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몸의 기운이 좋아서 그렇다면 조조 영화 한 편 보고 들어와서 어린 왕자 예습을
해야지 그렇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나가기 전에 낮 시간 함께 예습하기로 한 마리포사님과 시간 약속을 하느라
전화를 했더니 영화 한 편을 추천하네요. 어라, 지금 영화보러 나가려는 중인데, 처음 들어보는 영화제목이더군요.
노라없는 오일, 이렇게 들으면서 요상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노라없는 5일이었습니다. 제목만
들으면 무슨 영화인지 알 수 없어서 고개 갸웃했지만 워낙 영화를 잘 골라서 보는 사람이라 그렇다면 하고
행선지를 바꾸게 되었지요.

그렇게 그 영화만 보고 들어왔더라면 원래대로 하루를 보냈겠지만 표를 사려고 전광판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네요. 돈 조바니
지난 목요일 오페라 모임을 할 때 캘리님이 말하던 바로 그 영화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2시 10분
갑자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불어 예습을 포기하고, 중간에 비는 시간에 들고간 소설을
읽다가 돈 조반니를 마저 보고 가면 어떨까?
물론 악기 연습할 시간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일부러 또 나와서 돈 조반니를 보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나니 그 다음에는 저절로 하루 일정을 바꾸게 되더라고요.

베니스에서 시작하여 빈에서 끝나는 이 영화에는 돈 조반니의 대본을 쓴 로렌조 다 폰테,그의 스승으로 나오는
카사노바, 그가 소개장을 써 준 살리에리, 그리고 당연히 모짜르트가 등장합니다.
아마데우스에 등장하는 모짜르트와는 사뭇 다른 맛을 풍기는 모짜르트와 그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는 것
그가 대본을 쓴 로렌조와 작품을 서로 상의하는 과정, 연습장면을 본 것만으로도 집에 오니 저절로
모짜르트를 다룬 4권짜리 소설앞을 도서관에서 지나다니면서 저렇게 두꺼운 소설을 읽어? 말어? 고민하던
것이 단번에 읽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네요.
더구나 롯데 시네마의 아르떼관에서는 서울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영화를 가끔은 볼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어서 영화 본 것만큼이나 즐거운 소식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