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이맘때면 언제나 떠오르는 시

| 조회수 : 1,450 | 추천수 : 49
작성일 : 2010-09-20 00:22:20
보라색 여름 바지/문정희  



여름 다 지나고 선선한 초가을날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보라색 여름바지 하나 사들고 돌아오며
벌써 차가운 후회가 바람처럼 숭숭
뼛속으로 스미어 옴을 느낀다

왜 나는 모든 것을 저지른 후에야 아는가
만져보고 난 후에야 뜨겁다고 깨닫는가
늘 화상을 입는가
사람들이 이미 겨울을 준비할 때
여름의 잔해에 가슴을 태우고
사랑을 떠나 보낸 후에야 사랑에 빠져
한생애를 가슴 치고 사는가

내 키보다 턱없이 긴 바지 단을 줄이며
내 어리석음을 가위로 잘라내며
애써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어 본다

누구나 정해진 궤도를 가는 건 아니지
돌발과 우연이 인생이기도 해
그러나 어느 가을날 하루가
더운 사랑으로 다시 뒤집힐 수 있을까
이 보라색 바지를 위해

무릎 아래까지 흰별들이 총총 나있는
보라색 여름바지를 입고 서서
홀로 낙엽지는 소리를 듣는다
숭숭 기어드는 차가운 바람소리를 듣는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뭉크샤탐
    '10.9.20 12:26 AM

    모두 추석 명절 준비하신다고 분주한데 웬 시냐구요?
    몸은 엄청 바쁘고 고단한데 머릿 속에는 에는 이 시가 내내 맴도네요

  • 2. crisp
    '10.9.20 12:49 AM

    잘 읽고 갑니다.

  • 3. 캐드펠
    '10.9.20 2:30 AM

    살다 보면 그럴일이...
    시 좋아서 몇번이나 읽어 봅니다^^

  • 4. pinkberry
    '10.9.21 6:38 AM

    시..
    좋네여~~
    감사합니다^^

  • 5. 열무김치
    '10.9.21 10:23 PM

    저보 시원한 여름 보라색 바지가 있는데 내일 한 번 마지막으로 입어 볼까요 ?
    가을 장마로 여름 흔적은 찾아 볼 수도 없이 기온이 떨어지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3904 비어 있는 공간일 뿐이지요... 5 카루소 2010.09.23 2,444 62
13903 한가위날, 수원 화성에 가다 5 intotheself 2010.09.23 2,306 75
13902 오설록(제주) 4 노니 2010.09.22 2,218 84
13901 "You are the New Day"...King's Sing.. 1 째즈싱어 2010.09.22 1,884 162
13900 미리 보낸 추석... 14 마실쟁이 2010.09.21 1,950 104
13899 광화문 교보 문고 풍경 4 intotheself 2010.09.21 3,340 78
13898 지리산편지(5) 더도 말고 한가위.... 2 지리산노섬뜰 2010.09.20 1,948 110
13897 건강 관리를 위한 체크리스트 5계명! 1 하루이틀사흘나흘 2010.09.20 2,134 99
13896 `Greensleeves'...King's Singers- 3 째즈싱어 2010.09.20 1,845 142
13895 2차 행복만들기팀이 출동 합니다.(모임공지) 7 카루소 2010.09.20 2,837 76
13894 유체이탈? 환생? 솜뭉치 2010.09.20 1,609 89
13893 여행계획을 짜다가-도와주실래요? 7 intotheself 2010.09.20 1,887 47
13892 동화속의 정원 - 미실란 희망정원 4 미실란 2010.09.20 1,862 65
13891 신아외기 소리... 6 카루소 2010.09.20 2,377 63
13890 이맘때면 언제나 떠오르는 시 5 뭉크샤탐 2010.09.20 1,450 49
13889 브람스로 여는 일요일 아침 4 intotheself 2010.09.19 1,748 69
13888 유홍초 5 안나돌리 2010.09.19 1,613 55
13887 Face to Face...Barry Gibb & Olivia .. 2 째즈싱어 2010.09.19 1,695 144
13886 말해줘요 우리가 갈 길은 어딘지!! 6 카루소 2010.09.19 2,504 61
13885 곽지해수욕장 5 노니 2010.09.18 2,392 69
13884 가을 걷이 ~~~~~~~~~~~~~~~~~ 5 도도/道導 2010.09.18 1,733 100
13883 우연한 만남-paul smith 1 intotheself 2010.09.18 1,774 56
13882 성산, 쇠소깍 (제주) 3 노니 2010.09.18 2,151 56
13881 어,오랜만에 일출이네 6시 10분. 4 wrtour 2010.09.18 1,736 79
13880 갑자기 이 노래가 듣고 싶어요. 5 carmen 2010.09.17 1,988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