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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우연한 만남-paul smith

| 조회수 : 1,774 | 추천수 : 56
작성일 : 2010-09-18 13:37:48


  
요즘 새로 알게 된  디자인 전공의 지혜나무님 덕분에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는 일부러 챙겨온 필로 디자인을 빌려서 뒤적이는 중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제겐 여지껏 디자이너란 남의 나라 이야기라서 크게 관심갖고 일부러 찾아가서 볼 기회란 전혀

없었는데 금요일 점심 약속을 마치고, (루니에서 제게 들뢰즈와 제대로 만나게 해 준 정수샘에게

식사대접하고 싶어서 정수샘,루니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알게 된 은유씨, 이렇게 셋이서 맛있는 점심

더 맛있는 이야기로 가득한 시간을 보냈거든요 ) 은유씨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전시회가 있다고 해서

대림미술관에 함께 갔습니다.







왼쪽의 하얀 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도슨트인데요, 처음 들어갔을 때 이미 설명을 하고 있더군요.

한 층의 설명이 끝나고 다음 층에서 비디오 작업을 설명중 들어간 우리가 내지르는 탄성 (우리라기 보단

은유씨의 탄성이 더 쌨지만 )에 그런 반응이 신기했던지 도슨트가 오히려 놀라면서 반겨주더군요.

그렇게 눈인사로 시작한 도슨트와 전시관을 돌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두 사람의 포즈와 점점 친밀해지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모델로 삼아 여러 장 찍기도 했네요.



이층에는 그가 어려서부터 모았다는 포스터를 포함해서 콜렉션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고

3층에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찌기 시작했다는 사진들이 다양한 표정을 담아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뒷쪽으로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팬이 박스에 담지 않고 그대로 물건에 우표를 붙여서 오랜 세월

보내온 것을 전시하고, 그 뒤로 디자이너의 오피스를 그대로 본뜬 장소에 그 곳에서 들고온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네요.

우연히 점심먹고 설렁 설렁 아무런 정보없이 따라나선 길에서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지요!!



촬영이 허용되는 3층의 벽면에 너무 다닥다닥 붙은 사진들, 거의 다 찍어보고 싶었지만 주변과 더불어

조화롭게 찍는 것이 어려웠습니다.그래도 눈길을 끄는 사진들을 그냥 두고 오기 어려워서

어제 밤 집에 와서 사진 정리하느라 정말 오래 걸리더라고요.



제게 대림미술관 함께 가자고 권해준 은유씨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디에 님을 붙이게 되는데

이상하게 그녀에게는 은유씨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느낌이라 그렇게 부르고 있는 중인데

역시 2010년 우연히 제 인생으로 걸어들어와 아름다운 인연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중인 한 사람이기도 하지요.



전시장에서 놀랍게 생각한 것중의 하나는 젊은 잘 차려입거나 개성입게 차려입은 사람들의 모습,더구나

아주 진지하게 피사체를 잡아서 촬영하고 있거나 삼삼오오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면서 벽을 바라보는

모습이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마시던 잔에 자신의 안경을 걸치고 사진을 찍거나 시계가 나란히 진열된 상태에서 한 컷에

담거나, 혹은 단추를 나란히 늘어놓고 토끼 모양을 만들거나 도로 표지판이나 공사판의 글씨를 담거나

그런데도 그것이 작품이 되는 신기한 현상에 놀라서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느라 시간이 엄청 흘러버렸지요.



그는 오렌지나 토마토를 찍고 나면 그것을 바로 이미지화해서 자신의 패션에 응용하는 것이 주특기였다고요.

도슨트가 바로 그런 현장을 사진으로 들고와서 설명과 더불어 보여주니 이해가 확 되더군요.









높은 하얀 천장에 갈라진 틈으로 빛이 들어오는 그 공간, 오피스를 재현한 곳에 들어있는 다양한 아이템들






원래는 싸이클 선수가 되려고 준비하다가 3개월 입원해야 할 정도의 큰 사고를 당하고  그 꿈을 접은 다음

친구들과 만나서 놀다보니 마침 그 친구들이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고요. 폴 스미쓰는 말하자면

어깨 너머로 디자인에 눈 뜬 그런 사람인데 일가를 이루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니 전공이란 것이 꼭

그 사람의 세계를 넓히고 기회를 주는 유일한 것이 아니란 점을 알 수 있지요. 물론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란 점이 어려운 점이지만.













팬이 보내왔다는 물품을 전시한 공간입니다.



하나 하나가 예사롭지 않아서 방송국에서 보낸 사람을 추적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스미쓰가  미스터리는 그대로 남겨놓는 것이 좋다고 거절하는 바람에 혹시 자작극이 아닌가 하는 소문도

있다고요. 일반인이 보냈다고 하기엔 감각이 뛰어나 그런 의심의 여지가 있었다고요. 그것은 도슨트의

설명이었습니다.










철학 강의때문에 강신주 선생님의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를 받아 적던 중  contingent란 아이디에

혼자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연이라, 그렇다, 낯선 사람과의 아니면 나와 취향이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야말로

평소 동일한 패턴으로 사는 우리들의 일상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것과 마주치게 하는 귀한 인연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진하게 한 날이기도 했어요. 어제는



사진을 다 찍고 돌아오니 도슨트는 기본 설명을 다 마치고 원래는 돌아가야 하는데 은유씨랑 하염없이

대화에 몰두하고, 나중에는 우리가 미술 비평을 하려면 철학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불어 공부가 '

필요한 것은?  철학을 어디서 어떻게 하면 좋은가 이런 이야기까지 서로 나누게 되어 수유너머에서

월요일 새로 시작하는 세미나 스니카즈 (스피노자, 니체, 카프카 )를 소개하기도, 들뢰즈를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한없이 이어졌지요. 그녀는 아줌마들이 와서 자신을 흔들어놓는 것이 신기했던지

개인적인 고민까지 늘어놓으면서 대화가 계속 진행중이 되어버렸습니다.










왼쪽 가장자리에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이용한 사진이 인상적이어서 오래 기억할 것 같네요.









마음에 드는 사진앞에 서보라고 하니 은유씨가 고른 사진이 바로 look이 써 있는 사진이었지요.




제겐 이 전시에서 디자이너로서의 폴 스미쓰보다 사진의 다양성에 눈뜨게 해 준 사람으로의 만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슨트와의 이야기를 끝내고 함께 오피스 공간에 가니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 이야기하던 중 다시 모델이

되어 한 컷. 화려한 색감의 포스터는 그가 모은 화가의 작품을 찍은 것이더라고요.






사진기 앞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모델로 여러 가지 사진을 찍어 볼 수 있었던 것도 제겐 참

신선한 경험이었답니다.






처음 전시 공간에 들어갔을 때 왜 자전거를 저렇게 세워놓았나 의아했지만 나올 때는 이미 의문이 풀린

상태였지요.




이 전시의 재미있는 점은 표를 다시 들고 오면 재입장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언제 시간 여유를 내서 혼자 다시 가서 좀 더 생각하면서 그 공간을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사진찍는 일도, 그 안의 공간에서 만난 사진도, 그리고 기발한 공간들도 ,함께 한 사람과도 새롭게 만난

도슨트와도 즐거운 시간을 마음껏 누린 날이었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루소
    '10.9.19 1:46 AM

    Waltz in B minor (op.posth.69 NO.2)

    쇼팽 / 제10번 왈츠. 작품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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