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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마음에 짐이 생겼습니다. (고양이)(글 깁니다. 죄송합니다.)

| 조회수 : 3,062 | 추천수 : 4
작성일 : 2013-10-08 08:13:45
1층에 살고 화단이 오목하게 들어가있는 이중화단인데다 가장자리로 나무가 둘러져 있어서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길고양이들의 밥을 주기에 아주 좋은 장소가 되었습니다.
제 집앞. 제 베란다 앞이다 보니까요.

3년? 그쯤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늘 주문하는 사료양은 동일하고 
오는 녀석만 오는건지 개체수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는 멤버는 변하네요.
첫해에 대거 변했고 2년째 비슷한 아이들이 옵니다만
최근 새로운 아이가 보이기도해요.

길냥이들이 와서 밥을 먹으면 우리 고양이들은 안에서 가만히 바라보고있는데
최근엔 창가까지 와서 시비를 거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아주 조용히 밥만 먹고 가고 고양이는 밥을 먹는 장소에선 응가를 안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그래도 저는 늘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료가 줄지 않으면 왜 오던놈이 안왔을까.
건강하게 잘 사나. 출석체크겸 수시로 창밖을 보죠.

여름이 되면서 제 눈에 이상한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얀것이 창밖을 휙휙 지나갔어요.
저는 제가 헛것을 본줄 알았는데
보니까 그게 하얀 고양이 였어요.
아기고양이였고 8월무렵 제가 보았을땐 막 어미에게서 독립을 한것인지
아니면 버림을 받은것인지 어른 고양이들을 따라다니고 울고 그랬죠.

하지만 제가 나가면 곧 사라지길래
밥이 있는 위치를 아니까 엄마가 어찌 해주거나 혹은 그 아이가 혼자 와서 먹던지 하겠지 
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집1층 바로 밑.은 그냥 땅인데
그 땅에 약간 구멍이 있었고
그게 깊은 굴을 형성하고 있는데다 버림받은 유기냥이들이나 혹은 엄마들이 새끼를 낳거나 하는 장소라는건
전혀 모르고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고등학생인 큰아이가 
어느날인가 우리집 큰고양딸이 그 구멍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것을 자기가 5학년때부터 보았다는 이야기를 하는겁니다.
큰고양딸은 큰아이 6학년 말에 길에서 따라온것을 데려다 키운것이었어요.
그러면서 우리집 밑에서 살더니 나를 따라온거 같아요. 늘 봤을테니까. 라고 말했어요.
그땐 그냥 스쳐 듣고 말았는데
하얀 고양이를 목격한지 한달째쯤
하얀 고양이가 우리집 고양이를 창가에서 목격하고는 우리집 밑으로 사라지는걸 본거에요.
너무 작고 항상 울고 있어서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었던 차였죠.

그래서 나가보니 제가 늘 밖에 화단으로 나가는 문밑에 누군가 댓돌을 받쳐놓았는데
그 밑으로 제법 큰 구멍이 있었지요.

그렇게 하얀고양이가 그 구멍안에서 살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작은 마루밑 고양이.
우유라고 이름 붙였는데 어울리나요.
여자아이구요.
제법 사납지만 지금 저 화분위에 올라가 있는 저 고양이에게만은 
아주 호의적입니다.
저 고양이는 숫컷이고 2년째 밥을 먹으러 오는 고양이구요.
저 화분위는 고양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장소에요. 
오목하고 동그랗거든요.




가끔 낯선 고양이가 오면 나무위에 올라갑니다.
9월무렵부터는 이녀석을 의식하고 밥을 주고 이녀석이 나와있으면
이름을 불러보고 밥을 따로 주었어요.

그랬더니 9월 중순경부터는 제가 베란다문을 여는 소리가 나면 살고 있던
구멍에서 머리를 내밀고 아는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추석을 보내고 와서 제일 먼저 챙긴것도 마루밑 고양이 우유 였어요.
베란다문을 여니 아주 반갑다는듯 큰소리로 울부짖듯이 울면서 뛰어나왔어요.
그리고 1.5미터 안으로 아주 가깝게 들어왔지요.

