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가쿠지를 보고 나니 슬슬 배가 고프네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음식점에 앉아 점심을 해결하고 나니
벌써 시간은 두 시 반이 넘어갑니다.
그 다음에 간 곳이 바로 도케이지. 이 절은 문학하는 사람들과 인연이 많은 절이라는 소개글이 있더라고요.
어떤 문인들이 이 곳과 인연을 맺었을까 궁금한 마음이 일었습니다.
그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는 글이 있네요. 나츠메 소세키의 이름을 여기서 발견하다니. 그런데 문제는
글이 길어지면 읽기가 힘들다는 것, 외국인을 위해서 영어로 된 팻말도 하나 설치해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을 문득
하다가 절은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장소가 아닌데 편한대로 생각을 하는구나 나는 이런 반성도
하게 되었던 시간이 기억나네요.
심지어는 나츠메 소세키의 참선 100주년 기념비도 있어서 놀랐습니다.
이 절은 규모는 앞에 먼저 본 절보다 작지만 무엇보다도 꽃이 아름답게 가꾸어진 곳이라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시간에 그 공간에서 느꼈던 정갈한 아름다움을 역시 사진으로 담기엔 실력이 모자라네요.
이런 곳에 여행으로 하루 이틀 올 것이 아니라 조금 길게 머물면서 지역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그 곳 역사에
관해서 공부를 하면서 글도 쓰고 좋은 사진도 찍고 밤에는 느긋하게 공연도 보고 이런 여행이 가능할 때가 올까
생각이 그렇게 번지는 시간,
그러고 보니 이 절에서는 주변 풍경에 눈길을 뺐겨서 아직 본당이 어디 있는지도 보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밖에 작은 규모로 만들어서 세운 불상이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역시 이 곳에서도 모자 쓰고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오래된 공간이 갖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낀 날이었습니다.
국보를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해서 마음이 급한 저는 먼저 들어가고 보람이는 밖에 있겠다고 하네요. 그럼
엄마 대신 동전을 찾아서 내달라고 하고, 들어가서 몇 점 보고 있는데 벌써 끝날 시간이 되었다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가라고 합니다. 어라, 아직 돈을 낸 것도 아닌데 혼자서 국보 몇 점 미리 본 셈이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결국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에 더 본다고 우길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면 다른 절도 마찬가지인가 물었더니
그렇다고 합니다. 곤란하네, 오늘 남은 시간에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일단 가마쿠라로 가면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