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지난 1월에 모비우스 신드롬을 널리 알리기 위해 보라색을 입자는 글을 올렸던 이수 이모입니다.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저희 가족 모두 감동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하다가 아주아주 쉬운데 맛은 정말 최고인 레시피를 소개해 드리면 어떨까 해서 이렇게 글 올립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레시피는 초간단 초콜렛 케잌이에요. 발렌타인 데이도 지났는데 썰렁하게 웬 초콜렛 케잌이냐고요? 헤헤. 아무런 날도 아닌데 초콜렛 케잌 만들어 먹으면 웬지 무슨 날 같잖아요. ^^
작년에 제 미국 친구들이 우리 리아 태어나기 전에 베이비 샤워를 열어줬어요. 그때 한 친구가 만들어왔는데, 저 이거 한 입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꽈당~~! 근데 그 친구 말이 정말 쉽다는 거에요. 워낙에 요리하는 거 좋아하고 잘 하는 친구여서 반신반의 하면서 레시피를 물었더니, 손으로 적어둔 걸 복사해 줬어요. 가만히 읽어보니 정말 간단하더라구요. 초콜렛은 좋아하지만 베이킹은 복잡해 하시는 분들...제 말을 한 번만 믿어보시고 만들어 보세요. 재료도 별거 없어요.
사실 케잌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게 밀가루가 1큰술 밖에 안 들어가고, 완성된 케잌이 두께가 아주 얇답니다. 이걸 그 다음날 전자렌지에 5-10초 정도 살짝 데워 먹으면, 입에서 초콜렛이 사르르르 녹는 게 기분까지 업업 되지요~~초콜렛이나 단 거 별로 안 좋아하는 우리 남편도 맛있게 먹은 디저트랍니다. 과일 좋아하시는 분들은 여기다가 딸기나 라스베리 이런 베리류를 갈아서 즙을 만들어 뿌려 드시면 더 맛있다네요. 전 과일을 정말 안 좋아하는 관계로 그냥 초콜렛 케잌만 먹었어요~
레시피 나갑니다. 오븐을 220도로 예열해 주세요. 그리고는 초콜렛 (500그람 semi sweet이나 bitter sweet 초콜렛) 중탕 들어갑니다. 움푹한 냄비에 물을 끓여준 후 그 물에다가 초콜렛을 담은 그릇 (초콜렛을 직접 넣으시면 아니 되어요~! ^^)을 넣고 살살 저어주면 초콜렛이 뜨거운 물의 열기를 받아 사르르르 녹아버리죠. 초콜렛이 다 녹으면 뜨거운 물에서 그릇을 꺼내 옆에 두시고 다음 단계 들어갑니다. 여기까지 하셨으면 절반은 끝난 셈입니다!
여기서 팁 하나! 이왕이면 좀 깊은 그릇에 초콜렛을 녹여 주시는 게 좋아요. 왜냐하면 이 다음에 만들 계란 믹스를 초콜렛 녹인 거에 부을 건데, 전 그걸 미처 생각 안 하고 얕은 그릇에 했다가 일단 초콜렛 중탕할 때 물이 넘어 들어갈까 조심조심해야 하구요, 그릇 씻기 싫어 계란 믹스를 얕은 그릇에 부은 후 저어 주느라 간이 조마조마 했답니다. 그러다가 그릇 엎어져서 부엌에 다 쏟을 뻔 했어요. 그럼 저 정말 가슴을 치면서 머리를 때리면서 멍청한 제 자신을 원망했겠죠. 여러분들은 그러지 마시고 첨부터 움푹한 그릇에 초콜렛을 녹여 주세요.
실온에 두었던 계란 네 개와 설탕 한 큰술을 믹싱볼에 넣고 핸드 믹서를 가장 빠른 스피드로 맞춘 후 다다다 돌려줍니다. 이걸 충분히 10분 정도 해 주셔야 해요. 그러면 점점 더 폭신폭신한 느낌으로 변해가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이걸 충분히 안 해 주면 멀쩡한 초콜렛 녹여서 계란, 설탕 섞어서 다시 굳혀 주는 셈이 되기 때문에 케잌의 느낌이 전혀 없게 될 수 있으니, 저를 믿고 10분간 해 주세요. 10분이 생각보다 길지요? 의심 마시고 10분 해 주세요~~다 되었으면 밀가루 한 큰술을 넣어주시고 핸드 믹서를 좀 약하게 해서 밀가루가 골고루 섞일 때까지 돌려줍니다. 워낙 밀가루 양이 적어서 금방 섞여요. 이제 거의 끝났습니다.
이렇게 만든 계란+설탕+밀가루를 아까 녹여둔 초콜렛에 천천히 부어 주면서 둘이 잘 섞이게 저어 주세요. 여기는 베이킹 소다나 파우더가 안 들어가는 지라 좀 오래 저어도 전~~혀 지장 없으니, 충분히 잘 섞이게 저어 주세요.
동그란 케잌판이나 오븐에 들어가도 되는 동그란 그릇에 유산지 한 장 깔아주시고 버터칠을 살짝 해 주세요. 남은 밀가루 있으면 스윽~ 뿌려주시구요. 이게 안 되면 유산지에 케잌이 붙어 버려서 먹는데 애를 먹게 됩니다. 유산지에서 케잌이 잘 안 떨어지면 그거 떼다가 열받아서 차라리 그냥 유산지를 먹어버리겠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으니 버터칠 꼭 해 주세요. 이렇게 준비된 그릇에 위에 만들어 놓은 반죽을 주르륵 부어서 오븐에 넣은 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5분만 기다려 주세요. 오븐에서 꺼낸 후 실온에서 식힌 후 뒤집어서 케잌을 꺼내고 유산지를 떼어내면 끝! 더 빨리 식히려고 냉장고에 넣으셨다가는...케잌이 그릇에 붙어 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 그러지 말라고 적혀 있네요.
그 자리에서 드셔도 입에서 사르르 녹는 게 느무 맜있고, 일단 그릇에서 꺼낸 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그 담날 꺼내서 전자렌지 살짝 돌려서 먹어도 느무느무 맛있습니다. 저는 다 먹어 버린 후에야 사진 안 찍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하여 인터넷을 뒤져 찾은 사진입니다. 출처 밝혔으니 괜찮겠죠? 딱 이렇게 생긴 얇은 케잌이 되는데요, 보기보다 훨씬 맛있으니 기대하시면서 만들어 보세요. 그럼 맛있게 만들어 드시길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chuthis.com-
여기 하와이는 오늘도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쌀쌀한 한국에 계시는 분들께 기분 업업 되시라고 지난 주말에 찍은 하와이 사진도 한 장 올립니다. 미국에 국립묘지가 두 개 있다는데, 하나는 워싱턴 디씨에 있는 유명한 알링턴 국립묘지이고 또 하나는 하와이에 있는 좀 덜 유명한 펀치볼 국립묘지에요. 하와이 여행의 필수코스이기도 하지요. 국립묘지여서 관리도 잘 되어 있어서 산책하기 좋아요. 그래서 리아 데리고 산책 간 날 찍었어요. 하와이 오시는 분들~~꼭 한 번 가 보세요. 펀치볼 입구에서 보이는 호놀룰루 전경이 아주 멋지답니다. 근데 이렇게 쨍쨍한 날보다는 아무래도 좀 으스스한 날 따뜻한 커피와 함께 먹는 초콜렛 케잌이 더 제맛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