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Aladdin's bet -- 이거 사람을 어떻게 알고

| 조회수 : 1,396 | 추천수 : 0
작성일 : 2014-01-10 20:01:00

올 가을 어느날 동생이 저한테 말합니다.

"형 내가 책 사줄 테니 10만원 한도 내에서 원하는 책들 알려줘."

"응, 알았어. 언제까지 알려주면 되는데?"

"내년 초까지."

그 동안 바빠서 미루다, 지난 5일(일) 오전에 동생에 e-mail로 book list를 보냈습니다.

총 9권 (원서 1권, 나머진 한글로 된 책들).

7일(화) 동생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형, 알라딘에서 연락이 왔는데, 주문한 책 모두를 다 구하지 못하면 나머니 책들은 따로 보내야 하는 모양인데, 나머지 책들을 모두 한꺼번에 받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한 권씩이라도 구해지는대로 받아 보기를 원하는지 물어 보내. 그리고 구해지는 책들은 모두 수요일(8일) 보내준다 하니 그리 알고 있어."

"니가 알아서 해."

전화를 끊고 어떤 책(들)이 따로 늦게 도착할 지 조금 궁금했지요.

어제 목요일에 책이 도착했는데, 받을 수 없어, 책이 관리실에서 stayed overnight 했어요.

오늘 받아서 개봉해 보니 9권 모두 들어 있네요.


찬찬히 살펴 보니 그 중 한 권은 원래는 한글번역본('총 균 쇠')으로 주문한 것인데 원서(guns, germs, and steel)로 왔어요.



 
혼자 웃었습니다.

이거 원서를 못 읽는 사람이 받았다면 별 수 없이 반품하고 새로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날 어떻게 보고, 어떻게 나를 능력자라 보고,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원서를 보냈단 말인가.

"8일까지 다 구하지 못해 물어 본 것이 바로 '총 균 쇠 (guns, germs, steel)'라는 책 때문이었나 보다. 하지만 가급적 한꺼번에 다 보내고 싶어서 (한글 번역본은 일시 품절이라) 원서로 대신 보냈다 보다, 석지영 교수가 쓴 책을 번역본이 아니라 원서로 구입한 걸 보고 원서 독해 능력이 있다 판단하고 보냈다 보다" 생각했습니다.

모든 책을 한꺼번에 받아서 좋기는 한데, 걱정이 앞섭니다.

노안이 와서 깨알같이 작은 글자 읽기가 힘들거든요.

석지영씨가 쓴 책을 원서로 주문한 이유는 네이버 책 소개에서 얼핏 보니 그녀의 영어 글쓰기/표현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서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서였습니다.

   

'총 균 쇠'는 굳이 원서로 읽을 필요 없다 생각했어요. 어떤 근거로 어떤 주장을 펼치는데 얼마나 타당한지만 알고 싶어 빨리 내용 파악만 하고 싶었으니까요. 대체로 원서는, 특히 학술적인 내용이 들어 있는 원서는, 글자가 작은 경향이 있어 빨리 읽기에 지장을 받을 거라 봤거든요. 

(석지영씨 책은 드문드문 인쇄돼 있어 어느 정도의 노안도 그냥 읽을 수 있음) 

  (반면, '총 균 쇠' 원서는 글자가 빡빡함)

받아서 자꾸 쳐다 보니 처음 받았을 때 보단 눈이 조금 적응해 가는지 읽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옛날엔 457 page 짜리 원서 읽는데 시간 얼마 안 걸렸는데, 요즘엔 얼마나 걸릴지..

아 사라져 가는 실력이여~

아 스러져 가는 건강이여~

옛날엔 아무리 두꺼운 원서라도 즐겁게 읽었지만, 요즘엔 계산을 하면서 읽으니 (이런 것 알아서, 교양 넓혀서 어디에 쓰나 하는 생각함) 책읽기, 특히 원서 읽기가 주저되네요.

하지만, 원서가 도착한 건 하늘이 전갈(message)을 보낸 것일 테니 그 뜻에 충실해야겠지요?

올 겨울 아무 생각 안 하고 영어 책 읽기 열심히 해야겠지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노라제인
    '14.1.12 9:21 PM

    참 좋은 글이예요 ..대화는 제가 좋아하는 그런 화제의 대화................예쁘고 사랑 스러워요

  • 2. 감성충만
    '14.1.13 5:12 PM

    ㅎㅎㅎ 저는 한글 번역본 읽은 후 원어로 봤는데..
    한글로 잘 읽히던 명사들(나라이름 등)이 잘 안읽혀서 엄청 느리게 봤네요..
    혹시.. 이왕이면 영어지도 가지고 보셔요 ㅎㅎㅎㅎㅎㅎㅎ홓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8333 개에게 인공호흡, 살려내는 소방관 4 twotwo 2014.03.08 1,802 2
18332 [스크랩] 강아지 키우는 사람 공감 6 twotwo 2014.03.08 1,843 3
18331 촘스키 ‘한국 국민이 투쟁해서 민주주의 되찾아야’ 2 노곡지 2014.03.08 1,279 3
18330 미국 최대의 웹 커뮤니티 사이트인 ‘토픽스(topix)’ 한국 .. 노곡지 2014.03.08 1,347 4
18329 고양이 하소연(?)입니다 3 왕비-꽈 2014.03.08 2,221 0
18328 성인용품 택배로 시켰을때 공감 5 twotwo 2014.03.06 4,696 2
18327 시바견 5 twotwo 2014.03.06 4,006 3
18326 벌써일년 11 미소정원 2014.03.06 2,706 4
18325 "너무 추워" 화롯불 앞에 모인 귀여운 강아.. 5 twotwo 2014.03.06 2,949 2
18324 국민을 봉으로 아는 박근혜정부 7 twotwo 2014.03.06 4,253 15
18323 경칩 4 쉐어그린 2014.03.06 1,147 1
18322 귀여운 동물짤 8 twotwo 2014.03.04 3,051 5
18321 개 키우는사람 공감 10 twotwo 2014.03.04 3,212 3
18320 왜긴 왜야 내가 고양이니까지 9 twotwo 2014.03.04 4,270 5
18319 계란화분 2 청아랑 2014.03.04 1,746 0
18318 늦게 데뷔한 김에 사진 왕창 풀어봅니다~웅이예요ㅎㅎㅎ 13 사월의비 2014.03.04 3,208 6
18317 서당개 3개월 12 쉐어그린 2014.03.03 2,946 4
18316 웅이 사진 2탄입니다ㅎㅎ 12 사월의비 2014.03.03 3,371 4
18315 웅어멈이예요...리트리버 웅이 사진 대방출ㅎㅎㅎ 29 사월의비 2014.03.03 3,596 5
18314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알려지지 않는 미스테리 3 twotwo 2014.03.02 3,721 1
18313 전 세계에서 가장 멋진 지하 경관 Top10 1 twotwo 2014.03.02 2,291 0
18312 철학박사 강신주 " 인문학자들이 자본주의 비판하는 이유.. 3 twotwo 2014.03.02 2,260 5
18311 [스크랩]손의 십계명 3 twotwo 2014.03.01 1,730 2
18310 아가야 내일이 3.1절이란다 2 twotwo 2014.02.28 1,515 5
18309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2 소꿉칭구.무주심 2014.02.28 1,25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