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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때 이혼하고 싶었다

보리 조회수 : 1,476
작성일 : 2003-06-28 11:42:48
결혼생활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한두번 정도 이혼 생각해보셨을 텐데요.
저는 이제 결혼한 지 14년째입니다.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별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정도인데요.
남편에게 화가 난 적은 매우 많았죠.
특히 첫아이 낳고 나서 집에서 누워있을 때요.

남편이 날짜에 맞춰서 회사에 휴가를 내더군요.
뭔가 대단한 서비스가 있을 줄 알았어요.
친정엄마가 몸조리해줄 형편이 못되어서 우리 집으로 동생이 매일 왔다갔다하면서
아이를 돌봐주고 있었고 근처에 사시는 시어머님도 매일 오시고 있었거든요.
제 마음이 썩 편한 상황이 아니었죠.
그때 좀 많이 우울하더군요.
누군가 나를 전적으로 돌봐주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보살핌을 받는 게 아니라
오직 내 손길만 기다리는 한없이 가녀린 생명이 내게 맡겨져 있다는 사실이 괴롭더라구요.
그래서 남편의 휴가를 기대했는데,
웬걸 막상 휴가를 받아서는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뒹굴하더니
심심하다고 친구집에 놀러가더군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마누라가 환자 같은 몰골로 누워 있고 수시로 시중들어야 하는 아기가 있는데
심심하다면서 놀러가는 그 사람이 도저히 용납이 안 되더라구요.
저런 사람이랑 평생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심각하게 들데요.
꼴도 보기 싫더라구요.
그러다가 늦기 전에 이혼하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집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애낳은 지 며칠 되지 않았던 터라 몸에 맞는 옷이 없어서
헐렁한 임신복을 입고 있는 채로 어딘가로 가려고 집에 있는 돈을 다 챙겨들고
남편오기를 기다렸다가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집밖으로 나와버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오니 갈 데가 없더라구요.
부산 정도로 먼데를 가고 싶었지만 평소에도 잘 돌아다니지 않는지라
아는 데도 없고 엄두도 안 나고.
친구집이나 친정에 가자니 너무 자존심 상하고.
처량하더군요.
그래서 괜히 길거릴 돌아다니다가  동네 찻집에 들어가서 우두커니 앉아있었어요.
이혼을 하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중에 아이에게 이혼사유를 말하면 아이는 이해를 해줄까 하는 걱정도 하면서...  
어쨌든 당사자와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남편과 담판을 지으려고 맥주를 사들고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집에 남편은 없고 시어머님이 와계시더라구요.
남편은 연락을 받고 갑자기 회사에 출근을 했대요.
예상치 못한 사태에 황당해져서 손에 들고 있던 술을 신발장에 숨기고
아무일도 없엇던 것처럼 행동했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열도 식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그 노여움은 굉장히 오래갔어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나와 아이를 버려두고 놀러나갔다는 게 너무 섭섭하더라구요.
입장이 바뀌었으면 나는 절대로 그러지 않았을텐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그때의 내가 떠올라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 비참했던 심정이 생각나요.
산후 우울증 때문에 더 그랬을 거에요.
그 뒤에는 더 심한 일도 많았는데 유독 그 일만 이렇게 생생한 걸 보면.  
IP : 211.227.xxx.210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미맘
    '03.6.28 12:29 PM (211.114.xxx.201)

