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과 한가위 날 오후 수원 화성에 갔습니다.
오래 전 역사기행으로 가 보고는 처음인데요, 팔달문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에 다양한 사람들
이런 저런 모습과 만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이 곳에서 다양한 외국인들을 만났습니다. 물론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더라도 그들의 삶이 마음에 스미어 오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화성에서 만난 많은 사람중에서 이 곳에서 일하는 중에 휴일이라 어딘가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삼삼 오오 나들이 온 사람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더군요.

무슨 소리야? 사람들만 만났다고? 나도 이곳의 엄연한 주인이야 라고 말을 거는듯한 풀들도 눈길을
끌었지요. 조금만 틈새가 나면 비집고 나오는 생명력이라니!!


화성을 둘러보는 길에 자주 만났던 깃발, 당시에 깃발이 가지던 상징성,혹은 실질적인 소통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만들만큼 여기저기서 깃발이 날리고 있었습니다.


이 세 사람도 역시 외국인이었는데요 어디 나라 말인지 알 수 없는 언어로 휴대전화를 들고 한창 이야기중이더군요.
휴대폰, 요즘은 어디서든 혼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거의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전화를 걸고 상대방이 받기를 기다리고 있거나요.
그것이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것은 저만의 감상일까요?

금방이라도 비가 올듯한 날씨에 산으로 둘러쌓인 수원은 마치 동양화속의 풍경같지만 행궁을 둘러싼
집들이 행궁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기분이어서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서장대에서 내려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본 모습입니다.

장안문에서 바라본 수원, 어제와 오늘이 절묘하게 섞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안에서 밖으로 나오려던 저와 밖에서 안을 찍으려던 그녀, 서로 마주치면서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고
한 장 찍어도 되는가 신호를 보내니 좋다고 하네요.


오래 전 이 길을 걸었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혼자서, 둘이서, 가족끼리 걸어가면서 내는 소리,소리, 소리들
먼저 보내면서 피사체에 담을만한 것을 기다리다 두 명의 여자 친구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시선이
갔습니다.

명절,그다지 젊은 것도 아닌 한 남자가 혼자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네요.


제겐 세계문화유산인 이 곳이 수원시민들에겐 놀이터 같은 공간이로구나, 그래서 오히려 더 다정한 느낌으로
바라보게 된 날, 다음에 오면 문화재를 만나러 오는 기분보다는 그런 생활의 공간으로 더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길거리에서 정조로, 행궁로 이런 거리명을 읽고 있자니 이 곳이 주는 역사의 무게를 실감하면서
갑자기 그 시절의 역사를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돌아오는 길 기차를 타고 밖을 내다보니 기차역의 스넥코너 이름이 이 순신입니다.
아니, 그래도 이것은 조금 심한 것이 아닌가 ? 아니, 그렇게 주목을 끌고 싶었던 주인의 센스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