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음식을 만드는 저보다,
훨씬 더 미각이 발달해있는 사람이 바로 우리 집 kimys입니다.
주재료가 싱싱한 지,
부재료는 제대로 들어갔는지,
빠진 양념은 없는지,
제 맛이 나도록 익혔는지...
이런 것에 대해서 저보다 몇 수 위입니다.
이런 사람과 살다보니 요리솜씨가 늘 수 밖에는 없는거죠.
kimys는 음식에 대한 감각이 발달해 있는 탓인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참 많아요.
그래서 음식을 다루는 TV프로 같이 보기가 좀 그래요.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음식 같아보이면 대뜸 "저거 집에서 좀 해먹자!"하거든요.
아, 물론 제가 제 발등을 찍은거니까 할 말은 없죠!!
암튼 전엔 해먹자 소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해바쳤는데, 요새는 입으로만 해줄께 해줄께 하면서 부도수표를 마구 남발중입니다.
지난번에는 처가에 가서 장모에게 그러대요, 해준다고 해놓고 안해준 음식이 몇가지인지 셀 수도 없다고...
해달라는 음식 중 하나가 통오리구이였어요.
kimys가 특히 좋아하는 고기가 오리고기에요. 다른 고기와는 달리 지방이 몸에 축적되지 않고, 오히려 몸안의 콜레스테롤을 씻어내리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후에는 오리고기를 자주 먹으려고 노력하죠.
며칠전 TV에서 통오리구이가 나오니까, 저걸 좀 집에서 해보라는 거에요.
그래서 "통오리를 어디서 구하구?"하곤 못들은 척했는데, 어제 하나로클럽에 가니까 통오리가 있네요.
한마리 6천480원주고 집어들었어요.
사오긴 했는데, 어찌 구워야할 지...잘못했다가 냄새가 나면 어찌해야할 지...
요새 파는 오리는 산오리라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혹시나 싶더라구요.
궁리끝에 오리의 배에 양파 1개, 샐러리 1대, 파잎 2장을 넣고 거죽에는 정향과 팔각, 넛멕을 뿌려, 대여섯시간 정도 재웠어요.
오늘따라 오후 늦게, kimys의 운전기사 노릇을 할 일이 있는데 거길 다녀와서 오리를 굽기 시작하면 저녁에 못먹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전기오븐 온도는 200℃로, 시간은 100분으로 맞추고, 그냥 외출해버렸어요.
나가서 얼마나 불안하든지, 오리의 기름이 넘쳐서 열선을 더럽히지나 않았을까 근심, 닭보다 몸이 커서 잘 안익을까봐 걱정...
집에 돌아와서 현관문을 여는 순간, 걱정이 쓸데없는 것이었음을 단박에 알수 있었어요.
아, 집안 전체에 퍼져있는 맛있는 냄새...달려가 오븐을 열어보니, 잘 익어있네요.
거죽은 거의 북경오리 수준이고, 살도 부드럽고 아주 맛있게 익었어요.
밀쌈이랑 춘장은 미처 준비못한 탓에 파무침 곁들여서 자알 먹었죠.
미식가 남편의 입맛, 맞춰줘 가면서 살기, 이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그래도 새로운 요리를 한가지 성공하고 나면 그 뿌듯함이란...
오늘도 제 요리수첩에는 또하나 새 음식이 올라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