이 고양이는 제가 주는 밥을 먹고 
구멍안에서 안전하게 살면서
아마도 멀리는 나가지 못하는것 같이 생각이 되었고
저를 보면 아주 반갑게 여기는걸 보면 제게 보호받고 있다고 여기는것 같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다가오지는 않고 거리는 늘 1.5미터정도였어요.

그러다가 우리집 고양이들이 즐겨 놀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려고 가지고 나갔어요.
너무나 좋아했지만 가까이 다가올수는 없고
막대기의 길이는 깃털포함 1.2미터정도였어요.
축 쳐지는걸 감안하면 1미터도 채 안되는 길이이니 마루밑 고양이 우유에겐 다가오기 힘든 거리였나봐요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버렸어요.

구멍은 베란다문밑에 하나.
안방창쪽에 하나. 
두개가 있어서 두개를 입출구로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었구요.

그래서 제가 베란다문근처에 앉아있으면
안방창쪽 구멍으로 들어가버립니다.

하지만 다시 베란다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죠.



두렵지만 놀이기구는 놀고 싶어서 
이렇게 머리만 내밀어서 놀고 있습니다.





10월부터는 부쩍 가까워졌습니다.
1미터 안쪽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저렇게 누워서 저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놀이기구로 놀아주는 제 바로 앞에 오기도 하고
어느날엔가 걱정스러워 밤에 나간 제 발밑까지 와서 발가락을 깨물고 간적도 있어요.

하지만 놀이기구로 정신을 온통 쏟고 있을때에도
제 손의 움직임엔 민감해서
손이 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제가 움직이면
빛의 속도로 도망가버립니다.





하지만 제가 늘 곁에 있었으면 좋겠고
제가 없으면 심심하다고 합니다.
제가 나와있어야 밥도 먹고
제가 나와있어야 밖에서 잠도 잡니다.

그래서 의자를 내놓았어요.

의자는 사람의 손이 많이 닿은 물건이고
담요도 그렇기때문에
녀석이 저기에 올라가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어제는 제 바로 발밑에서 장난감 쥐를 가지고 놀았지만
만질수도 없고 쳐다볼수도 없어요.
제 눈과 마주치면 또 도망가거든요.

그렇게 마루밑 고양이를 제가 키우는것이 되었지만
저는 만질수도 없고 어떤 위험이 왔을때 도와줄수도 없습니다.

고양이가 저를 깨물때 커다란 이 두개가 나와있고 그렇게 힘세지 않다는것도 알았어요.
아마 4개월정도 된것 같아요.

오늘은 의자를 들여놓았습니다.
비가 오고 태풍이 온다고 해서 혹시 바람이 많이 불까 걱정이고
지난번 아파트 화단을 아파트 차원에서 가지치기를 해주며 관리를 해줬을때
놀라서 하루종일 나오지 않고 있었던것을 생각하면서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태산같습니다.

내가 데리고 올수 없고 내가 보호할수 없는 고양이가 생겼어요.

포획틀을 놓았다가
혹시 다른 아이들이 잡히고 그래서 그 아이들이 놀라서 밥도 먹으러 오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어 그것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면 구멍앞에 우산을 펴놓는데
우산도 사람의 기구라 가까이 하지 않더니
오늘은 우산밑에 닭가슴살을 가져다 놓았더니 우산밑으로 들어가 맛있게 먹었어요.

그리고는 다시 들어갔는지 모르겠네요.
늘 첫번째 사진처럼 화분밑에 나와서 저를 부르거나
제가 문을 열면 머리를 내밀거나 합니다.

지금도 우는지 열려진 창문밑에서 소리가 나네요.

