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생일날.
직장 다닐때는 맨날 바쁘다는 핑계로
쫌 비싼(평소보다) 곳에서 밥 사주는걸루 퉁치고
내 손으로 겨우 미역국 한 사발 끓여주면
의무를 다 한 것 같은 기분이었죠.
나이가 드니..참 미안터라구요.
친정엄마가 없는 형편에도 아빠 생신이 낑긴 주말아침
아빠 친구분들을 모셔와 함께 밥을 먹곤 하던 기억.
울 아빤 얼마나 기분이 좋으셨을까요?
난 한번도 남편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번뜩 들더군요.
작년부터 맘 먹었는데 함께 먹는 식구들이 갑자기 엄청 많아지면서
할수없이 오리고기집에서 대신 밥을 먹고 넘어갔지요.
딴에는 정성껏 차린 생일상입니다.
차돌박이 굽고
세발나물 가운데 놓아주니..차돌박이는 안먹고
세발나물만 죄 주워먹는 울 가족들땜에 좀 웃긴 했지만..
나름 잡채도 하구요.
몇가지 하진 않았지만
너무 과한 것보단 낫다 싶게
모두들 맛나게 먹어주고 남편도 매우 고마워해서..(실은 표현도 안하드라구요.)
그래도..그 맘은 아니까..ㅋㅋ
차돌박이보단 세발나물이 더 인기있었던..ㅎㅎ
영감 생일이라고 특별히
아주 특별히 피망대신 2개에 3500원 파프리카 손 덜덜 떨면서 주워담아
잡채를 했네요.ㅎ
미나리는 두부 으깨서 나물하고
그 비싼 감태도 사다 올려주구요.
생일케이크는 울 둥이가 선물대신으로 사선
지들이 거의 다 먹어치우고.
이번 생일은..조용히 우리 가족끼리 그렇게 지냈네요.
내년엔 친구들 불러다 밥도 같이 먹여주면
남편 기가 좀 더 살라나?
그래 볼려구요.
너무 기 살려주면 안되는디?ㅋㅋ
가끔 혼자 먹는 밥상입니다.
여왕처럼은 아니어도 그지처럼은 먹지 말아야쓰겄다고
다짐을 하면서..
세발나물과 참나물이 빠지지 않고 식탁에 오르네요.
드레싱소스를 많다싶게 맹글어놓고
이것저것 찬물에 휘휘 씻어서 소스 부어 와삭와삭 씹어먹으면
봄이 오고 있어요.
비름나물도 살짝 데쳐주고.
제가 공언한 것 처럼.
세상 모든 봄나물들을 죄 먹어주려고
이것저것 많이도 먹습니다.
비름나물이 참나물과 비스무리한데..맛과 향은 참나물이 낫더라구요.
비름나물은 좀 밋밋해요.ㅎㅎ
주말에 쌍둥이아들 앞세워서
냇둑으로 달래 캐러 갔어요.
울 둥이가 저 따라 나물 캐러 가는 일...언제까지 할까요?
중학교가도 할까요?
더 크기전에 많이 데리고 다녀야겠어요.
나물은 쪼매 캐고..물수제비 하느라 시간 다 보내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옆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혼자 뻘쭘히 나물 캐고 있으면 것두 얼마나 웃기겠어요?
그렇게 캔 달래는 송송 썰어서 달래장을 그득 만들어두고
달래 된장찌개도 만들어 먹구요.
머위잎을 껍질벗겨 삶아서
달래장에 슥슥 비빈 밥 한수저 푹 떠 넣어 쌈 싸먹으면
누구 향이 더 강한가 내기라도 하듯이..
달래향도 머위향도 만만치 않아요.
그래도 묘하게 어울리는 맛이예요.
봄나물이 백가지도 넘던데..그걸 다 먹을라면
한가지에 집중하면 안되는데
모든 나물들이 중독성이 있어요.ㅎㅎ
언제까지가 봄일까요?
여름오기전에 100가지 나물먹기 도전 중이예요.
오늘 저녁도 영하로 떨어지던데
뭔놈의 꽃샘추위가 망령이 났나 물러날 기미가 안보이네요.
뽀대나게 차려입고 댕기다 감기 걸리십니다.
내복도 아직 벗지 마시고..꽁꽁 껴 입으시고 댕기시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