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섯까지 몇번이나 셌는 지 모릅니다.
오늘 새벽 4시30분에 일어났습니다.
kimys가 경기도 광주시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는 날입니다. kimys의 올해 첫 라운딩입니다.
어깨가 많이 아팠던 이유도 있겠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이 부담스러운 탓인지 다른 해 같았으면 벌써 몇 번 했을 것을 올해는 오늘이 처음 입니다.

4시45분 집에서 나서서 내부순환도로→동부간선도로→강변도로→수서-분당간 고속화도로→3번 국도, 이렇게 신호등 없는 길만 골라 도착해보니, 딱 50분이 걸렸습니다.
집 근처는 비가 많이 왔는데, 골프장에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비때문에 캔슬될 지 몰라,
"잠시 대기할까요?"
"아냐, 이 정도면 칠 수 있어, 어서가"
왔던 길을 되짚어서 집으로 돌아오니 6시 15분이었습니다.
맘 같아서는 골프장 근처에 있다가 끝난 후 태워오고 싶었지만, 오후에 집에서 촬영이 있는 관계로 혼자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잘 도착했다고 전화했더니, 티오프할 때는 비가 안왔는데, 비가 많이 온다네요.
모처럼의 라운딩인데 날씨가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을 원망하며, 돌아올 시간만 꼽았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시간이면 라운딩이 끝나고 샤워까지 마치는 시간이지' '점심 먹고 출발하면...'
하루종일 꾸물꾸물한 날씨 속에서 kimys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kimys의 친구들, 저더러 '열녀문을 세워줘야 한다'고 많이 놀렸습니다.
수원 용인 광주 일대의 어지간한 골프장을 새벽같이 태워다 주고 사라진다고요.
"이 사람, 운전을 못하잖아요!!"라고 변명을 해보지만, 모두들 자기네 와이프는 택도 없다고...
어버이날 같이 점심을 먹던 막내동서도 그러네요.
'사랑을 느끼는 화학물질의 유효기간은 30개월이라는데 형님은 참 이상하다'고...
어떤 사람들은 그래요, kimys는 웬 복이 그리 많냐고.
어쩌면 제가 좀 유별나게 구는 건지도 모르고, 아니면 kimys가 복많은 남자일수도 있고요.
암튼 이 나이가 되도록 닭살스럽게 살면서 남의 염장이나 지르는게 좀 남사스럽긴 합니다.
물론 우리 부부도 가끔은 의견충돌을 빚기도 합니다. 요즘은 별로 그런 일이 없지만 예전에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남의 눈에 금슬이 좋은 부부로 비치는 것은, 다른 부부들에 비해 비교적 서로를 잘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 솔직히 저보다는 kimys가 훨씬 저를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해줍니다.
제게 바위를 굴리셔도 할 수 없습니다만, 전 kimys를 존경합니다.
법 없이 살 수 있는 그 사람은 자기와 자기 아내에게만 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그럽습니다.
자기가 머물렀던 자리를 결코 더럽히는 법도 없습니다.
전 그런 kimys를 존경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kimys가 주례를 맡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신랑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신랑은 자기 본가에 대한 효도는 신부에게 맡겨두고, 신랑은 처가에 신경을 쓰세요. 장인 장모에게 효도하세요. 그러면 저절로 신부가 시부모에게 효도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kimys는 저보다 더 제 친정에 마음을 씁니다. 안부 전화도 자주하고, 식사 대접도 자주 합니다.
이건 아주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지만, 아무튼 이런 남편인데 그 사람의 생일상이나, 이런 남편을 낳아준 시어머니의 생신상을 어찌 소홀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부부간의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더욱 오래가고 더욱 소중한 것이 '존경'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끔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을 때마다, 부부간에 사랑만 있고, 존경은 모자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타깝습니다.
어린이 날을 지내면서 자녀들에게, 어버이날을 보내면서 양가 부모님들에게 마음의 표현을 다 했을 것입니다.
이젠 부부 차례입니다.
억지로 만들어내는 사랑이나 존경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이나 존경심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맨날 술이나 마시고 자정이 가까워서야 들어오고, 휴일이면 잠만 자고, 고부갈등이 있을 때 시어머니편만 들고...
존경할 건덕지가 없는데 뭘 존경하라느냐고 반문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그렇긴 하네요. 그렇다면 존경까진 아니더라도 남편의 단점은 잠시 덮어두고 장점을 찾아내보면 어떨까요?
5월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사랑이 넘치는, 웃음이 꽃피는 그런 계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씨 탓인가요, 오늘은 잔소리가 길었네요.
kimys는 6개월만의 라운딩이었는데, 공이 잘 맞았다고 기뻐합니다.
비를 맞으며, 골프채를 오랜만에 잡았는데 그렇게 잘쳤다니..., 저도 아주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