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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새끼박쥐 그리고 고양이

| 조회수 : 2,512 | 추천수 : 4
작성일 : 2013-09-24 15:09:48

지난 6월 어느날 밤 새끼박쥐가 어미와 날기 연습을 하다 마당으로 떨어졌어요.

밤 10시쯤 우연히 뒷마당을 내다보다가 피오나 어미인 길냥이가 마당한복판에서 뭔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죠. 그런데 작은 뭔가 그 옆에 꼬물거리면서 움직여요..그럼 또 이 고양이는 이 작은게 움직이는대로 또 따라가서 앉아서 지켜보고 있구요.

전 피오나 어미가 또 새끼를 낳아 제게 데려오나보다 싶어서 부지런히 수건을 들고 나갔죠. 밖에 불이 있지만 그곳까지 불빛이 닿지 않아, 뭔가 자세히 들여다 봐야했어요. 자세히 보니 고양이 새끼는 아닌거 같지만 뭔지 모르겠더라구요. 새끼 새 같기도 했구요. 푸드덕거리는데 날지를 못했어요.  박쥐를 눈앞에서 본적이 없어서도 처음에 박쥐새끼일거라 짐작조차 못했죠.  새 날개 치고는 너무 길어 박쥐가 아닐까 했어요.

이 걸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망설였어요. 보호소에 다음날 데려다 준다해도 하룻밤 어떻게 할 것이며, 그냥 밖에두고 못 본걸로 하자니 주위에 길냥이들이 많아 잡아먹힐테구요. 사실 그대로 두는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란 걸 알면서도 한참을 망설인 후 수건으로 감싸서 종이 가방에 넣어 들어왔어요.

근데 이상하죠, 왜 그 길냥이가 잡아먹지 않고 지켜만 봤을까요.

집안으로 들고 오니 종이가방에서 부스럭대는 소리에 우리집 고양이들 눈이 반짝거리고 난리가 났어요. 어디든 이놈들 닿지 않는곳이 없어서 밤 새 큰 옷장안에 넣어뒀죠.


언제부터 밖에 그렇게 있었는지도 모르고, 물이나 그런걸 줘야 하겠지만 사실 박쥐는 좀 징그러워서 그대로 두고 다음날 아침에 어디론가 데려다 줄 생각이었죠.  그런데 어디로 이놈을 데려다 줘야 할지 몰라, 웹을 뒤졌어요. 그랬더니 이곳에서 3시간 떨어진곳에 박쥐를 보살피는 아주 유명한 듯한 분이 있어서 아침일찍 그 곳에 전화를 할생각이었죠.

다음 날 전화를 하니 음성으로 떨어지기에, 일단 이동네 동물보호소에 데려가니 안 받아줘요., 탈수가 걱정돼 동물병원에 들렸더니 안락사를 시켜줄수는 있어도 살펴주진 못한다고 해요. 박쥐가 광견병을 보유할수도 있다고 하네요.

연락한 곳에서 전화를 해 왔는데 좀 연세가 있으신 듯 한 분이 너무 기뻐하시면서, 구조해줘서 고맙다고..그런데 3시간 거리고 지금 데리러 올 처지가 안된다고 하세요. 2시간 마다 어린 박쥐들 우유를 줘야 한다네요. 저도 평일이라 그곳에 데려다 줄 수 없었죠.

그러다 할머니가, 제가 있는곳에서 1시간 되는 거리에 야생동물 보호소가 있는데 일단 그곳에 연락을 해보고, 거기서 안 받아주면 다시 연락을 하라고 하세요. 다행이 그곳에서 받아준다고 해서, 중간지점에서 만났죠.

제가 구조한 후 거의 16시간이 지난터라 너무 걱정이 됐어요. 물 한방울 먹지 않고 있었거든요.

알고보니 저곳은 모든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곳이었어요. 오신 분 말에 의하면 이 지역에서만 사는 박쥐라네요. 몸이 붉은색이구요.


나름 귀엽게 생겼죠. 제가 아무것도 안 먹은 이야기를 하니 우유를 가져오셨는데, 고양이 새끼들이 먹는 그런우유라네요.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 정신없이 먹어요. 이 분 말이 저 맘때쯤 어린 박쥐들이 많이 발견이 된다고해요. 어미와 비행연습을 하다 많이들 떨어지는거죠. 아주 어린 박쥐라면서 2달정도 됐다고 하고 잘 날수있게 되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고 합니다.


전 사실 고양이 새끼인 줄 알고 수건을 들고 나갔다가 손으로 잡기가 징그러워 수건으로 감싸 잡은건데요..그게 아주 잘한 일이라네요. 박쥐가 물수도 있다고 해요. 자기도 한번 물렸는데 이런 구조활동 하는 분은 광견병 예방주사도 맞고 파상풍주사고 맞아서 괜찮지만, 일반인은 직접 손으로 잡지 말라고 하네요.

