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전시를 다 보고 나서 드디어 정원으로 나섰습니다.
정원이라고 말하지만 돌아보면서 이것이 아무리 사업가라고 해도 한 개인의 정원이었다니 부럽다기 보다는
어이가 없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물론 이런 정원을 가꾸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수고를 했을 것이고요.
도쿄의 한복판 아오야마에서 이런 초록의 공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메이지 신궁이나
공원, 황궁 정원등에서도 녹지를 만나긴 했지만 이런 곳은 공공 공간이어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네즈미술관은
미술관으로 들어온 곳인데 미리 정원이 좋다고 말은 들었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공간이라서 멍한 느낌도 들었고요.
이런 곳에 오면 여행객이 아니라면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더라고요. 하루 정도 시간내서 정말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들고 정자를 찾아서 읽다가 마음이 동하면 다시 전시실로 들어가고, 눈이 피로하면 숲처럼 우거진
나무를 통과해서 길을 찾아서 걸어보고
오늘 밤 화요일 역사 교실 아이들과 수업을 마치고 갠지즈강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인도의 옛
이야기를 읽다보니 이왕이면 조금 더 실감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요. 그런데 갠지즈강에 모여든 사람들을 보고
있으려니 그들이 갖고 있는 갠지즈강의 신에 대한 강렬한 믿음으로 인해서 갑자기 마음속에 이상한 변화가
생긴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겐 사라진 강렬하고 순수한 믿음, 그래서일까요? 정원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고
있으려니 저는 이것을 미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지 실제로 만들어졌을 당시의 절절한 마음은 과연 나에게
닿고 있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네요.
또 하나는 공간이 너무 클 경우 역량이 부족해서 큰 공간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는 사진을 찍는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 이것은 큰 건축물을 찍을 때도 역시 느끼는 것인데 다음에 제대로 물어보고 지도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싶네요.
너무 익숙한 느낌이라 팻말을 보니 조선문인상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화가 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묘한 감정이 드는 것에 당황스럽더군요. 중국의 청동기를 모은 방에서는 이 미술관 설립자의 안목에 놀랍더니
조선 문인상앞에서는 판단자체가 객관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지요.
이 정원안의 많은 유물들이 사실은 원래 만들어진 의도와 전혀 다른 공간에 있게 되었겠지요?
사진 정리하다 보니 한이 없군요.그 때 그 자리에서 제가 느낀 흥분이 사진기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느낌이네요.
나머지 사진은 제 기억속에 넣고 다시 돌아나와서 거꾸로 보는 미술관
들어올 때의 이 길과 이 곳을 나설 때의 길,같은 공간인데 느낌은 사뭇 다르네요. 언젠가 붓꽃이 피는 계절에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나서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