    저는 결혼한지 4년차인데요. 3년차때까지는 거의 매일 이혼을 꿈꾸었죠. 적당한 때와 적당한 이유와 적당한 상황을 생각하면서요.
    가장 섭섭했던때는 보리님때처럼 아이낳고 나서인거 같아요. 2주간 친정에서 몸조리하고 왔는데 밤새 아이가 보채서 한잠도 못자고 아침에야 겨우 아기 재워놓고 남편에게 입맛이 없으니 햄버거 좀 사다달라고 했어요. 물론 밥해달라고 해봤자 안해줄게 뻔하니까.
    그랬더니 이남자 계속 대답만 하고 미루더니 결국 오후4시가 되도록 TV만 보고 앉아있지 뭡니까.
    결국 폭팔했지요. 울면서 바지를 입으니 이남자 당황한 얼굴로 왜그러냐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그때 마지못해 일어나서 사왔어요. 결국 밤새고 하루종일 굶고 오후5시에 첫 식사를 했네요. 햄버거로....
    그 후로도 서운한 일을 열거하면 한이 없네요. 아이가 아파서 1주일간 입원했을때 이틀걸러 한번 병원에 오면 고작10분 앉아있다가 휙 가버리고, 퇴원하는 날은 오지도 않았어요. 아이 들쳐업고 보따리 7개 들고(1주일 입원하니 왠 짐이 그리 많아지던지...) 택시타고 집에 오는데 눈물도 안나오더라구요. 그냥 집에가서 있다가 조용히 말했죠. 같은 병실에 남자들은 이렇게 하더라. 당신은 나에게 이렇게 했다. 그냥 이혼하자. 싸우기도 싫다. 내일 같이 법원가자.
    아무말도 안하더라구요. 표정을 보니, 아니 그렇게 하는 거였어? 하는 거 같았어요.
    이남자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더라구요. 그때 알았죠. 아, 남자는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구나. 다른 남자들은 몰라도 이 남자는 가르쳐 주어야만 하는거구나.
    그때 마음을 바꿨죠. 그래서 지금은 화내지 않고 살살 가르치면서 살아요. 지금은 매우 잘한답니다. 아이한테도 잘하고 저한테도 잘하죠. 물론 잘하시는 남편분들과 비교하면 지금도 그리 썩 잘하는것은 아니지만 결혼초에 비하면 굉장히 좋아졌죠. 다행이 제 남편은 고집도 없고 성품이 매우 온순해서 웃으면서 부탁하면 거절을 못해요. 그걸 이용하는 거죠. 칭찬도 팍팍하고, 당신이 최고야. 최고의 남편이야 이런 닭살멘트도 날리고...... 결혼전에는 제가 공주님처럼 살줄 알았는데, 이제는 능구렁이 무수리가 된것 같아요. 에고 .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냥 내 팔자려니 하고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보리님, 눈물을 거두세요.(무슨 노래말 같네요.) 남편에게 기대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하지 맙시다. 그리고 다른 남편들이 잘하는 것을 우리 남편은 안해줘도, 때로는 남보다 더 나은 면을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걸로 위안을 삼고요.
    저는 그래서 마누라는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고 싶어요. 제 주변을 봐도 마누라의 끝없는 용기와 이해심으로 가정이 화목하게 유지되는 모습을 많이 보잖아요. 우리도 위대한 마누라가 되보죠.

  • 2. 딸셋엄마
    '03.6.28 9:05 PM (220.127.xxx.219)

    미미맘님!
    참으로 현명하십니다요~`
    저는 딸만 있는 엄마로서, 아들가지신 분들에게 간곡히 바라옵니다.
    제발 아드님 키우실때 , 모든걸 다 해다 바치시며 왕자님으로는 키우지 는 말아주십시요.
    거기다가 어떻게 하야 여자들을 위해주는건지 가르쳐주시면 더 바랄나위없고...

  • 3. 꽃게
    '03.6.28 9:21 PM (211.168.xxx.249)

    딸셋어머님
    명심하고 노력해서 키우고 있습니다.
    전 아들에게 협박합니다.
    아버지처럼 하면 결혼도 못해. 그리고 결혼해도 여자가 이혼하자고 할 걸???
    어머니 세대만 해도 아버지 봐주고 살아주지만 네들세대는 어림도 없다.

  • 4. 초짜주부
    '03.6.28 10:02 PM (211.61.xxx.174)

    ㅎㅎㅎ...이제 다른 시대가 올거란걸 꽃게님같은 훌륭하신 어머님들 통해서 느끼고 참 기분이 좋네여...너무나 절 이해해 주시고...화통하신 저희 시어머님 께서도..."우리아들.." 이란 고유명사(?)
    사용하실때 있어서...가끔 쓸슬하거든여~^^

  • 5. jasmine
    '03.6.28 10:28 PM (211.204.xxx.149)

    저희집두 아들은 머슴, 딸은 공주입니다. 식사때마다 수저 놓고 물컵 놓는건 아들입니다. 무거운 것 차에 놓았다가 울 아들 오면 엄만 여자라 힘들다고 들여오게 만들고, 지 방 청소, 빨래 분리하기, 지 실내화 빨기....목표는 소박하지만, 울 아들 이혼안 당하고 사랑받게 해주고 울딸도 대우받고 살게 해주려고....

    딸셋 엄마님, 요즘 엄마들은 모두 이렇게 키울겁니다. 아들만 가진 엄마들 요즘 잠도 잘 못자요. 길에서 객사할까봐......ㅎㅎ

    우리도 힘들지만 우리 남편들도 그 엄마들의 희생양이죠. 왜 결혼생활이 힘든지도 모르고 마찬가지로 힘이 들테니.......자기들두 마눌 힘들게 하면서........우린 아들들 정말 잘 키웁시다!!!!!

