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을 품앗이로 배우기 시작한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받은 책은 시노자끼, 기본적인 4현의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고, 고향의 봄이라든지 가보트
이런 곡을 연습하게 될 무렵 선생님이 이제 슬슬 스즈키 교본을 시작해보자고 하시네요.
그래서 지난 시간과 오늘 두 번에 걸쳐서 연습을 하면서 박자가 고르지 못한 것을 소리로 도와주신 다음
드디어 반짝 반짝 작은 별 연습을 할 수 있게 된 날, 피아노도 헤이 주드의 어려워서 혼자 연습하기 어려운
박자를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에 공연히 기분이 좋아서 천천히 걷게 되더라고요.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변수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바이올린 선생님이 공부 도중 일본어가 어렵다고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와 제가 바이올린을 따라 가기 어려워서
아무래도 그만 해야 되겠다고 도망가는 경우, 그래서 바이올린도 빌려서 시작을 했지요. 만약 그만 두면
악기가 처치 곤란이 될 것 같은 예감에


그런데 양 쪽에서 다 열심히 준비하는 덕분에 제대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고요, 아직은 자세가 불안정하지만
매 시간 제대로 바로잡아 달라고 부탁드리면서 수업을 시작하곤 하지요.
무엇이든 시작하기만 하면 얼마나 시간이 빨리 가는지요!!
무엇을 위해서 공부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연습하는가 물으면 무엇이라고 꼭 꼬집어서 말하기 어렵지만
그 시간 순간속으로 몰입하는 아름다움도 한 몫 하지 않을까요?

여러가지 면에서 열등감이 많았던 제가 언젠가부터 그런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하니 세상이 달라
보이더군요. 아주 내려놓았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 그런 마음을 갖고 노력하다보니 어느새
정말 다른 사람의 성취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능력에 대해서 함께 기뻐하고 그들이 들인 노력에 대해서
주목하게 되고,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자
상대방도 제 진심을 믿고, 마음을 더 열어놓는 것도 보이고요.

어제 금요일 역사 모임에서도 함께 밥 먹으면서 제가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기분을
쉽고 편하게 전달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을 보고 스스로 신기해하기도 했더랬습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한 반주법 연습.오늘 드디어 한 권이 끝났네요. 처음에는 피아노 책위에
씌인 표기들이 무슨 내용인지 그것이 그것 같아서 구별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아하 하면서 달려들어
읽어볼 수 있게 된 것도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2권 시작하자는 권유를 한 주 더 모자라는 것 연습하고 다음 주에 시작하자고 미루어 두었지요.

레슨 갔다 와서 다른 일을 시작하기 전 , 기쁜 마음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어제 간송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과 더불어 글을 쓰다보니 간송미술관에 간 사연을 적은 글에는 주로 미야님의 사진이
이 곳엔 제가 찍은 사진이 올라가게 되었네요.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대상을 바라보는 차이에 대해서
눈여겨 보는 좋은 시간이 되기도 했답니다.
맑은 기운, 강한 기운, 부드러운 기운, 기라고 하는 것에도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요?
좋은 기운을 받기도 하고 보내기도 하면서 남은 계절을 잘 지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