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들판에서 일을 거둘고 들어와서,
산에 굼불땔 나무하고 와서,
친구들과 신나게 땀흘리며 놀고 왔을때
어머니께서 샘가에서 등목을 시켜주셨다.
요즘 이른 새벽 들판에서 애초기 메고 풀을 베고
들어오면 온몸은 땀으로 목욕을 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한낮에는 농부는 들판에 나가지 않는다.
더위를 감히 이길수가 없어서...
한낮에는 모든 생명체들도 몸을 추수리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햇살이 잠시 수그러드는 4시 이후 들판을 향한다.
섬진강가 희망농부는 일과시간이 끝난 6시가 되면
애초기를 들고 논으로 향한다.
그리고 지하수 수도꼭지를 틀어 온몸에 뿌리고 있으면
어린시절 어머니께서 등목해 줬던 그 시원한 샘물과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그립다.
땀흘린 후에 얻는 행복감이 아마 어머니의 등목과 같지 않을까~
그시절 등목과 어머니가 그립다.
이른 아침 벼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를 한다.
한 여름 비, 바람, 태양, 농부의 정성등을 먹고 자라는 벼는 건강하다.
이른 아침 꽃들도 한 껏 자랑한다.
엇그제 살포시 땅을 비집고 나오더니...
한낮 더위는 감히 이길 장사가 없다.
섬진강가 천명산자락에 걸쳐 있는 구름이 한폭의 풍경화를 그려 놓은 것 같다.
들판엔 사람은 하나 없다.
멀리 보니 논에 잡초가 보인다.
벌써 일부 품종에서 출수가 되기 시작한다.
6시 땡 종이 치자, 섬진강가 희망농부 애초기 들고 들판으로 출근한다.
연구를 위한 품종은 올해 몇차례 못자리에서 실패를 해서 늦게 심었더니 조금 엉성하다.
저번주 장마비에 풀들이 너무 자랗다.
농부의 애초기 솜씨는 일품이다. 귀농해서 애초기를 처음 잡았을때가 엇그제 같은데 이제는 나름 달인이다.
나는 요즘 모든일에서 벗어날 수 없으면 즐겨라고 말한다. 오기도 즐기다 보면 나에게 장점으로 다가온다.
연구용 품종들이 한쪽에서 줄을 마추며 잘 자라고 있다.
얼마나 더우면 꽃들도 모두 낮잠을 잔다.
수련도 더위를 피하기 위해 잠시 꽃잎을 닫아 둔다.
내가 일을 끝내고 돌아온 시간은 8시가 넘었다. 땀흘리고 시원 물에 샤워하고 나올때의 그 행복감은 나름 최고다. 어머니의 등목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