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각사를 보고 나니 난젠지와 헤이안 신궁을 다 볼 수 있을지 시간이 애매합니다. 그래도 금강산이 식후경이라고
먹을 곳을 찾아야 하는데 11명의 식성을 다 만족시키는 일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가까운 곳을 찾아가다보니
우리일행보다 하루 먼저 출발한 박쌤의 일행이 차를 마셨다는 곳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다면 일단 밥을 먹고
여기는 들어가보고 싶다, 그러면 한 곳을 포기해야 하는데 어디를 서로 머리를 모아서 헤이안 신궁은 다음 날로 미루고 난젠지에 가기로 했습니다.
일행보다 조금 빨리 걸으면서 철학자의 길에서 만나는 풍광을 담았지요. 연애의 점이라니 이렇게 친다고 해서
무엇이 잘 될리 없어도 상당히 많은 종이가 있네요.
앞치마처럼 천을 둘러놓은 것이 무슨 의미인지 산주산겐도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물어도 확실하게 의미는
모른다고 하더군요. 여기저기서 만나는 것이 재미있어서 한 장 찍었습니다.
언젠가 유적지 말고 거리 풍경만을 담으면서 여행하는 날이 온다면 그 때는 날씨가 화창할 때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한편 과연 그런 여행을 하는 날이 오긴 올 것인가 싶기도 하고요. 돌아와서 일본에서
사온 금각사, 은각사를 대비해놓은 잡지를 읽다보니 그 안에서 꽃이 흐드러지게 핀 철학자의 길이 이것봐
이런 때 와야 나의 진면목은 보는 거야 라고 유혹하는 느낌이 들어서 혼자 웃고 말았습니다.
이 곳의 정갈한 공간에서 도코노마에 놓인 한 송이 꽃과 글씨, 그리고 정원을 바라보면서 마신 한 잔의 차
여행중 특별한 휴식의 시간이 되었지요.
이 공간을 보고 있으려니 불현듯 리큐에게 물어라라는 제목의 소설이 생각납니다 .센 리큐의 마지막을 역순으로
이야기해나가는 소설인데요 마침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첫 날 교토역에서 포스터를 본 순간
영화관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요 .물론 이것도 매일 녹초가 되어서 숙소가 들어가는 바람에 이루지
못한 항목이 되고 말았네요.
잘 쉬고 나서 난젠지를 찾아 걸어가던 중 해가 바뀌는 것을 알리는 집 집마다의 표식인가 궁금해서 찍어본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