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돈 조반니를 본 여파일까요?
어제 하루는 모짜르트를 쿠바인들이 변주한 멋진 음악을, 오늘은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면서
동시에 피아노연주를 하는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며서 하루를 열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과 만나면 어떻게 변하는 것인가 하는 살아있는 예를 보는 것 같아서 재미있네요.

지난 금요일에는 오랫만에 연극을 보러 갔었습니다. 베토벤의 33개의 변주곡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었는데요 아무래도 베토벤의 음악이 소재이다 보니 스크린에 변주곡 번호와 더불어 음악이 흐르고
주인공도 음악학자였습니다 .물론 음악에 얽힌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녀와 딸 사이의 갈등도 또 다른
줄기가 되고 ,그녀가 악보에 얽힌 것을 캐러 가는 독일의 도서관에서 도서관의 사서인 여성과 맺게 되는
관계도 하나의 소 주재가 되어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좋은 연극이었지요.

덕분에 지난 주말에는 베토벤과 더불어 깨어 나고 더불어 잠들었거든요. 그러고 보면 우리의 하루를
결정하는 것들이 과연 우리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서인지, 아니면 외부에서의 자극인지 아리송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 그래서 하루 하루가 지루한 반복이 아니라 낯선 것과의 만남으로 어디로 갈지 모르게
된다는 것, 그런 것들이 재미있게 느껴지네요.


음악을 듣다가 서서히 몸이 깨어서 찾아보고 있는 그림은 모리스 루이스입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아직 몸이 깨기 전 듣기 시작하는 음악, 서서히 소리에 몸을 맡기다 보면 저절로 몸이
깨어나고 소리가 몸에 스며드는 시간, 그 시간의 풍성함이 제겐 일종의 천국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어요.
그냥 두면 물질에 불과한 음반이나 디브이디가 소리가 되어, 감동이 되어 살아있다고 느끼는 시간의
놀라움이랄까요?
같은 곡이라도 내 마음 상태에 따라서 얼마나 다른 울림으로 다가오는가 그것도 재미있는 현상중의 하나이기도
하지요. 오늘처럼 모짜르트와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한 날 듣는 소리는 같은 곡이라고 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을 동반하고 제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고 힘을 발휘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