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란 ,그리고 잘 관리된 나무들의 향연을 보고 나니 갑자기 기운이 솟네요. 일단 그 공간에서는 그만큼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브리지스톤 미술관을 찾아 나섭니다.
처음에는 도쿄역쪽에서 사진을 찍었다면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찍어서 그런지 오히려 역의 느낌이 더 사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찍은 사람의 착각일까요?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사람중의 한 명에게 브리지스톤 가는 길을 물었더니
휴대폰 지도를 찾아서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준 덕분에 그 다음에 길 찾기가 훨씬 수월했지요.
가는 길을 알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도쿄역 사진을 몇 장 더 찍었습니다.
이 곳에서 이런 전시가 열린다는 것을 미리 알려준 사람은 머라여님, 그녀가 일본 여행에서 챙겨온 많은 팜플랫 덕분에 미켈란젤로, 그리고 이 전시에 대해서 미리 알고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브리지스톤 전시는 작년에 와서
드뷔시와 친구들이란 제목의 전시를 아주 인상깊게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그림과 만날까 마음이 설레면서
도착을 했지요.
마티스, 그리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르동, 그리고 또 누가 등장할까?
포스터를 보면 이번 전시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보인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어떤 전시에서는 제가 가장
인상깊게 생각하는 작품이 아닌 다른 작품이 포스터로 등장해서 왜 그럴까, 왜 큐레이터는 이렇게 배치를 했을까
그런 고민을 해보는 시간도 재미있지요.
표를 사들고 올라가니 조각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무심코 카메라를 누르는데 촬영금지라고 하네요.
그래요?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관람을 시작합니다. 물론 한 번은 가볍게 전체를 돌고 그 다음에 마음을 담아서
그림을 보는 순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조급한 마음없이 전체를 제대로 보게 되는 제 성질을 이해해서 이제는
그런 방법으로 그림을 보게 되더라고요. 그 날 휴대폰에 메모한 것을 보니 에상치 못한 기습에 마음이 설레다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보나르,르동, 세잔, 모네의 베니스, 코로의 색다른 느낌의 그림, 고갱, 또 다른 코로, 루오의
묵직하고 가슴을 후려치는 색, 다른 때와 느낌이 다른 로트렉의 색없는 그림, 피사로, 그리고 까이유보트의 피아노
치는 남자와 절묘하게 배치된 르노와르의 그림, 두 점 앞에서 앉아서 보고 또 보던 시간, 선물처럼 갑자기 여러 점
걸려 있던 마티스의 컷 아웃 작품들, 역시 피카소야 감탄하게 만드는 작품들, 그리고 이 전시에서 등장하게 되리라곤
예상도 못한 렘브란트, 이름도 모르지만 눈길을 끌던 조각가, 그의 조각을 다른 날 다른 곳에서 만나고 얼마나
반갑던지요. 그렇게 돌아다니던 브리지스톤, 역시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더 놀랐던 것은 전시와 별도로 소장품 중에서 고미술작품을 전시해놓은 방이 있었지요. 거기에 4000년전의 수메르
여인을 비롯해서 이집트의 조각품, 시칠리아, 키푸로스등의 인물상이 있었습니다. 브리지스톤은 타이어 만드는
회사라고 알고 있는데 미술품 수집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모은 콜렉션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돈이 많다고
이런 콜렉션이 가능한 것은 아니겠지요? 소장품의 질에 대해선 오래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지만 실제로 만나면
얼마나 놀라게 되는지 모릅니다. 이런 놀라움은 첫 날이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흡족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