 


이 녀석 지금 쯤 다 커서 박쥐들이 살 수 있는곳으로 날라갔을거예요.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았는데 이게 또 시간이 지나니 다시 안 물어봐지네요. 

그리고,, 다시 또 고양이 이야기 인데요.

걱정이네요.

아틀란타에 간 키사와 분명 같은 배에서 나왔다고 생각되는 태비가 키사와 함께 작년 11월 쯤 몇 번 보였었거든요. 전 첨에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헷갈렸었어요. 지금 보니 눈이 좀 다르게 생겼지만요.

그러다 키사는 제 집앞을 안 떠나고 살다가 병원에 데려가 보니 류키미아에 걸린걸 알았던 거구요.

그런데 이 키사와 남매일거라고 생각되는 이 놈이 두달전부터 나타나 키사처럼 또 떠나질 않네요.


문제는 이 놈이 앞 발톱이 다 제거되었거든요. 전 주인도 참 너무 한거죠. 발톱없는고양이는 절대 밖에서 살수가 없는데 어쩌자고 내 놨을까요. 혹시 주있이 있는 고양이라면 볼까 싶어서 전화번호를 적고 전화해 달라는 목걸이를 거의 2달간 채워줘도 감감무소식이예요.

이 놈도 분명 병이 있는 듯 싶거든요. 너무 말랐어요. 두달을 꾸준히 먹었으면 살이 좀 붙어야 하는데 여전히 등뼈가 만져지거든요. 게다가 3일 전 부터 옆집 죠오지와 오렌죠 두 숫놈이 이 녀석에게 거의 죽일 듯 달려들어요. 몇 번 소리가 나서 이웃집 고양이를 쫒긴하는데 제가 밖만 내다 볼수없으니 걱정이 됐죠. 옆집 지니가 며칠전 일방적으로 태비가 당하는 걸 보고 걱정이 되서 오기도 했거든요.

늘 집앞에 있는데 3일전 부터 이 놈이 안보이는거예요. 밤에만 겨우 나타나서 먹구요. 그러더니 어젠 한 발을 절어요. 땅을 못 딛는걸 보니 무슨일이 있었던거죠. 고양이들 싸움을 본 적 있는데 정말 무서워요. 죽기 살기로 싸우는데..전 한놈은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였거든요.  

제가 이놈은 피 검사 안하고 그냥 이웃 도시 보호소에 데려다 줄 생각이었어요. 피 검사 해서 FIV나 류키미아면 특히 류키미아면 안락사가 최선인데 제 손으로 안락사 동의서에 서명하는 걸 피하고 싶어서요. 그냥 데려다 주고 소식을 묻지 않을 생각이었죠.

그런데 보호소에 가기도 전에 무슨일 나겠더라구요. 그래서 어젯밤 이 놈을 피오나가 있었던 방에 들여놨어요.


그런데 다리가 나아야 보호소에서도 받아 줄 테고..오늘도 땅을 못 짚는걸로 보아 좀 심하게 상처입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그냥 제가 가는 병원에서 피검사를 하고 병이 있으면 안락사를 이곳에서 시켜주는게 이 놈에게 나은일인지..어차피 병이 있으면 그 곳 보호소에서도 안락사하거든요. 

먹는 건 아주 잘먹어요. 사람을 너무 좋아하구요. 제가 틈나는대로 들어가 만져주는데, 다리 때문에 높은곳에 올라갈 생각도 못하고 저 파란 담요위에 앉아있기만 해요. 밖에서도 사실 이 놈은 벤취에 앉아있거나 벤취밑에서 자는게 일과였어요. 몸이 원래 안 좋아서 그랬던거 같기도 해요.


졸려서 눈이 반쯤 감겼네요. 이놈은 늘 절 따라 집으로 들어오고 싶어했었죠. 원래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라 더 그랬었나봐요.  내일 보미 이런저런 백신 맞는 날인데 이 놈을 데려가 볼 생각이예요. 제가 피한다고 이 놈이 가지고 있는 병이 없어지지 않을테니, 피검사 해보고 다리도 어떻게 된건지 알아볼 생각인데 어째 느낌은 많이 안 좋아요.

아래는 까미예요. 이 놈은 작년 11월 부터 밥을 먹으러 왔는데 첨엔 많이 말랐었어요. 털이 길고 많아서 몰랐는데 제가 만질 수 있게 된 날 보니 뼈만 있는 정도 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 근육도 많이 생기고 살이 쪘죠. FIV 양성이긴 한데 이건 사실 싸워서 깊게 물려 상처가 나야 옮겨지는 병이라 중성화만 시키고 다시 동네에 풀어놨어요.

그래서 그런지, 여러 다른 숫놈과 틈만나면 싸우던 녀석이 요즘은 전혀 싸우지 않아요. 밥도 같이 먹죠.

