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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에서의 하루- 엔가쿠지

| 조회수 : 899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09-23 23:09:36

 일본에서 일을 하는 보람이가 마침 도쿄 근처에 출장을 오는 금요일과 제가 여행 첫 날로 잡은 금요일이 딱 맞아서

 

 토요일 요코하마에서 만나면 어떨까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카톡으로 이야기가 왔다 갔다 하다보니 자신은 도쿄에서 꼭 보고 싶은 것이 없으니 엄마가 가고 싶은 곳을 대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요코하마하고 하루는 가마쿠라에

 

가고 싶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작년에 두 곳 다 후보로 넣고 출발했지만 도쿄 안에서 볼 것이 너무 많아서 결국 못

 

가고 말아 아쉬움이 남은 곳이었거든요. 그럼 토요일 요코하마에서 하루를 보내고 잠은 가마쿠라에서 잔 다음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면 어떤가 그런 계획을 다 세우고 나니 일요일 비가 올 것 같다고 하네요. 그래서 계획을 바꾸어서

 

가마쿠라에 먼저 가게 되었는데 문제는 전 날 회식으로 늦게까지 잠을 못 잔 녀석이 아침에 상당히 시간이 지났는데도 도착을 하지 않는 겁니다 .

 

 

 

 

마음속에 화가 치밀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제겐 여행이지만 이 아이에겐 일이

 

먼저이고, 그래서 늦어진 것 화를 내도 바뀌는 것이 없지 않는가 싶어서요. 도착한 아이는 파김치가 되어 한 시간만

 

자고 가도 되냐고 묻습니다.  이미 그렇게 묻는데 그냥 떠나자고 할 순 없고 그렇다면 동네 공원에 있을 테니

 

연락하고 나오라고 말하고 산책을 했지요.

 

지금이 일본에서도 휴일이라 호텔의 방이 없을 정도라고 하더니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

 

작년에 여러 번 마주친 건물 양식이라 이제 제법 눈에 익은 건축물, 글씨도 읽어가면서 주변을 돌아봅니다.

 

하늘이 사람을 지켜준다기 보다 그렇게 계를 지키는 마음, 그것을 수행으로 이어가는 마음속에 이미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닐까 혼자 그렇게 해석하면서 그 자리에 서 있던 시간이 생각나는군요. 그것보다 이제 저 낯선 글자앞에서도

 

읽어보려고 하고 의미를 고민하는 제 자신이 재미있게 느껴진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동네 공원을 산책하고 있으니 드디어 준비가 되어서 나왔다고 엄마 어디있는가 연락이 왔네요. 도착한 보람이는

 

엄마, 화 풀어, 약간 쫄아서 말을 하더라고요.

 

가마쿠라로 가는 길, 이미 11시가 넘어서 출발을 하니 마음이 불편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마음을 정리했지요.

 

우선 숙소를 찾아가서 짐을 놓고 북가마쿠라 역을 찾아갔지요. 그랬더니 거기서 가마쿠라까지 볼 수 있는 다양한

 

절에 대한 소개가 있었는데 수없이 많은 절에 비해서 문을 닫는 시간이 너무 짧네요.

 

 

 

가마쿠라 막부가 세워진 곳, 선종 사찰이 생겨난 곳, 그리고 무사들의 문화가 기초를 닦은 곳이란 정도의 기초지식을

 

갖고 온 곳인데 선로 바로 밖에 있는 집들을 보니 가마쿠라 자체가 상당히 안정된 삶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는

 

마을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지역에 대해서 갖는 선입견은 예를 들어 가마쿠라하면 오래 전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갖게 된 이미지로 지금의 이 곳도 판단하기 쉽다는 것, 그래서 자세를 바꾸어서 역사적인 곳, 그리고 그 시기를

 

지나서도 계속 살아온 시간을 겹치고 현재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주목해서 볼 것,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고요.

 

처음 온 절은 앤가쿠지.

 

시간을 정해서 좌선을 하는구나 그렇게만 생각했었는데 다음에 가마쿠라에 다시 오게 되어 실제로 그 때는 좌선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좌선인데 젊은 남녀가 많아서 놀랐던 기억이 나는군요.

