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부터 컴퓨터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글도 느릿느릿 한 없이 느려서 성질 급한 제겐
차라리 멀리하는 것이 나은 애물이 되어버렸는데 이상하게 사진은 정리하고 싶어서 출렁이는 것을 안고
누르는 시간에 잠깐씩 짬을 내어 읽고 싶은 글을 읽으면서 사진 정리를 하다가 이게 무슨 짓인가 혼자
끌끌거렸지요. 그래도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열정이, 이상하게 글을 쓰는 것만 가능하고 나머지
기능은 거의 다 정지되어서 결국 수리를 맡기게 되었고 오늘 방문한 기사님의 진단으로는 그래픽 카드가 깨져서
그렇게 되었다고요. 단숨에 진단하고 단숨에 고쳐주신 덕분에 새로 깔고 겨우 두 번 밖에 못한 불어판
로제타 스톤을 영영 못하게 되는 것 아냐? 하는 불안도 날려버리게 되었습니다.

겨우 2,3일의 불통인데도 그렇게 불편하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사람이 존재하지 않던 물건이나 기술에 일단 접속을 하고 그것을 이용하다 보면 어느새 그것의 노예라고까지
말하긴 어렵더라도 너무 의존하게 되는 것, 그래서 관계의 역전이 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로구나 실감을 한 날들이기도 했지요.

다른 한가지는 제대로 진단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히 억측을 하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을 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시간이기도 했고요.

로제타 스톤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어학 프로그램인데요 대형 서점에서 여러 차례 그 앞에서 성능을
시험해본 결과 지속적으로 할 수만 있다면 도움이 많이 되겠다 싶어서 고민하다가 프랑스어를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몇 번 해보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이 휘몰아치면서 자연스럽게 불어를 발음하기도 하고
문형을 익힐 수 있어서 좋았는데 혹시 이것도 깨져버린 것 아닌가, 일본드라마로 일어를 재미있게 익히고
있었는데 앞으로 이것도 못 보는 것 아니야? 그동안 모은 자료는 어떻게 하나? 뭐 이런 식으로 결과적으론
무익한 고민을 잔뜩 했다가 한 방에 해결되니 어쩐지 허탈한 기운마저 느낀 날이었거든요.


월요일 수유 너머 루니 저녁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해방촌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그 곳 주변을 찍으면서
그 곳과 제가 살고 있는 일산의 차이에 대해서 주목하면서 이 곳 저 곳을 탐색했던 시간의 흔적입니다.

월요일, 역시 그 날은 제게 비타민이 주입되는 느낌인 날이라고 할까요?
그런 날이 있다는 것, 그래서 한 주일을 통째로 즐기도록 만드는 그런 힘을 주는 장소가 있다는 것이
참 고맙다고 다시 한 번 느낀 날이기도 했었습니다. 아마 그런 느낌은 그 전 주 아이들의 시험으로 인해
결석하고 ,마치 오랫만에 만난 장소, 사람들이란 기분때문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