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두 차례, 이번에는 무슨 그림을 새로 만날까 궁금한 마음으로 찾아가는 곳, 간송미술관입니다.
금요일 역사 모임 끝나고 언제나 그렇듯 after가 더 즐거운 점심 식사 시간의 끝나지 못하는 이야기를 뒤로 하고
미야님과 둘이서 간송미술관을 찾아 갔습니다. 갑작스럽게 집에 일이 생겨서 수업에는 불참한 캘리님이
뒤늦게 간송미술관에 합류해서, 먼저 간 우리는 두 번을 ,그녀는 한 번을 전시장을 돌았지요.
처음 만나는 이름도 여럿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눈길을 끄는 오래 된 반가운 이름들
김홍도, 신윤복, 정선, 심사정, 윤두서, 이 인문, 이 인상, 김 시, 김식, 이 징, 강세황, 유 숙, 조 속

변 고양이, 남 나비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의 그림도 눈 크게 뜨고 보았습니다.
화훼 영모대전이란 제목이 시사하듯이 꽃과 풀, 새와 짐승의 모습을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볼 수
있었지요.

어제는 다른 날에 비해 사람들이 덜 붐벼서 관람하면서 편한 마음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주말이 가는 사람들은 그런 여유를 누리기 어렵지 않을까요?

간송미술관에 동행한 미야님, 그녀와는 제주 올레 길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습니다. 한참 어린 친구이지만
제겐 여러가지 자극이 되는 친구이기도 하지요.

어제는 일부러 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래서 간송미술관 사진의 일부는 그녀 작품인데요
아하 하고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찍을 수도 있구나 ,역시 사람은 타인의 시선을 보는 것에서
새로움을 느끼고 새롭게 배우게 되는구나 감탄하기도 했답니다.

카메라 조작법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어서 한 가지 방식으로밖에 찍지 못하던 제게 조금은
변화가 생긴 날, 다음에 만날 때 메뉴얼을 들고 가서 조금씩 조금씩 더 배우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전시장에서 공민왕의 그림을 한 점 본 기억도 나는군요. 처음 보는 그림이라서 자세히
보고 또 보던 생각이 나서요. 갑자기

제주 올레길을 걷다가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묵었던 민박집에서 알게 된 사람들도 여럿 있고요
그리곤 돌아와서 한동안은 서로 연락해서 만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몇 년 세월이 흐른 뒤까지 계속
만나게 되는 것은 그녀 혼자뿐인데 아마 그것은 관심사가 일정 부분 같아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니 관심사가 비슷하거나 같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간송미술관에 드나들기 시작한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는지 이제 셀 수도 없이 오래 되었습니다.
그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이 공간에 함께 오기도 하고 혼자서 호젓하게 오기도 했지요. 올 때마다
마음에 품고 가는 작품들이 다르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같은 작품이기도 했는데요, 어제는 심 사정의 그림과
정 선의 그림을 마음에 품고 왔습니다.

한동안 그들의 그림을 찾아서 책장을 뒤적이는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 같네요.
그러니 전시장에 간다는 것은 일회적인 행위가 아니라 가기 전의 설렘, 현장에서의 예기치 못한 만남
그리고 after, 이 after야말로 전시회의 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