 

절을 보수중이더군요. 한 곳이 정갈하게 유지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고를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눈엔

 

그런 것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지요.

 

이  팻말에 얽힌 웃지 못할 이야기, 절에 들어오는데도 입장료를 냈는데 아니 국보라고 종을 보는 일에 다시

 

돈을 내라는 것인가 조금 이상한 풍습이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봐야지 하고 착각을 한 것은 ohgane를 오까네로

 

잘 못 읽은 탓이었지요. 그것은 돈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큰 종이란 뜻이었던 모양입니다.

 

근처의 가장 높은 장소에 종을 설치해 놓은 모양이더라고요. 앗 저기까지 라고 마음속에 비명이 나올만큼 이상하게

 

몸이 확 풀어지지 않는 것은 역시 마음이 아직 산뜻하지 않은 탓이었을까요?

 

절이나 신사에 가면 만나게 되는 풍경, 사람들의 소망이 무엇일까 뒤적거려 보면 거의 비슷하게 가족관계

 

학교에 잘 입학할 수 있도록, 사업이 잘 되길, 연애가 좋은 결과가 되길, 이런 이야기들이 다양한 필체로 적혀 있네요.

 

가마쿠라에서 자주 만난 글씨 북조 이 시대가 남북조 시대도 아닌데 무슨 의미일까 하던 의문은 나중에 풀렸습니다.

 

북조가 아니라 호조더라고요. 가마쿠라 막부를 세운 요리토모의 부인이 바로 호조가문의 딸, 나중에 가마쿠라 막부의

 

실권을 차지한 것도 역시 호조가문이라서 그런지 가마쿠라 여기 저기서 만나게 되는 글씨였습니다.

 

소리나지 않는 종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여기서 바라보는 경치였지요.

 

갈등상황, 한 곳이라도 제대로 둘러 볼 것인가, 서둘러 여러 곳을 볼 것인가,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그래도

 

한 곳이라도 제대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리고 차분차분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 절안에 도리이가 있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하고요

 

그러다가 생각을 해보니 우리의 절에도 칠성각이 함께 하더라고요. 잣대를 하나로 해서 이상하다, 묘하다 이렇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결국 내 잣대로 타인의 혹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재단하는 우를 범하기 쉬운 법이니 그냥

 

그 나라의 풍습이란 관점에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절 안의 묘지, 길쭉한 나무에 여기에 묻혀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한 곳에서 태어나서 함께 자라고

 

그리고 한 자리에 묻혀 있는 사람들, 여기 저기 다니면서 보니 실제로 묘에 꽃을 들고 오는 사람들, 성묘를 하러

 

오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끼가 보여주는 연륜에 눈길이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 곳은 뭐지? 궁금해서 다가갔습니다.

 

팻말에 적힌 글을 보니 관음보살상이 백개 있다는 것인데 어디 있다는 것일까 두리번거리다 보니 한 여성이

 

신중한 태도로 카메라를 들고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지요. 알고 보니 이 마당에 다양한 표정의

 

관음보살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관음보살상의 표정을 보면서 돌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이 슬며시 차오르는

 

그런 순간이 오더라고요.

 

말을 걸어볼까 싶다가 그녀의 자세가 너무 진지해서 몰입을 깨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그만두었습니다.

 

무사들의 도시라는 선입견때문에 이런 정갈한 분위기의 절을 만나리라곤 생각을 못 했었지요. 그래서 더욱 마음이

 

진정되고 아침의 소란스럽던 마음은 일순 날아가버렸습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돔
    '13.9.24 8:17 AM

    저도 갔다왔어요.
    이 사진을 통해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사진 참 잘 찍으시네요.

  • intotheself
    '13.9.24 1:42 PM

    저도 타인의 여행기 읽기를 즐겨합니다.

    동참하는 눈으로 글을 읽고 사진을 보다보면 어딘가 가고 싶은 곳이 몸속에 쌓이고

    실제로 그 장소를 다녀온 다음 그 글을 다시 읽으면 아 눈으로 읽던 글이 마음속으로 스미어 오는구나

    감동하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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