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유로 자전거 나라를 방문하고 나서는 길에 만난 반가운 전시소식입니다.

사실 지난 금요일 가려던 곳이었지만 아시아 리얼리즘에 밀려서 미루어진 것인데
날짜를 확인하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렇다면 이번 금요일에 ,이렇게 마음에 새겨두고
남산 수유너머의 일본어 수업에 참석하려고 갔지요.
한 주 방학하고 나서 만난 사람들, 그 사이에 일본여행에 다녀온 담담님이 들고 온 책중에서
몸에 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인지 기에 관한 책을 이번에 읽기로 했다고요.
기에 관한 내용도 어려운데 그것을 일본어로 읽는다니 참 산넘어 산이로구나 싶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런 책을 제대로 읽어볼 수 있을까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수업에
참여했지요.

마침 82cook의 쪽지를 이용해서 바삭바삭이란 재미있는 아이디를 가진 분이 합류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잘 찾아왔을까 싶었는데 이미 그 장소에 도착을 했네요. 저는 바삭바삭이란 아이디라서 오랫동안 요리를
한 사람,요리를 즐기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혼자 상상했는데 의외로 너무 젊은 80년생이라고 인사를 합니다.,
마침 일본에 워킹 홀리데이를 신청해서 곧 떠날 사람이라고요. 그러니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가 받게 되는 자극이나 충격,이런 것들이 우리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수유너머 안에 있는) 가는 길에 보니 탁구치는 소리가 들리네요.
그동안 덥기도 하고 함께 칠 파트너들이 자리에 없거나 너무 공부에 몰두해 있어서 탁구 칠 기회가 없었던지라
혹시 저녁 식사끝날 때까지 그들이 있으면 함께 쳐야지 ,갑자기 불끈하는 마음이
그래서 저녁 먹고 들러보았습니다.
지난 번 함께 친 경험이 있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인지, 소속을 잘 모르지만
수유너머에서 자주 본 얼굴이네요. 치고 싶다고 하니 기꺼이 끼워줍니다.
상대방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 형이라고 하네요. 두 사람 다 미얀마에서 온 사람들이라고요.
둘이서 이야기할 때 마치 노래하듯이 어울려서 하는 이야기소리,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라 그런지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한 사람은 저녁 식사 하러 가고 낯선 사람과 둘이서 탁구를 치는데 처음에는 공이 서로 어긋나다가
조금 지나니 호흡이 잘 맞아서 즐겁게 쳤지요.
그런데 밥을 먹고 온 다른 한 사람이 시합을 하자고 하는 겁니다.
시합이라고?
저는 주로 렛슨을 통해서 얌전하게 기본기만 익힌 솜씨라서 실전에는 완전 약하거든요.
그래도 그러면 한 번 해 볼까? 그렇게 마음먹고 시작한 시합, 첫 세트에서는 정말 무참하게 깨지는
경험을 했지요. 아, 기본기란 실전에서는 이렇게 맥을 못 추는 것일까
머릿속으로 생각한 공과 실제로 내 앞에 와서 꽃히는 공의 차이를 실감한 날이었습니다.
내리 2 번을 무참하게 깨지고, 상대가 이제 그냥 치자고 하는 것을 아니, 한 번 더를 외치고
시합을 다시 시작했지요.
그런데 두 번에 걸친 경험으로 몸이 조금 적응이 된 것일까요?
3번째에서는 간신히 2점 차이로 이기고 네 번째로 넘어가려는 찰나에 수업이 있다고
그 공간을 써야 한다고 하네요.

함께 시합한 사람이 저를 위로하더군요. 기본기가 잘 되어 있으니 연습하면 금방 좋아질 것이라고
다음에 다시 시합하자고요.
그러고 보니 탁구를 배운 시절동안 제대로 시합이란 것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이런 상황에서는
어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날이었습다.
기본기가 없는 것도 곤란하지만 실전에 쓸 수 있는 실력이 없는 것도 곤란하구나
이런 것이 과연 탁구에만 해당하는 것일까 ? 갸웃거리면서 저를 돌아본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몸은 이미 흠뻑 젖어서 저녁 시간 루니 수업에 들어가기 전 카메라 들고 그 동네 한 바퀴 산책을 나섰습니다.

다양한 공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 그래서 그 곳에서는 예상치 못한 만남이 자꾸 일어나고 있지요.
어제는 108배에 관한 것을 시범으로 보여준 조조님과 호시님 덕분에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고
시도를 못하던 108배를 이제 집에서 시도해보는 것이 가능할 것 같고, 일본어 번역시간에 어려운 책 읽느라
제대로 일본어의 기본을 못 닦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이왕이면 조금 일찍 모여서 조금 가벼운 책을
읽자고 채근을 했더니 그러자고 의견이 모아지기도 한 날이었지요.
일단 사람들, 그 중에서도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찾는 일이 우리들 삶에서
아직 형태를 알 수 없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어딘가 즐거운 곳으로 가는 차표를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