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단련장에 가기 시작한 지 11주째. 그런데 이상하게 목요일부터 꾀가 나기 시작하고
막상 그 곳에 가도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군요. 그런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운동을 계속한 분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목요일에는 웃으면서 그런 날도 있다고
그러니 무리하지 말고 마음이 가는대로 하라고 충고를 해주시더군요.

그래도 시간을 내서 갔는데 그냥 올 수는 없고 쉬엄 쉬엄 하다 보니 예전같은 속도는 아니어도
한 시간 조금 넘게 이 기구 저 기구 조금씩 손대고 돌아오는 길, 기분이 묘했습니다.
금요일, 오전 수업도 없는 날이고 조정하면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이지만 마음이 가지 않는 일을 해야 하나
조금은 쉬어 가는 것이 좋은가 고민하다가 결국은 하루 쉬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토요일, 금요일 밤 즐겁게 논 후유증인지 오전을 거의 잠으로 날려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오늘도? 하고 유혹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래도 이틀 연속은 곤란하지 않나 싶어서
마음을 추스렸지요. 그런데 역시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겁니다.
제 상태를 보더니 목요일날 만난 바로 그 분이 웃으면서 물어보네요. 운동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는가 하고요.
22일이면 만 세 달이라고 하니 그래, 바로 지금이 권태기인거야. 잘 넘기면 되거든, 그러면서 막 웃네요.
자신은 하기 싫으면 10일 정도도 그냥 쉰 적도 있지만 쉬다보면 다시 하고 싶어지는 때가 온다고요.

그러자 다른 분이 이야기를 합니다. 아니, 그렇게 쉬면 오기 싫어서 곤란하다고, 사실 운동은 3일만 오지
않아도 다시 오기 어려운 법이니 싫어도 자꾸 해야 한다고요, 그러니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그 때 제 마음에서 확 열리는 문이 느껴졌습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이 갖는 힘을 느낀 날이라고 할까요?
두 분다 손주와 외손주가 있는 할머니이기도 한데 오늘의 대화를 통해 묘하게 제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고
평소에 웃으면서 인사는 하고 다녔지만 더 이상은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던 벽이 열려버린 느낌이라고
할까요?

운동의 권태기가 빨리 온 것처럼 빨리 지나간 느낌이네요. 덕분에 권태기가 이번에는 끝난 기분이라고
인사하고 나오면서, 오래 한 사람들에게 힘든 때는 하소연하기도 하고, 가끔은 물어보기도 하고
필요하면 알려달라고도 하면서 이 곳에 오래 오래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