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은 불어모임이 있는 날인데요, 오늘을 특히 더 기다린 것은
뚜르에서 학교를 다니던 딸이 파리로 옮기게 되어 이사를 돕는 겸, 여행도 하러 떠난 이 혜정씨가
드디어 돌아와서 수업에 합류하는 날, 그녀를 보는 것도 기대가 되지만 그녀가 구해서 돌아온 책보따리도
궁금하기 때문이었지요.
수업에 늦는다고 연락이 와서 먼저 온 사람들끼리 진도를 나가던 중 이솝우화에서 어라, 이런 이야기는
낯설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네 하는 이야기도 등장하고 너무나 친숙한 내용이라 단어는 어렵지만 이해하기
쉬운 글도 등장합니다.
이솝 우화를 읽던 중 등장한 그녀, 한동안 수업을 쉬고 여행담을 듣게 되었지요.
투르 근처에 여러 곳의 성이 있어서 3일에 걸쳐 성을 다녀 온 이야기, 파리에서 마르모땅 미술관에
갔더니 생각보다 그림이 많아서 좋았다는 것, 오랑주리에서도 모네를 만났고, 프띠 팔레에도 가고
퐁피두에도 갈 수 있었다는 것,그리고 니스에도 다녀온 이야기, 추억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한참
즐거웠지요.
그리곤 사들고 온 책보따리를 펼치고 (그녀가 꼼꼼하게 순서대로 능력에 따라 읽을 수 있는 여러 단계의
책을 구해왔더라고요) 어떤 순으로 읽을까 의논을 하다보니 생각이 서로 달라서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조합으로 할지는 오스트리아 여행을 가게 되는 모니카님이 구해오는 책을 보고 나서 정하기로 하고
일단 뒤로 미루었지만 아무래도 한 권짜리 모네에 관한 책은 조금 빨리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녀의 딸이 앞으로 최소한 4년은 파리에서 공부해야 하니 여름 방학에 한국에 들어오면 방이 비는 관계로
그렇다면 그 시기에 여행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곳에 가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그녀가 프띠 빨레에 갔을 때 만난 스위스에서 오신 할머니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녀는 스위스에서 선생님으로 일했던 분이라고 하는데 손주들을 데리고 여행와서 아이들만 체험을 위한
박물관에 들어가고 마침 카페에서 쉬고 있던 중 이 혜정씨가 먹으러 들어간 그 곳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알아듣는 것은 그래도 좋은데 말이 잘 나오지 않아서 힘이 들었다는 그녀, 아무래도 한국에서 영어스터디를
꾸준히 한 것이 의사소통에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더라고요. 이대로 불어 공부 계속하다보면 언젠가 프랑스에서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는 그녀를 보면서 함께 있던 우리들도 크게 자극이 되었지요.
이왕 여행경비를 쓴 김에 맛있는 점심 대접하겠다고 해서 수업을 조금 일찍 마치고 점심과 더불어
이야기꽃이 계속 번졌습니다.
서로 전혀 모르던 사람들끼리 공부를 매개로 만나서 몇 년 세월 함께 하다 보니 이제 서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무엇을 더 하고 싶어하는가, 무엇이 부족하고 서로 채워야 하는 부분인가 이런 것들이 보이는 것이 참
신기한 일이네요.
초기에는 하얀 것은 종이이고 검은 것은 글씨로군 하는 수준에서 시작해서 이번에 사온 책을 펄럭이다가
조금씩 뜻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신기해서 서로 웃던 시간이 생각납니다.
어렵다고 느낄 때마다 책장을 펴고 하양과 검정만 느끼던 막막하던 시절을 되돌아봅니다.
그렇게 되돌아보면 거기서 그래도 얼마나 멀리 왔는가, 다시 감사하는 마음이 되거든요.
그것이 보약이 되어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되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묘하기도 ...
그녀의 보따리 덕분에 한동안 모네와 지내게 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