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부터 서울에 나가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종로 3가에서의 약속이라 오전 약속이 끝나면
창덕궁에 들러보고 싶었지만 창덕궁이 월요일 휴관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경복궁에 갔지요.
(한국의 궁을 외국인에게 보여주고 설명할 일이 있어서 선택한 것인데 그러다보니 원래 가려던 영화관을
바꿀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생겨서 ) 그 다음에 갈 수 있는 영화관을 생각해보니 시네큐브,아니면 미로 스페이스인데
미로 스페이스에 오랫만에 가보니 독립 영화 전용관으로 바뀌었더군요. 그리고 이미 영화는 시작되어 버리고
그렇다면 하고 찾아간 시네큐브는 10 살 생일을 맞아서 페스티벌 중이었습니다.


섹션별로 다양한 영화를 하고 있지만 시간적으로는 딱 한 작품밖에 볼 수 없는 형편인데 마침 볼 수 있는
영화가 톨스토이의 마지막 생애를 다룬 the last station 원제는 그런데 한국 제목으로는 마지막 인생이라고
바꾸어 달아 놓았네요.


우리가 모르는 존 레논을 다룬 노 웨어 보이도 궁금하고 클라라도 보고 싶네요.

우리는 지금 현재를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를 형성하는 많은 것들은 과거에서 온 것둘이고, 그 과거도
지난 과거라기 보다 우리가 현재 우리식으로 받아들이거나 가공한 과거이기 싶지요.게다가 미리 미래를 앞당겨
고민하면서 미래를 끌어와서 현재에 버무린 것들도 많이 있을 것이고요.
영화를 보던 어제 그 시간, 박제된 성인로서의 톨스토이와 그의 부인 소피아의 이야기가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인간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죽음으로 우리와 작별한 제 마음속의 스승 리영희 선생님의 죽음을
겹쳐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시간 , 그 시간속의 집중이 끝나면 영화는 내게 무엇을 주는가 가끔 생각합니다. 그 시간만의
몰입으로도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영화관에 자주 가게 되는 것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싶어서요.
어제도 역시 톨스토이의 삶을 보러 갔다가 오히려 다른 것에 마음이 빼았겼는데요,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혹은 그들을 둘러싼 어떤 환경,혹은 어떤 새롭거나 신선한 사고방식과 마주치는 우연이 좋아서
나는 영화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그렇구나 하면서 찬바람이 확 몰아치는 광화문 거리를 걸어서
길담서원에 어린 왕자를 읽으러 가는 길,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하루 종일 서울에 나와 있었으니 수업을
위해서는 중간에 조금 쉬면서 뒷 시간을 준비해야 했지만 몸이 졸음으로 가득한 채로도 역시 영화를 보러
간 것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이 재미있어서 혼자 웃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