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수업 시간에 맛보기로 본 영화, 영화관에서 보려다 기회를 놓친 영화이기도 해서
디브이디로 빌려보았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감독의 이름을 보니 소피아 코폴라, 아 그래서 수긍이 가더라고요.
여성감독의 눈으로 본 영화라서일까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마리 앙뜨와네뜨를 둘러싼 소문에서
한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측면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의 공주, 어머니는 마리아 테레지아, 당시 오스트리아의 여황제였지요.
그녀의 아버지에는 후계자인 아들이 없어서 당시 법대로라면 다른 사람에게 지위를 물려주어야 하는데
주변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법을 바꾸어서 딸에게 지위를 물려주고 죽었다고 해요. 그로 인해서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이 벌어지는데 이 때 이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프로이센의 왕이었으니
당시의 복잡한 상황이 그림처럼 그려지더군요. 세계사를 읽다 보니
국제정세를 뚫고 나가기 위해 오스트리아는 프랑스와 동맹을 맺게 되고 그 일환으로 어린 공주는 프랑스로
가게 되는데 국경 지대에 나온 프랑스 사람들이 그녀에게 오스트리아의 것은 모두 버리도록 합니다.
그녀가 애지중지 안고 온 몹스라는 개도, 그녀를 시중들어 함께 마차에 타고 온 사람들도, 그리고 옷조차도
오스트리아산을 벗어버리고 프랑스 옷으로 갈아입게 하는 장면에서 앞으로 그녀에게 닥칠 심리적인
문제가 더 드러나더군요. 접대의 장소에 온 여성들은 오스트리아 촌 것이라고 수근대고요.

결혼식이 거행되고 한참이 지나도 황태자와의 사이에 제대로 된 소통도 없고 수태의 소식도 없자
어머니가 자주 편지를 보내오는데, 편지를 읽고 한숨 쉬는 그녀의 모습이 여러 번 비치고 있습니다.

채 다 성숙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타국에 와서 함께 사는 남편과의 소통도 제대로 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녀는 사생활의 자유도 없는 공간에서 사람들과의 놀이 문화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것을 한마디로 뭐라고 해야 할까요?
연민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그래 네가 잘 못한 것이라고 냉정하게 말하기도 힘든, 이번 영화를 보면서
내가 변한 것인가, 아니면 대본을 쓴 사람의 의도가 그녀의 여러 면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면 성공한 것인가
묘한 느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정치적인 상황속으로 던져진 책임있는 자리의 여성이 그 책임을 다 할 역량이 없을 때의 비극성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것이겠지요. 열쇠 만들기가 취미인, 그 것에 관한 책을 읽을 때에는 눈이
반짝이고 사냥 갈 때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는 ,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뭔가 흐리멍텅한 느낌의 루이 16세
그에게도 그 자리를 너무 버거운 자리였습니다. 세습으로 자리를 물려받는 것의 무서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기도 했는데 세습의 문제는 왕위에 한한 것만은 아니겠지요?

건축사 수업의 일환으로 보기 시작한 영화가 건축물 이외에도 당시의 풍습, 실내 장식, 중국풍의 유행
궁중 사람들의 위선, 인간 관계의 어려움, 그리고 인간의 고독과 미성숙의 불러일으키는 문제등
얼키고 설킨 다양한 것들에게 관심을 촉발해서 비오는 목요일 오전, 영화를 보고도 여운이 오래 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