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베이션이 끝난 교보문고가 8월 27일 문을 다시 열였다는 소식을 들었어도 이상하게 시간이 맞지 않아서
어제 처음 갔습니다. 평소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인데 왜 그랬을까? 뒤돌아보니 아무래도 강남모임에 갔을 때
가까이에서 들릴 수 있는 강남교보가 있고, 길담서원에서도 책을 구입할 수 있다보니 교보문고에 가는 발걸음이
없어도 사는 일에 지장이 없었던 모양입니다,그래도 역시 80년 서울에 올라와서 지금까지 교보문고는 제게
일종의 삶의 공간역할을 해 온 곳이라 다시 가니 마치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라니 참 묘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랫만에 고향에 오니 고향이 변해서 뭔가 분칠한 기분이라고 할까요?
달라지고 편해지고, 다 좋지만 그래도 역시 앞으로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은 묘한 기분도 들고요.


입구도 변해서 이런 식으로 양쪽으로 하나는 직지심경을 다른 하나는 오엔 겐자부로의 글씨로 장식을
해 놓았더군요.


사람은 책을 만드는 것은 확실하지만 책만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겐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그 구절이 마음을 움직입니다 .제 인생에서는 확실히 큰 영향을 준 것이라서일까요?
지난 금요일 폴 스미쓰전에서 본 사진들중 문방구를 찍어놓은 단순하면서 마음에 남은 것들을 본 영향일까요?
난생 처음으로 문방구점 앞에서 서성대면서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녔습니다.
우선 월요일 읽게 된 어린 왕자 불어판,그것으로 인해 모자라는 실력으로 끙끙대는 중이라 반가운 마음에
그것부터 한 컷!!


문구점 앞자리의 음반점은 다른 쪽으로 이동하고 그 자리에 일본문고, 그리고 요리와 여행책등이 자리를
잡았네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씨가 보입니다.

원래 화장실이 있던 공간을 다른 쪽으로 옮기고 그 곳에 일상 문구를 파는 곳과 핫 트랙스가 자리를 새로
잡았는데 신장개업한 곳 답게 여러가지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문구에 관심이 많은
저는 나중에 합류한 보람이랑 이것 저것 구경하다 책은 눈으로 기록만 하고 음반도 마음으로 담기만 하고
문구류만 사들고 온 이상한 날이기도 했네요.


그러고 보니 어제는 교보 문고를 두 번이나 들른 특이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들어가서 변한 공간과
인사하고, 그 다음 볼 일을 본 다음 다시 가서 찬찬히 둘러보고 새로 나온 서적들을 기록하고, 보람이랑
만나서 간단하게 저녁먹고 이야기하다가 들어온 날이어서요.

종로쪽으로 나오는 출입구에는 계단식으로 앉아서 쉴 수 있는 장소가 생겨서 벌써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하기도 혼자서 눈감고 앉아 있기도 혹은 책을 읽기도, 다른 사람들은 어린 아이들을 앉혀두고 사진을
찍기도 다양한 움직임이 그 공간을 살아있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30일까지 계속되는 행사인데요, 저는 이런 식의 추첨에 당첨된 적이 거의 없어서 이왕이면 보람이 이름으로
써넣어보라고 권했습니다.어제 산 물품의 영수증 번호를 적어놓는 것인데 세 장을 써 넣었거든요.
30일까지라 아직 한 두 번은 더 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3가지 중에서 무엇으로 쓸까?
하나는 딱 한 명에 한해서 150만원어치의 책을 주는 것이더군요. 그래? 그런데 한 명이면 가능성이 너무
없으니 4명 5명 있는 2,3번중 무엇을 고를까 하다가 3번으로 골라서 한꺼번에 넣은 응모함에 넣었습니다.

핫 트랙스, 이 곳이 이용하기 아주 편하게 바뀌어서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을 달고 클래식 코너를 안으로 따로 마련해서 터미널 근처에 있는 신나라 레코드처럼 꾸며 놓았더군요.
앞으로 자주 가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장소입니다.

교보문고에 가면 늘 음식을 먹기가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었는데 선택의 폭이 조금 넓어지고 공간도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늘기는 했습니다.그런데 너무 빽빽하다고 할까요?
어제는 정말 사람이 많아서 답답하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그래도 한가한 시간이면 그 곳에서 구입한
책을 편하게 읽으면서 무엇을 마실 수 있는 그런 공간은 될 것 같아요.


외서 코너가 잘 정리가 되어 이용하기 편리하게 바뀐 것도 반가운 점의 하나였습니다.

이름만 자주 들었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스티븐 핑커의 책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읽고 있는 역사책 네 권도 나란히 있네요.

강남교보에서 만난 개념어 총서 ,철학책이라고 하기엔 표지가 너무 예뻐서 처음에는 예술 총서인 줄 알았던
시리즈를 여기서 다시 만나니 반가워서 한 컷!!

히스토리 코너에서 고개 숙이고 노트 정리하면서 글을 읽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입니다.
교보문고가 다시 문을 열고 나서 못 가보니 이상하게 숙제를 못 하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마침 월요일
일본어 수업, 불어 수업 다 휴강이라 한가한 마음으로 한참을 노닐다 오니 마음이 뿌듯하긴 한데
책방에 가서 제대로 책은 읽지 않고 카메라와 놀다 온 묘한 날이기도 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