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마리포사님 집에서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섬세한 그녀답게 어제 문자로 무엇을 만들어보고
싶은가 연락이 왔더군요. 역시..
아침에 바쁜 와중에도 그녀에게 빌렸던 음반 챙기고 선물로 로스트로포비치 디브이디 챙겨넣고
짬을 내어서 미녀와 야수의 초견을 보았는데요, 악보를 처음 보는 것을 초견이라고 하는 것이 참 적절한
표현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눈으로 보는 것, 그러면서 그 곡과 사귀면서 계속 연습해볼지
아니면 너무 어렵거나 쉽거나 (그런 일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래서 여기서 일단 멈추어야 할 지
악보와 상견례하는 시간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맛을 보고 나면 누구라도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 곡 제대로 치고 있는가 물어볼 수
있어서 그 다음에는 조금 더 즐겁게 연습이 가능하거든요. 마침 오늘 그런 사람들을 두 명이나 동시에
만날 수 있는 날이라서요.

함께 읽는 책을 내용만 해석하는 수준에서 그 안의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재해석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되고 있는 이 모임의 멤버들이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오늘은
더구나 인원이 적기 때문에 문장에서 보이는 조금 설명이 필요한 영문법에 대한 것도 이야기하다 보니
공부에 대한 열정은 어른들에게 더 큰 것이 아닌가, 차라리 어린 시절에는 운동, 악기, 책읽기, 그리고 외국어
공부, 친구들과 협동해서 일하는 것, 이런 식으로 즐겁게 자신을 탐색하는 과정을 거쳐서 조금 철이 들고 나서
공부를 한다면 어떨까 하는 공상을 저절로 하게 되더군요.

두 시간이 휙 지났다고 느낄 정도로 수업에 몰입을 한 다음, 요리 시간
콩국수 만들기, 계란말이를 제대로 하는 법을 배우고 나서 역시 먹는 시간은 더 즐거운 법.

아니, 먹기 시작하기 전에 사진 한 장 찍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라서
이 것도 참 신기한 변화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멤버들이 제게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 시간을 남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사람처럼
사는 비결은, 평소에 생각이 흐트러져서 고생하는 일은 덜한가 이런 사적인 질문을 많이 받아서
어제에 이어서 (어제는 바이올린 선생님께 그런 질문을 받았거든요 ) 내 시간사용법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기회도 되었더랬습니다.

밥먹는 시간동안 나온 이야기중에서 우리가 약한 부분을 그냥 확 드러내 보일 수 있을 때 얼마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앞으로 한 발 나서기가 훨씬 수월하게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제겐 요리가, 지혜나무님에겐 영어가, 그래서 덕분에 서로에게 조금씩 껍질벗기가
가능해지고, 앞으로 evolving self를 읽으면서 실제로 서로가 진화하는 과정을 얼마나 공유하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

a song from secret garden과 미녀와 야수 두 곡의 악보보기를 함께 하고, 러시안 레전드의 기돈 크레머
연주곡을 몽땅 빌려서 나오는 길, 한 번에 여러가지를 가능하게 하는 집에서의 모임과 도서관에서의 모임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서 한 주일을 풍성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제 삶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에 놀라게
되네요.그런 과정에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