휴. 마음의 짐이 생겼습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짐이지만
오늘처럼 비오는날은
저도 걱정이 되어 마음에 비가 오네요.
치로 (carid)

운동좋아하고 고양이 좋아하고 사람의 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리고 먹는것도 좋아해요.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치로
    '13.10.8 7:14 PM

    저를 찾고 저를 부르는건 맞지만 제가 쳐다보면 도망가고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요. ㅠㅠ

  • 1. 더좋은날
    '13.10.8 9:34 AM

    치로님 보리 잘 있죠?
    요새 통 안보여서..... 무슨 일 있으신가 했어요.
    태풍도 온다하고, 앞으로 점점 추워질텐데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 치로
    '13.10.8 7:15 PM

    네 보리는 아주 듬직한 고양이가 되었어요. ㅎㅎ 밑에 글 언니네 냥이와 비슷한데 애가 아직도 촐삭댄다는것만 다르죠. ㅎㅎ 목욕은 꿈도 못꿔요..ㅠㅠ
    걱정이 커요. 뜬금없이 늘 밥먹으러 오던 어린 고양이도 새끼를 가졌더라구요. 지금 가지면 겨울에 1.2개월일텐데..ㅠㅠ

  • 2. 포도
    '13.10.8 10:16 AM

    애정이 깊으면 근심도 깊어지는게 자식 둔 부모 마음이지요..
    우유도 느낄거예요.. 님의 마음....
    제 마음까지도 스산해지네요.. 태풍이 온다는데... 돌 틈에서 잘 버텨야할텐데...

  • 치로
    '13.10.8 7:16 PM

    저희집에서 보일러를 켜면 바로 아래는 따뜻할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우유는 아마 알거에요. 제가 날이 좋으면 나가서 두시간세시간은 앉아있어요. 온몸이 모기에 물린 자리에요.
    그런데 두고 들어올때 정말 가슴이 아파요. ㅠㅠ

  • 3. J
    '13.10.8 1:26 PM

    아파트 1층인 우리집에는 조그만 전용 마당이 있어요 지금 엄마랑 새끼 5마리가 밥 먹고 있어요
    날씨 안좋고 제시간에 안 오면 걱정되요^^ 밥줄려고 베란다 문열면 베란다에도 들어오고 제손을 치고가고
    나무에 놀다가 저 보면 얼른 내려와서 아는척 하네요

    남편이나 아이가 나가면 숨어버려서 가족들에게 잘난척중이예요 ^^ 태풍온다니 걱정이네요

  • 치로
    '13.10.8 7:25 PM

    전용마당이 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실거 같아요. 저희집은 그것은 아니라서 늘 조마조마 하답니다.
    경비 아저씨도 아시긴 해도 딱히 좋아는 안하시는것 같아요.
    베란다에 들어올정도면 많이 순화된 고양이네요.
    이녀석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놓으면 집에 있는 고양이가 나가버려요..ㅠㅠ
    저희집은 이미 세마리의 고양이가 있어서 제가 그 고양이랑 친한걸 남편은 아주 못마땅해해요.
    태풍오는것도 혼자서 걱정하고 있어요. ㅠㅠ

  • 4. 리본
    '13.10.8 2:00 PM

    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셨나요? ㅎㅎ
    참 이상하죠. 사랑하는 마음은 무제한으로 리필되니...
    우유가 지금은 아직 망설이지만, 크림이처럼 어느 날 집안으로 따라 들어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

  • 치로
    '13.10.8 7:17 PM

    사랑은 안하려고 했는데 ㅠㅠ
    그렇게 되었답니다. 크림이는 사람이 키우다 버린 아이라 그래도 사람을 따르는 것이구요. (근데 지금도 다른 사람이 오면 따라갈 기세 ㅠㅠ) 지금 우유는 사람을 접촉하지 않고 아기때를 보낸 아이라 사람의 손이 닿은건 무조건 경계해요. 처음엔 댓돌에 슬리퍼때문에 댓돌위에 올려둔 밥을 못먹을정도로요

  • 5. 젠장
    '13.10.8 2:24 PM

    너무 예쁜 아이네요. 분홍코가 너무 사랑스러워요.
    우유도 곧 마음을 열것 같아요.
    추워지기전에 치로님 맘을 알아주면 좋겠네요.

  • 치로
    '13.10.8 7:17 PM

    정말 마음을 열까요?
    우유도 그렇고 임신한 삼색냥이도 그렇고..
    길고양이들의 일생이 너무 고달퍼서 가슴이 너무 아프네요.

  • 6. 유기농고구망
    '13.10.8 2:38 PM

    ㅋㅋ 와우

  • 치로
    '13.10.8 7:18 PM

    귀여운 아가죠..^^

  • 7. 나무국수
    '13.10.8 4:04 PM - 삭제된댓글

    운명의 묘네요^^
    여아라니까 우선 중성화수술은 고려해봐야지 않을까요?

