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없는 집의 어린이날, 그래서 오전중에 조금 한가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들과 조카 둘이서 티브이앞에 떡하니 붙어서 게임 프로그램을 보는 중이라 정신이 산란하더군요.
그래서 카메라 챙겨들고 읽다만 책 한 권 챙겨서 이웃 아파트 단지의 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장소에 놀러갔지요.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의 저자는 비아 트레첸토 (14세기의 길) 비아 콰트로첸토 ( 15세기의 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아 메디치 (메디치의 길) 이렇게 크게는 3개의 길로 나눠서 피렌체에서 시작한 르네상스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요 비아 메디치의 첫 인물이 바로 코시모 데 메디치입니다.
책의 왼쪽에서 설명하고 있는 피렌체의 공의회, 그 모임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그 모임으로 인해서
콘스탄티노풀에서 온 사람들이 피렌체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었고 그들이 오스만 트루크에게 패배해서
나라를 잃었을 때 많은 학자들이 피렌체로 오게 되었고 그들이 들고 온 책, 그들의 머릿속의 지식이
피렌체에서 고대 학문의 부활,특히 신플라톤주의가 다시 살아나 중세동안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들에 의해
왜곡된 점이 있었던 이론들을 다시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것을 지원한 사람이 바로 코시모 데
메디치랍니다. 그는 특히 도나텔로를 적극 후원했고 먼저 죽으면서 도나텔로가 죽으면 자신의 옆에 자리 잡을
수 있게 조처를 취하고 죽었다고 하더군요.
예술가와 후원자의 아름다운 관계로 흔히 이야기되는 두 사람의 일화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도나텔로에게 농장을 주었으나 관리가 힘들다고 반납을 하자 코시모는 도나텔로가 생활이
곤궁하지 않도록 지금 말하자면 월급식으로 후원을 바꾸었다고요.


할아버지의 대를 이어서 메디치 가문에서도 피렌체에서도 큰 역할을 한 로렌초인데요
그가 처음으로 어린 미켈란젤로와 만나게 된 사연인 조각품을 놓고 두 사람을 그린 그림입니다.
두 사람의 대면, 그의 능력을 알아본 로렌초가 미켈란젤로를 양자로 들여서 아들들과 더불어
플라톤 아카데미의 쟁쟁한 선생들에게 수업을 받게 했다고요.

플라톤 아카데미의 학자들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들과 더불어 식탁에서 벌어진 학습의 현장에
어린 미켈란젤로도 함께 한 자리를 상상하는 중입니다.

그 모임의 수장격인 피치노이고요

가장 젊고 다양한 생각에 열려있었던 피코 델라 미란델라입니다.
유대교의 신비주의 사상인 카발라를 유럽에 소개한 사람이 바로 미란델라라고 하더군요. 덕분에 정신이외에도
육체에 관한 관심을 촉발시킨 사람이라고도 하고요.

당시에 마사초의 그림은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수 코스였다고 합니다. 배우기 위한
이미 마사초는 이른 나이에 죽고 없었지만 그가 그린 벽화는 정말 새로운 그림이어서 누구라도 학습장으로
쓰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 곳에 간 미켈란젤로도 역시 습작을 했는데 벌써 그의 습작에서는 그림이라도
조각가의 손길이 느껴지고 있지 않나요?

메디치 가문의 도서관인데요 내부 장식과 도서관 계단을 설계하고 만든 사람이 바로 미켈란젤로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 온 마크 로스코가 영감을 받아서 작품에 도움을 받았다고 하니 시대를 뛰어넘는 자극이라
한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로마에 갔을 때도 미켈란젤로가 만든 광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놀라서 한참 그 앞에서 서 있던 기억이 나네요.
이 도서관 계단도 꼭 만나보고 싶은 장소랍니다.

어려서부터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았던 미켈란젤로, 그러나 그의 정치적 선택은 피렌체의 공화정이었고
실제로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에 대한 반란이 일어났을 때 그는 피렌체의 공화정을 지지하고 피렌체를
지키는 일을 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피렌체가 결국 메디치 가문에 굴복하고 말아서 그의 입장이 묘한
상태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그의 그런 선택을 반영하는 작품이 바로 로마 시대의 카이사르의 암살에 관여한
브르투스의 조각상으로 남아있다고요.

미켈란젤로는 여러 점의 피에타를 조각했는데 그 중의 한 점은 자신의 무덤에 두려고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이 피에타에서 바로 이 인물은 자신을 조각한 것이라고 하네요.

저자의 에필로그를 읽고 나서 저자와 생각이 조금 다른 점에 대해서 나름대로 메모한 글입니다.
그는 "나쁜 현재를 잊어버리는 방법은 훌륭했던 과거에 관하여 읽는 것이다" 라는 인용문을 통하여
21세기 한국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서는 피렌체의 르네상스의 길이 우리가 가야 할 오래된 미래가
아닌가라고 끝을 맺습니다.
그런데 과연 나쁜 현재는 잊어버려야 하는 것일까,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드리고,또 두드려가면서 걸어가야 할
길, 그래야 다른 길이 열리지 않을 것인가 , 그런 열림을 위해 과거는 단지 reference로서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 메모를 하면서 피렌체와 만나면 나는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가에 대한 상상을 한 날이기도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