까미는 밖에서 저만 보면 하도 야옹대고 쫒아와 제가 걸을 수도 없게 만들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죠. 아래도 야옹대다가 찍혔네요.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kreatorin
    '13.9.24 4:03 PM

    글 늘 잘읽고 있어요
    맘이 너무 따뜻하신 분인것 같아요^^

  • 2. 전지니
    '13.9.24 5:58 PM

    저도 늘 글 잘 읽고 있어요 박쥐 새끼 처음보는데 너무 귀엽네요 네번째 사진에 박쥐 손이 어찌 저렇게 조그

    만지~

  • 3. 가을아
    '13.9.24 6:21 PM

    박쥐 새끼 얼굴이 생각보다 귀엽네요.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님 덕에 그 동네 고양이들은 행복하겠어요
    우리동네 고양이들을 그곳에 전부 풀어놓고 싶은거 있죠^^

  • 4. ocean7
    '13.9.25 1:06 AM

    길냥이들은 병균에 쉽게 노출이되서 저리 아픈아이가 많은거죠? ㅠㅠ
    제네들 다가올 추운겨울엔 또 어찌버틸까요

  • 5. gevalia
    '13.9.25 7:51 AM

    다리를 여전히 들고 있어서 보미 백신 맞추면서 길냥이 태비도 데려가 피검사하고 왔어요.
    케이지에 넣어 집을 나서면서 마지막날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안 좋았죠.

    그런데..결과는 FIV, 류키미아 그리고 심장사상충 모두 음성인거예요. 전 필히 한가지 병은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이 놈에게 고맙다는 말을 몇번이나 했는지.. 병이 있으면 안락사 시켜야 하는데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크고 오래가서요. 죽어야 하는 고양이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요.

    길냥이면서 제가 만질수있어 피 검사한 결과를 보면 보미, 까미, 레오, 쟈스민, 키사, 피오나 그리고 지금 태비..이름을 듀이라고 지었는데요..7마리 중 4마리가 FIV나 류키미아에 걸려있어요.
    숫자가 작아 통계라는 말을 붙이긴 그렇지만 이 동네 길냥이들 50-60%는 병에 걸린 셈이죠.

    미국의 경우 도시에서 밖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은 40% 정도, 심하면 70% 그리고 한적한 시골에서 돌아다니는 고양이는 6% 감염이 되었다고 해요.

    의사도 처음에 보더니 참 험난한 묘생을 산 듯 보인다고 했었구요. 귀도 많이 찢어졌고, 몸엔 물려서 딱정이 같은게 많이 앉아있었죠. 이도 앞니가 하나 빠졌고 치석이 잔뜩 끼었어요.

    다리는 부러지진 않았지만 왜 아파하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하면서 며칠 두고 보재요. 진통제랑 기침을 하기에 알약하나 먹고 왔어요. 여러가지로 천만 다행이예요.

    다리 다 나으면 옆 동네 동물보호소에 데려다 줄 생각이예요. 그 동안 좀 잘 먹여서 살도 붙고 털도 윤기가 나고 그럼 사람을 아주 잘 따르니 입양되지 않을까 싶어요.

  • 6. 사는게참
    '13.9.25 12:09 PM

    아 너무너무 다행이네요 ㅜㅜ 저도. 너무너무 감사하고 고맙고...무어라 형언할수없이 반가운 소식입니다
    원글님. 회사라 로그인 힘들고 자주 와보지도 못하고 댓글 남기기도 힘들지만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소식 전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7. 견도성
    '13.9.25 2:22 PM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신 님...
    쉽지않은 일인데.. 어쩜 그리도 귀찮아 하지도 않고..
    님을 만난 아이들은 모두 행복, 그 자체네요..

  • 8. gevalia
    '13.9.30 3:26 AM

    일일이 답글 못달아드려 미안합니다.

    점점 더 발을 땅에 디디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도 덮지를 못해서 병원에 다시 가 봤어요. 다리도 약간 부은 듯 보였고 X-ray 사진을 보니 다리 마디 연결부위에 구멍이 나 있어요. 털을 깍고 보니 구멍이 크지는 않지만 깊이 내려간 듯 해요. 옆집 죠오지에게 깊이 물린거 같아요. 의사 왈 죠인트 부분이 망가지는게 제일 골치아프다고 하는데 체온도 정상이고 털을 깍고 보니 다행이 염증은 아직 없는상태였어요. 어제도 조금 좋아지는 듯 보였는데 오늘은 더 많이 좋아졌어요. 발을 조금 편하게 디딜수도 있구요 일을 보고 다 덮어놨네요. 내일까지도 그러면 다시 와 보라고 했는데 괜찮을 듯 싶어요.

  • 9. 점점점
    '13.10.9 12:44 AM

    세상에 박쥐라니
    너무 신기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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