • 9. 심플리
    '13.4.29 1:20 PM

    이런 학구적인 분위기 너무 좋아요~
    커피빈 볶는 것부터 에스프레소로 마시기까지 잘 보았습니다.
    신선한 에스프레소 한잔 마시고 싶네요^^

  • 소년공원
    '13.4.29 10:30 PM

    학구적인 분위기... 라고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일종의 직업병... 이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 10. 행복한 집
    '13.4.29 1:22 PM

    역시 커피는 에소지요!
    로스터냄비다 탐나네요.
    저두 요새 커피에 홀릭한다고 집이 그라인더로 넘칩니다.

  • 소년공원
    '13.4.29 10:31 PM

    그렇죠? 커피에 설탕이나 프림을 넣으면 원래의 커피맛이 가려지는 느낌이라 저도 꼭 블랙으로 마셔요.

  • 11. 쎄뇨라팍
    '13.4.29 2:12 PM

    ^^
    아!!!!!!!!!!!!교수님이셨군요?
    역시, 매사에 분석적인분이라 생각했었죠 ㅎㅎ
    전..스텐레스 모카포트 사용하지요
    로스팅팬 급 갖고싶어졌어요.....ㅜㅜ

  • 소년공원
    '13.4.29 10:32 PM

    아앗, 제가 궁금한 스텐레스 팟을 가지고 계신 분이군요.
    제 짐작에 스펜레스 팟은 물이 끓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좀 더 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관리는 편하겠지요?
    알루미늄이 치매를 유발한다더라 하는 후덜덜한 정보로부터 안전하기도 하구요...?

    로스팅팬은 아마존 닷 컴에서 검색해보고 구입한 거예요.

  • 12. 김명진
    '13.4.29 2:17 PM

    저 15주차 답보에요.
    13,14,15 3주동안 게을러지고 ㅠㅠ
    아아 초심으로 돌아 가고 싶어여.
    흑흑

    에스프에소 한잔에 정신이 번쩍 날까요?

  • 소년공원
    '13.4.29 10:34 PM

    열심히 운동하시는 김명진 님!
    저, 그 심정 잘 알아요.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성과가 보이지 않고 제자리 걸음하고 있는 듯한 그 기분...
    조금만 더 힘내세요.
    며칠만 더 지나면 쑥! 내려간 저울 눈금이 나타날 거예요!

  • 13. 자유부인
    '13.4.29 3:32 PM

    오랜만에 비알레티 보니 반갑네요.
    이탈리아에서 사온 것, 식기세척기 넣었다가
    완죤히 맛이 가서... 버렸죠.
    저도 현지에 가서 한국서 더 싸게 파는걸 비싸게
    사와서 뭥미 이랬었네요.
    세 박사님이 어떻게 노시는지 궁금해서 들어와 봤어요~^^

  • 소년공원
    '13.4.29 10:36 PM

    어머낫, 식기세척기에 넣으면 안되는 거였나요?
    몰랐어요...
    그냥 그 때 그 때 바로 씻어서 말리느라 손으로 세척했지만, 이걸 몰랐으면 언제고 저도 사고칠 뻔 했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맛이 가버린 님의 비알레티에게는 심심한 애도를...

  • 14. 루이제
    '13.4.30 2:37 PM

    커피볶는 교수님,,둘리양 사진 두세번 되돌려 봐도,,참 이뻐요.
    학구적인 커피 만드시는 모습,,정말 그자리에 함께 있었으면..부럽네요.
    않그래도 커피가 늘 고픈 저,ㅡㅡ
    한잔 흡입 간절 합니다..
    회사 매점에서 30분전에 한잔 했는데.....

  • 소년공원
    '13.5.3 9:22 PM

    솔까말...
    둘리양의 미모는 오빠인 코난군에 미치지 못해요...
    눈도 더 작고, 코도 덜 높고...
    그 갭을 애교와 예쁜짓으로 만회하려는 듯, 귀엽기는 더하네요.

    저도 님과 커피 한 잔 함께 나누고싶네요.

  • 15. 플럼스카페
    '13.5.1 8:36 PM

    다 없어!!!! 부러워 하다가 비알레띠에 눈이 번쩍^^ 합니다.
    탠저린 들어가는 거 보니 향이 마구 달큰할까요? 글 보며 냄새를 상상해 봅니다. 한 잔 박사님들 사이에서 얻어마시고 싶어지는 푼수 아줌입니다.^^*

  • 소년공원
    '13.5.3 9:26 PM

    네, 향이 무척 달콤했어요.
    저 스위트 마리아스 라고 하는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커피가 종류가 무척 많은데, 각 종류마다 나름대로 맛과 향을 설명을 다 해두었어요.
    그런데 그 설명이...
    마치 일본 드라마 신의 물방울 에 나오는 대사 수준이라...
    ㅎㅎㅎ

    그래도 거기 가면 커피에 관한 정보가 많이 었어서 재미있어요.
    관심있으시면 여기로...

    http://www.sweetmarias.com/index.php?source=top

  • 16. Janie
    '13.5.10 6:26 AM

    선배님, 저도 커피 모임에 끼워주세요. ;) 저희도 커피 좋아하지만 직접 볶는 건 생각도 못 해봤어요. 채점과 성적 처리 후딱 하시길 바래요! (전 월요일에 다 했어요. 히히.)

  • 소년공원
    '13.5.22 9:48 PM

    아이코, 제니 님께서 댓글 다신 걸 이제사 봤네요.
    ㅎㅎㅎ
    지금은 저도 채점이며 성적 보고 다 끝내고 룰루랄라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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