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명왕성 거주민 소년공원이 딸아이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유도분만으로 지난 목요일에 둘째 아이를 낳고, 오늘 토요일에 퇴원합니다.
얼른 집에 가고 싶어서 아침부터 짐싸고 채비를 다 했지만, 코난군이 베스트 프렌드의 생일 파티에 갔다가 오는 길에 저와 둘째를 집어태우고 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입원실 침대에서 이렇게 짧은 인사글을 쓰고 있어요.

제 출산은...
첫 아이 때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눈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어요.
진통을 오래 겪지 않으니, 몸도 마음도 금새 회복이 되더군요.
이렇게 멀쩡한데 친정 엄마를 모셔다가 산후조리라도 받기로 했더라면 정말 민망할 뻔 했어요.
지금 상태와 마음같아서는 - 부른 배가 꺼지고나니 훨훨 날듯이 가벼워서요 - 집에 가서 된장 간장이라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후후후
네, 네, 자제하겠습니다...
제가 명왕성 산부인과에서 주는 산모식을 찍어서 보여드리겠다고 했었는데요...
이게 아무리 봐도 너무 처량하고 명왕성에 대한 무지막지한 나쁜 인식을 심어드리게 될까봐, 그냥 어떤 음식이 나오는지 메뉴만 살짝 보여드릴께요.
일단, 호텔방 룸써비스 안내 책자처럼 이런 게 있어요.

정해진 시간 안에는 언제라도 전화로 주문해서 원하는 음식을 입원실로 배달시킬 수가 있어요. 환자는 보험으로 공짜, 보호자나 손님은 실비를 추가 부담하고 먹을 수가 있다는데, 양이 많아서 환자식 일인분으로 저랑 코난아범이랑 심지어 코난군까지 나눠 먹어도 충분한 오병이어의 기적이...

아침 식사로는 앙뜨레 한 가지, 사이드 두 가지, 과일 한 가지, 씨리얼 한 가지 (우유 포함), 빵 한 가지를 고를 수 있어요.

점심과 저녁은 앙뜨레 한 가지, 사이드 두 가지, 디저트 한 가지, 음료 한 가지를 고르는데, 앙뜨레 메뉴가 아침식사 보다 훨씬 다양하지요.


어흠....
뭐...
이렇게 먹고 싶은 것을 원하는대로 주문해서 양껏 먹을 수 있는 명왕성이 최고야...
라고 허세를 부리고 싶지만...
그 실상은...
차마 보여드릴 수 없음...
다 먹고 남은 잔해를 살짜기 보여드리면, 그 원본이 어떠했는지 대충 짐작하시리라...

아흑, 저 일회용 컵 좀 보시라요...
넙적한 개밥그릇은 다행히도 음식을 담은 것은 아니고, 식지 말고 먼지 들어가지 말라고 접시 위에 덮어주는 뚜껑입니다.
네, 명왕성 산모는 콜라를 마십니다.
그래도 뱃살을 얼른 줄이기 위해서 다이어트 콕에다가 심지어 카페인 프리를 시키는 세심함을 기울였다는... 쿨럭
밥만 먹고 배가 안차는 산모를 위해 저녁마다 배달해주는 간식입니다.
저 빨대컵에는 얼음을 한가득 채운 물을 담아다 주지요.
모유를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 저 컵으로 하루에 대여섯 잔 이상 얼음물을 마시고, 식사때마다 카페인 프리 다이어트 콕에다가, 틈나는대로 커피와 티를 마셨다는...
(불량산모라고 한심하게 보시면, 저 산후우울증에 걸려버릴거예욧! 저는 그냥 명왕성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드리고 싶을 뿐...)

그럼 마지막으로 태어난지 꼭 49시간이 된 코난군의 여동생 - 아직 그럴듯한 닉네임을 못찾았네요 - 이 인사드리며 오늘은 일단 물러갑니다.

빠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