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김장하고 남은 배추 몇 통 항아리에 넣어두고 배추쌈으로도 먹고 볶아도 먹고
무쳐서도 먹고 있습니다. 지난주 장 볼때 보니 '봄동'이 나왔던데 이 놈 때문에 집었다 놨습니다.
아직 한통쯤 남았을 겁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적당히 잘라 들기름 넣고 된장에 무쳤습니다. 실고추도 넣었고요.
오랜만의 포스팅입니다.
별로 바쁘것도 없이 꽤 뜸했습니다. 그래도 들려보곤 했답니다.
이런저런 변화가 약간 있었지만 잘 지낸다는 생존신고를 여전히 심심한 밥상으로 대신합니다. ^^*
배추쌈, 배추무침, 총각김치, 무조림, 또 김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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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
스무 살, 이제 네가 책임지는 삶이란 길을 이제 걷게 되는 구나. 환영한다.
비록 내 떠나온 스무 살은 먼 기억뿐이지만 너의 스무 살은 지금, 현재이기에 ‘우리 시대의 삶’이란 길에서
이렇게 만나게 된 걸 환영한다.
길동무에게 주는. 좀 뜬금없는 선물인가?
어쩌면 많이 실망하고 좌절하게 될까 봐.
너의 십대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미리 귀띔 해주는 팁 정도로 이해 해줘.
김예슬은 “ ‘진리’는 학점에 팔고 ‘자유’는 두려움에 팔고 ‘정의’는 이익에 팔았다.”며 자신을 가슴 벅차게 했던
그 세 단어를 스스로 팔아넘기면서 그것들이 침묵 속에 팔리는 것을 지켜보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 몸으로 하지 않은 것조차 안다고 믿고 자신을 지식 엘리트라고 착각하게 하는’ 학습중독과 자격증 중독을
경계한다. 또 스스로 경험하고 해 낸 것 없이 퇴화 되어 버린 존재로 모든 영역의 ‘소비자’가 된,
국가와 대학과 시장이 만들어 낸 인간상을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충분히 래디컬한가’라고 묻는다.
딸!
공부는 꼭 학교에서만 하는 건 아니다.
존재의 근거와 비전을 찾는 게 공부다. 그리고 현재라는 시공간에 집중하는 삶이 공부다.
공부, 공부! 참 지겨운 얘기다만 이제까지와는 다른 공부를 하려면 다른 삶을 살려면
공부가 뭔지 왜 공부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
대학생이 되서 중, 고생처럼 공부하는 건 재미도 없지만 좀 창피하잖아?
네가 20대에 하는 공부는 ‘더 이상 비교(때문에)하는 공부’가 아니었으면 한다.
‘근원적인 문제에 직면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거칠고 급진적이어도 괜찮으니까.
기억하니? 20대에 네가 가장 힘써 할 일은 ‘스승을 찾아 나서는 열정과 겸손’일 거라는 당부.
딸! 늘 묻고 또 물어라. 네 삶에 대해.
‘질문하며 스승을 찾고 배우기, 온 몸으로 실천하기.’는 아마도 공부 고수들 최고의 필살기, 초식이 아닐까 한다.
스무 살 네게 주는 첫 책 선물로 ‘김예슬 선언’을 고르고
내친김에 편지에 뭘 쓸까 궁리하느라 뒤적이던 메모장 내용이다.
2011. 12. 28일 ‘기도’라는 제목으로 써 있더구나.
“K에게 스승 복이 있기를,
스승을 찾아나서는 겸손과 열정이 가득하길…….”
오늘도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