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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쿠사에서 보낸 시간

| 조회수 : 895 | 추천수 : 0
작성일 : 2013-10-05 00:36:39

 

여행을 계획했을 때만 해도 보람이가 잡아준 숙소가 아사쿠사, 그래서 오고 가는 길에 들러보면 되겠구나 했는데

 

갑자기 조금 더 좋은 환경으로 숙소를 바꾸었다는 연락을 받는 바람에 아사쿠사는 못 보겠구나 싶었지요. 일부러

 

찾아갈 만큼 잡아당기는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할까요? 그런데 월요일이 일본의 휴일인 관계로 미술관이 문을

 

열었고 덕분에 우에노에서만 하루를 보낸 관계로 지하철로 가까운 아사쿠사를 들어보아도 되겠더라고요.

 

휴일이라 그런지 문을 닫은 상점도 제법 있었는데요 상점마다 오래 된 에도를 생각나게 하는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각각 다른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전국시대에 도쿠가와 이에야쓰는 히데요시에게 밀려서 워래의 영지 대신 이 곳에 보내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개척을 시작한 땅.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에 승리한 그는 여기서 바쿠후를 열게 되고 일본의 역사는 에도의

 

시대를 열게 됩니다. 아사쿠사는 에도에서 열린 바쿠후시대에 상인들의 문화를 대변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토요일에 본 가마쿠라의 분위기와는 너무 달라서 낯설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고 묘한 감정으로

 

그 거리를 걸어다녔습니다.

 

혹시나 이곳에서도 마쯔리를 볼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가 마음에 깔려 있어서 일부러 온 것인데 오전의 태풍

 

때문인지 그런 흔적은 없더라고요.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단 사람들이 너무 많은 곳을 피해서 그 근방을 천천히 돌아다녔습니다.

 

여기도 역시 미꾸지를 사는 사람들, 내용을 심각하게 읽어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고 느낄 때  얼마나 유혹적인지요 앞날에 대한 예측은

 

여행기마다  소개되었던 장면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곳은 절이라기보다는 어쩐지 거대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는 곳이라고 할까요? 사람들이 향을 맡고는

 

생기에 차서 발걸음을 옮기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뭐가 뭔지 알기 어려운 느낌에 사로잡힌 시간이었습니다.

 

역시 이 곳도 절과 진자가 한 공간에 나란히 이웃하고 있더군욘. 절보다는 진자의 쪽이 조금 더 정숙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딜 가나 대부분 3-11 이후의 일본에게 서로 격려하면서 감바레, 혹은 감바로우 이런 표어들과 더불어

 

모금함이 있더라고요. 2011년 당시보다는 오히려 지금 일본 드라마에서는 그 시기를 돌아보고 새롭게 조망하는

 

방송이 더 많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객관화는 어렵겠지만 그만큼 시간이 지나고 아니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의 물꼬를 트고 있는 것일까요?

 

이렇게 밖에서만 다니다보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근처의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놓칠 수 있겠다 싶어서

 

팻말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우키요에 전시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가보니 상점이네요, 물어보니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해서 올라가보았지요.

 

작년 국립 박물관에서 다양한 노 가면을 보았고 이번에 함께 공부하는 일본 문화사 시간에 노에 대한 것을

 

읽어서 그런지 벌써 친밀하게 대상을 바라보는 제 시선이 느껴져서 재미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실제로 작업을 하고 있더군요.

 

공간을 둘러보는데 부녀가 앉아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더군요. 어린 아이가 휴일에

 

아버지랑 둘이서 이런 공간에 들어와서 작업하는 것은 본인이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 엉뚱한 생각도...

 

이 곳을 구경하고 나와서 우키요에는 진본인지 아니면 무엇을 전시하는 것인지 물었더니 포스터를 전시한다고 합니다.

 

입장료는 없나요? 귀를 의심했습니다. 1000엔이라고 하길래 100엔을 잘 못 말하는 것인가 했거든요. 포스터만

 

전시하는데 1000엔이라니 . 고민하다가 패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떤 공간이든지 한 번 보고 다시 돌아볼 때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드디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지요.

 

바로 그 자리에서건 한 번 더 방문해서든. 이것은 장소만이 아니라 책도 음악도 사람들과의 대화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네요.

 

지나다 본 광경, 아마 스님의 머리 부분을 만지면 복이 온다는 속설이 있는 장소같더라고요. 두 분이 한 번

 

만져보자고 상의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 저도 가까이서 보니 머리와 다리 부분이 반질반질합니다.

 

오전중의 태풍은 씻은듯이 물러가고 저절로 눈길이 하늘로 향하는 시간. 자연은 무심한 듯 하면서도 적절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물론 자연이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려고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겠지만 우리들은

 

거기서 규칙을 만들거나 징후를 보려고 하는 것이겠지만요.

 

아사쿠사를 어느 정도 본 다음 팻말을 보니 스미다가와가 근처에 있더라고요. 추리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지명

 

그래서 물어물어 찾아가보니 아니, 저 건물, 작년에는 반대쪽에서 본 건물을 만나게 되네요. 그렇다면 바로

 

저 건너에 에도 도쿄 박물관이 있는 곳이로구나, 길치인 저도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신기하네요.

 

여기서 보이는 스카이 트리, 걸어가면 20분, 지하철로 가면 금방이라고 해서 보람이에게 카톡을 보내보니

 

엄마, 거기는 유료고, 비싸니 도청으로 가는 것이 좋아, 거기는 무료라는 정보와 함께 지하철 노선을 보내왔습니다.

 

그러면서 내일부터는 근무라서 낮시간에 휴대폰을 볼 수 없으니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지금 다 물어보라는 겁니다.

 

문제는 궁금한 것이 한꺼번에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그 자리에서 갑자기 내일 아무래도 다시 한 번

 

가마쿠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화요일에 쉬는 미술관, 박물관, (월요일이 휴일인 경우) 그렇다면

 

가마쿠라에 다시 한 번 가는 것이 어떨까, 그 문제를 상의하고, 진보초의 책방 거리를 가보려고 하니 이미

 

너무 늦은 시간, 오늘은 이것으로 족하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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