  • 6. 채린
    '03.6.29 12:33 AM (216.232.xxx.53)

    저도 동감합니다...저희 아들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살림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다행히 장보기, 요리를 좋아하지만, 청소나 빨래를 싫어해서 달래가면서 시키죠..."다 널 위해서야..."하면서 말입니다. 정말로 마마보이는 이혼의 지름길입니다....네, 정말 아내를 지몸 보다 아끼는 멋진 아들들로 키워봅시다....결혼하자마자, 남편은 포기했지만, 아들만은 남편처럼 안키우리라고 정말 다짐에 다짐을 했답니다^^

  • 7. arete
    '03.6.29 1:06 AM (61.104.xxx.230)

    쟈스민님,채린님 과 동감입니다.
    저도 집에서 뭐든 아들을 시킵니다.
    이땅의 남자들을 모두 사랑받는 남편으로 .....헤헤헤
    (지 아빠같으면 안돼죠. 정말 나니까 살아주지...호호)

  • 8. 민미
    '03.6.29 4:40 PM (220.117.xxx.135)

    왜 아들은 머슴이고 딸은 공주죠?
    똑같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아들 하나뿐이어서 걱정이 되는군요.
    아들 하나만 키우면 나중에 찬밥 신세가 되는 건가요?
    아들 잘 키우는 게 뭔지... 잘 모르겠네요.

  • 9. 아들을
    '03.6.30 10:22 AM (211.180.xxx.61)

    왕자로 키우지말란 얘깁니다.
    나도 딸만 둘인데, 꼭 밥잘하고 부억일 잘하는 사위볼겁니다!!!

  • 10. 착각
    '03.6.30 1:02 PM (220.120.xxx.153)

    저는 아들만 있습니다만 공주증후군 아내가 사랑받는다는건 착각이 아닐까요?
    아들들을 집안일을 시키려고 노력은 하지요. 서로 도우면서 살수 있도록.
    그러나 공주증후군며느리는 절대사절입니다.

  • 11. 착각님에 동감
    '03.6.30 5:14 PM (211.204.xxx.218)

    맞벌이를 한다면 모를까, 전업주부이면서 남편이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퇴근 후 집안 일 시키면 전 딸이라도 그렇게 못하게 합니다.
    전 남편이 퇴근하면 집에선 손끝 하나 까딱 안하게 합니다. 남자가 무조건 집안 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요.같이 도와가면 산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거 아닌가요?
    저 또한 우리 아들이 나중애 손끝에 물 안 묻히길 바라는 공주병 며느리에 뒤에서 그걸 부추기는 장모 볼까 무섭습니다.

  • 12. 답답
    '03.6.30 6:18 PM (211.180.xxx.61)

    위의 여러 댓글들, 또는 게시판의 다른 여러 맞벌이 혹은 전업주부들이 가사로 힘들어하는
    내용을 보고도 모르십니까?
    아내가 힘들어하는거, 몰라서(머리가 모자란지) 못 도와주고,
    알면서도 귀찬아서, 이기심에서 모른척하고, 그런 남자들이 요즘에도 얼마나 많습니까?
    왜 결혼했다고해서 밥,빨래, 설거지, 청소, 임신,출산, 육아, 심지어는 애 맡기고, 찾아오기등을
    모두 여자가 도맡아 해야되나요? 그들중 대다수는 결혼전에, 남자들이랑 똑같이 살았습니다.
    즉, 엄마가 차려주는 밥먹고, 학교나 다니고, 회사나다니면서 말입니다.
    그러다가 결혼만 하면 자동으로 만능 수퍼 울트라 주부가되나요?

  • 13. 민미
    '03.7.1 9:53 AM (220.117.xxx.135)

    뭔가 너무 극으로만 치닫는 것 같아서 안타깝네요.
    우리들이 가사일에 너무 무심한 남편을 둔 덕에 자녀 양육에 있어서 역풍이 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 생각은 아들과 딸을 똑같이 키우잔 건데...서로 힘들 땐 도와줄 수 있고, 마음의 여유도 있어야겠지요.
    꼭 아들에게 가사를 가르쳐야 한다고는 생각 안 해요.
    딸들은 안 시키고 아들은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이해가 안 되요. 그건 역차별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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