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길을 걷다가 어라, 처음 보는 꽃들이네 눈길을 끌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때는 꾸물거리면서 그 자리에 서서 카메라를 들고 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다음 날 아침 다시 와 보겠노라 마음먹고 그 곳을 떠났지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꼭
이런 마음속의 다짐은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법이라서 결국 오늘 아침에야 가보게 되었습니다.

9시에 깨워 달라는 아들의 부탁이 있어서 ,그 때까지는 돌아와야 하는지라 8시 조금 못 되어서 집을
나섰는데요, 일요일이라 그런지 거리가 조용합니다.
도심지에 살 때는 꽃 이름을 거의 몰랐지만 시골로 내려가서 6년만에 거의 200가지 종류의 꽃 이름을 알게
되기 까지 꽃과 사귀게 되었노라고, 언젠가 꽃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미당의 윤혜신씨, 덕분에 꽃 사진을
올려 놓으면 무엇이라고 알려줄 사람이 생겨서일까요? 편안한 마음, 기대하는 마음으로 낯선 꽃들에게
다가가게 되네요.

집에 들어와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학원가는 아들을 배웅하고 (이제 입시가 한 달이 채 못 남았네요.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아침 밥을 차리고, 늦지 않게 떠날 수 있게 하는 것 ) 아직 자고 있는 보람이를
깨워서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 이왕이면 함께 읽는 소설가 미유키의 책을 빌려오라고 보냈더니
정말 이번에는 미유키 소설만 다섯권을 빌려 왔더라고요. 무엇을 읽을까 고심하다가 한 권 먼저 고르고
피아노 ,바이올린 연습을 마치고 나니 오전이 훌쩍 다 지나가 버렸네요.

미녀와 야수를 치고 있었더니 갑자기 엄마, 그거 디즈니 음악 아니야? 하고 물어보는 보람이
귀는 발달했어도 악보 보는 것은 영 싫어해서 피아노를 치고 싶긴 하나 접근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네요. 그래도 스스로 하고 싶다,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기 전에는 아무래도 무엇을 시작한다는
것이 어렵겠다는 판단에 그냥 두고 있는 중입니다.



바이올린 연습중 소리를 듣던 보람이가 말을 하네요. 엄마 그저 깽깽 소리만 나던 상태에서 그래도 많이
좋아졌네. 이제 노래가 들려 . 듣던 중 반가운 소리더라고요.

연습을 마치고 , 잠깐 쉬는 사이에 보람이가 이야기를 시작하네요. 친구들이 마지막 학기라서 취업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서 그런지 보람이는 시간 날때마다 취직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요. 본인은 일년 남은 일이지만
아무래도 피부로 느끼는 온도가 신문에서 읽는 엄마와는 다를 테니까요.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오전 중 길거리에서 만난 이 은미 콘서트 소식중 글씨가 강렬하고 카피가 좋아서
저런 글을 누가 썼을꼬 부러워하면서 카메라에 담은 글씨가 있습니다.

소리위를 걷다...
어떤 소리라도 소리가 주는 깊은 감동을 경험한 사람들에겐 이 카피가 주는 매력이 가득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