    포획틀로 공들여서 잡아 tnr 라도....

  • 치로
    '13.10.8 7:18 PM

    제가 제일 해주고 싶은게 첫짤에서 찍힌 두 아이의 중성화에요 우유랑 우리집 2년을 드나든 숫냥이..

  • 8. 토종메주
    '13.10.8 4:20 PM

    아,,,,,,,이런글 읽는거 하나도 안지루 합니다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그득하도록 행복합니다
    보아하니 도시는 아닌것 같구요
    저는 네군데 정도 길냥이 밥 주는데 한 4년정도 주던 애가
    4일정도 안보이고 밥도 조금씩 남기는데 어제 큰애가
    퇴근하고 오다가 봤는데 반갑게 아는척도 안한다고
    걱정되서 저녁에 밥주면서 아무리 불러도 안나타나더니
    작은애가 출근하면서 보니까 사료가 비에 다 젖어 있다고
    걱정된다며 카톡을 했어요
    치로님처럼 비오면 걱정 추워도 눈이오면 더욱더 걱정되요
    늘 하루의 마무리가 길냥이들 밥주는일인데 안보이거나
    또 새로운 아이가 보이고 늘 보이던 아이가 계속 안보이면
    마음이 쓸쓸해집니다,치로님 마음 충분히 이해됩니다

    어쩌면 저 아이도 저렇게 예쁠까요?

  • 치로
    '13.10.8 7:22 PM

    네 아주 도시는 아니고 초창기 신도시의 오래된 아파트다보니 아주 정겨워요.
    가끔 이 고양이들이 삵쾡이같은것이 진화된것이 아닌.. 집고양이란 사실을 사람들이 잊어버려서 너무 속이 상해요.
    그리고 밥이 안 줄었을때 이럴때 너무 걱정이 되죠.
    집에 아이들은 아기처럼 애교도 부리고 엄마배위에서 행복한데요.

    눈이 오고 비가 오고 날씨가 춥고 바람이 불고.. 태풍이 오고..
    다 걱정스러워 졋어요.
    비를 좋아했는데 이젠 비가 오면 어이쿠 하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네요.
    이해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그리고 우유 정말 이쁘죠..ㅎㅎ

  • 9. 가을아
    '13.10.8 4:57 PM

    곧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시겠네요^^
    우유 ..이름도 딱이고 개성이 넘쳐요~

  • 치로
    '13.10.8 7:23 PM

    이미 시작된 인연인데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아서 가슴이 아파요.
    눈도 마주쳐도 안되는데 눈 안마주치고 장난감 쥐를 흔들어주는 일이 제일 힘들어요..^^

  • 10. ocean7
    '13.10.8 10:12 PM

    추운 겨울엔 어쩌지요? ㅠㅠ
    경계하면서도 놀이는 좋아하는 명랑한 냥이인 것이 더 짠하네요 ㅠㅠ

  • 치로
    '13.10.9 11:39 PM

    네 방금전까지도 제가 빨래하는걸 보면서 계속 울고 있고 놀자고 그래요.
    그런거 보면 참 속상하죠. 애는 점점 커가는데..ㅠㅠ

  • 11. 훼어리카운슬러
    '13.10.9 10:42 AM

    우유가 너무너무 이뻐요.
    우유에게 치로님은 수호신이십니다.
    우유 보면서 의자에 두시간이나 앉아 계시다는 모습이 그려지는 데 어린시절 아련한 기억처럼 아름다워요.

  • 치로
    '13.10.9 11:40 PM

    제가 놀아주기도 하고 있으면 괜히 맘이 편하고 그런존재이긴 한거 같아요.
    그걸로 그냥 만족하고 살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요.
    그러나 이제 추워지면 제가 나가서 놀아주기는 힘들거 같아요. 제발로 들어오면 좋으련만..ㅠㅠ
    베란다의 문 위치가 조금 높아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들어오긴 힘든 그런상황이에요.

  • 12. 노라제인
    '13.10.10 11:32 PM

    키우고 싶어서 병나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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