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쿠라로 이동을 해서 지도를 얻었습니다. 시간은 4시 다 되어가는데 절은 이미 갈 수 없고, 대불을 보러 가려고
하니 다시 에노덴이란 기차를 타야 한다고 하고, 그렇다면 대불 보는 것은 포기하고 미술관에 가자고 보람이와
이야기를 맞추고 미술관에 찾아가다보니 신기하게도 미술관이 바로 하치만 궁안에 있네요. 미술관도 좋지만
미술관은 도쿄에서도 갈 수 있으니 아직 열려 있다면 신사 구경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그 자리에서 바꾸었습니다.
길을 찾아가는 중에 만난 노렌, 특이한 것에 눈길이 가서 찍어보았습니다.
악기 연습을 하는 사람들 앞을 그냥 지나칠 순 없어서 조금 서서 들어보았습니다.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서 연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다 둘러보고 저기서 커피 한 잔 하고 싶다, 마음이 절로 동하는 그런 카페,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요?
멀리 보이는 곳이 바로 미술관이라고 하네요.
4시면 이미 문을 닫는 절과는 달리 이 곳은 여기서 나가는 사람들, 여기로 들어가는 사람들. 양쪽 다 수가 많습니다.
다행이네, 다시 눈을 반짝이면서 안으로 들어갔지요.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 소리가 나길래 따라가보니 마쯔리에서 어른들이 하듯이 아이들이 작은 가마를 메고 가는 겁니다.
물어보니 마쯔리 기간이라고 하네요. 아니 이런 횡재가, 갑자기 기분이 변하는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었지요.
특별한 날이라서 그런지 옷을 제대로 차려 입은 신관들의 모습도 보이네요.
학생들이 앉아 있길래 단체로 놀러 온 것인 줄 알았습니다.
뒤로 가보니 노래하는 아이들이 같은 학교 학생들이더라고요. 신궁 안에 있는 중학교의 학생들이라고 하네요.
여기는 규모가 큰 신사라서 그런지 소원을 매달아 놓거나, 운세를 적은 종이를 뽑아서 걸어놓은 사람들이
아주 많더라고요. 심지어는 외국인들도 실제로 구입해서 글을 읽어보고 매다는 현장이 눈에 띄어서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금기, 혹은 성스러운 공간의 창조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한 날이었습니다. 실제로 성스러운 공간이 따로 있다기보다
그렇게 정하고 나서 금줄을 긋거나 무엇인가를 매달아 놓거나 대나무로 못 들어가는 표시를 해놓으면 그것이
일종의 권위가 되어 저절로 지키게 되는 그런 곳,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면 그 장소에 알 수 없는 위엄이 생기고
태초부터 그런 장소인 것처럼 인식되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공간이 커서 어디는 시장처럼 북적이고 어디는 아주 고요해서 한 공간안의 이런 차이가 묘하게 더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공간의 고요와 빛이 만들어내는 매력에 끌려 한참을 이 언저리에서 돌아다녔습니다. 렘브란트, 카라바지오에게
끌리는 이유가 그들이 빛과 그림자로 만들어내는 공간에 마음을 주는 것처럼 저는 이 신사안에서도 이상하게
이런 공간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지요.
신사 아래쪽에서의 행사는 어느 정도 보았으니 위로 올라갈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