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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로 여는 일요일 아침

| 조회수 : 1,748 | 추천수 : 69
작성일 : 2010-09-19 10:15:26

  
토요일 아침은 드보르작으로, 일요일 아침은 브람스로 그렇게 하루를 열고 있습니다.

그런 조합에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냐구요?

물론 있습니다. 금요일 밤 런던 필 공연,장영주가 브람스 협연을 했고, 교향곡은 드보르작이었거든요.



오래전 캘리님이 예매한 표는 다섯 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추석기간을 이용해서 파리 여행을 가게 되었고 ,그 사이에 신상에 변화가 생긴 ak님은

표 예약 한 것을 완전히 잊고 계시더군요. 갈 수 있는 사정이 아니라고 다른 사람에게 표를 주어도 좋다고 해서

누구에게 이 귀한 기회를 주나 고민하다가 마침 그 날 저녁에 보람이랑 예술의 전당 앞에서 저녁 먹기로

약속한 일도 있어서 혹시  연주회 갈 것인가 (뮤지컬은 보러 가도 정식으로 클래식 연주회에 가보지 않은

아이라 간다는 대답을 거의 기대하지 않았는데 ) 물었더니 장영주라고, 그러면 갈래 라고 선뜻 대답합니다.





이름값이란 이런 것일까? 순간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낮시간에 점심 약속, 그리고 폴 스미쓰전 관람, 예술의 전당까지 오는 중에 재미있게 읽던 책이 있어서

지하철에서 잠도 못 자고, 다시 저녁에 자전거님 만나서 보람이랑 셋이서 저녁먹고 공연 시작되기 전까지

그녀가 이번 여름 한 여행에 대해서 듣기도 하고 겨울여행에 대해서 궁금한 것 묻기도 하느라

전혀 쉴 시간이 없어서 공연이 막상 시작되고 첫 곡 베버의 오베른 연주까지만 해도 약간 졸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브람스 곡이 시작되고 음반으로는 상당히 여러 번 들었던 장영주의 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확 깨버렸네요.

곡 자체도 평생 들어왔던 곡인데 역시 현장에서 들으면 새롭게 들린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새로 생긴 버릇은 그들이 활을 어떻게 쓰는가, 손은 어떤 자세로, 바이올린을 여럿이서

켜는 경우 그들의 동작은 어떤가, 현마다 내는 소리에도 주목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그런 것이 참

큰 변화구나, 그 악기를 언제까지 계속하게 될지 내가 낼 수 있는 소리는 어디까지 일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으나 무심하게 소리만 듣고 있을 수 없는 그런 적극적인 마음의 개입이 오케스트라 연주 듣는 것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



브람스 곡이 다 끝나고 쳥중들의 열렬한 박수와 호응이 있었어도 그녀는 무슨 이유인지 앵콜에 응하지

않더군요.

협연이 아무리 좋아도 역시 오케스트라의 가장 큰 매력은 교향곡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제게

런던 필의 드보르작 연주는 새로운 곡과의 만남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교향곡 8번은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플룻 주자의 소리,그에 호응하는 오보에와 현,그리고 호른의 소리

가끔 온 몸을 반응하게 하는 팀파니의 소리도 물론 좋았지요.



토요일 오전에는 그래서 드보르작으로 일요일 오전은 브람스로 제 안에서 음악회의 after가 계속 되고 있는데

더 놀라운 일은 어제 오후 보람이가 제게 말을 걸었던  일이었습니다.

엄마,나 플룻 배우고 싶어졌어, 대금이 아니고 플룻이라고?

어린 시절 대금을 배웠던 적이 있던 그 아이는 만약 기회가 된다면 다시 대금을 배우고 싶다고

아니 배우지 않더라도 혼자서 악보 보면서 연습해보고 싶다고 하는 말을 가끔 했었거든요.

지금은 바빠서 곤란해도 언젠가는 해보겠노라고

그러던 차에 풀룻 배우고 싶다는 말이 의외였거든요.



어제 공연에서 플룻 부는 아저씨 (바로 그렇게 아저씨라고 표현해서 얼마나 웃었는지요) 소리 들으니

그런 거구의 몸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소리 나는 것이 신기하더라.

사실 첫 오케스트라의 만남이 그 아이에겐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좋은 공연이었고, 그것에서 촉발된

정서가 바로 열매를 맺지는 못해도 앞으로 공연을 보러 갈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에는 아주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 같아요.



일주일에 딱 하루 새벽 6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일요일, 그런데 이게 무슨 조화속인지 이 날따라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깨어나는 불운?이라니,그래서 브람스를 틀어놓고 살랑 살랑 바람이

스벼들어오는 기분좋은 느낌에 몸을 맡기고 마루에 편하게 누워서 소리의 향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직 덜깬 몸이 소리에 서서히 반응하면서 깨어나는 과정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기분좋은 일인지!!




같은 곡을 연달아 두 번 듣고 나니 이제는 일어나서 기분좋게 일요일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사진은 대림미술관의 전시관 뒷 쪽 구석을 들여다보면서 빛과 그림자의 조화에 감탄하면서 찍은 것들과

폴 스미쓰의 사진중에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을 올려 놓았습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루소
    '10.9.19 11:25 PM

    Brahms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77

    제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 2. 캐드펠
    '10.9.20 2:42 AM

    따님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이셨겠어요
    저의 큰아이가 단소에 이어서 대금을 한동안 배우다가 고3이 되면서 중단을 했는데 대학에 가면
    다시 배우겠다 하더니 요즘에는 풍물에 말 그대로 흠뻑 빠져 들어서 헤엄을 치고 있는 중이네요.
    그 중에서 북을 배우는데 여름 방학때는 고창에 가서 3주를 지내다 오더니 겨울 방학에는 진도로 가겠다고 합니다.
    저는 풀룻을 배우길 바랬는데 어뜨케 딸아이를 꼬드겨 봐야 할 듯 싶어요^^

  • 3. intotheself
    '10.9.20 9:56 AM

    카루소님

    다시 들어도 역시 반가운 브람스, 잘 들었습니다.

    음식 만드느라 즐겁고도 힘든 시간을 계속 보내고 계시겠지요?

    몸 건강히 즐거운 나날이 되시길

  • 4. intotheself
    '10.9.20 9:58 AM

    개를 인간화 시키는게 아니에요
    님은 잔인한 사례를 가져와서 예를 드셨는데 실제 저 아이는 발가락 두개 살짝 긁힌 정도의 상처 였다고 합니다. 의사도 괜찮다고 했구요
    개를 방치한건 개 주이 잘못이구요 또 개 주인의 실언 때문에 저 아비라는 인간이 개를 집어 던져 죽인게 초점인 겁니다.
    아무리 인간이 동물 위에 존재 한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9층에 있던 개를 12층까지 끌고 올라 가서 일부러 콘크리트에 집어 던진 그 남자가 ...과연 같은 인간에게도 그러지 않을 꺼라는 보장이 있나요?
    아저씨가 분노조절한건 인정하신다고요? 전 오히려 그 개보다 그 아저씨가 더 무섭습니다.
    동물 목숨 천시 하는 인간치고 같은 인간에게 해 끼치치 않는 사람 못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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