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평소라면 수업이 없는 날이지만 시험기간인지라 토요일 영어시험인 녀석들이 몇 있었습니다.
그래서 낮시간 (1시에서 5시 30분까지) 시간을 정해 아이들을 도우러 나갔지요.그래도 역시 늦게 온 녀석이
있었고 콘서트에 갈 시간은 가까워 오는데 아직도 질문이 끝나지 않는 아이들이 있어서 결국 6시 다 되어서야
도서관을 나설 수 있었지요. 마침 버스속에서 음악을 켜니 세상의 모든 음악이 흘러나오네요.
제 시간에 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란 제겐 거의 없는 셈이라 신기했습니다. 콘서트에 가기 전에
예비 콘서트에 참석한 기분이라고 할까요?

사실은 필라델피아 필하모니 공연에 가야할 시간,마포 아트 센타로 향하게 된 것은 여행기간중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작은 인연덕분인데요, 그 공연이 실제로 그만큼의 보상이 될 것인지 아닌지는 그 곳에
도착해서 노래를 들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지요.
그런데 며칠 전 캐롤님에게서 받은 전화 한 통으로 인해 콘서트에 대한 기대가 조금 더 커진 일은 있었습니다.
남부여행을 자동차로 ,이렇게 결정된 이후 제겐 차안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을 골라서 오라는
임무? 가 맡겨졌고 들었다 놓았다 여러 차례 고민하다가 고른 음반중에 for you와 repertoire & memoir가 있었는
데요, 나머지는 다 클래식인데 혹시 조금 색다른 공간을 달릴 때 들어보고 싶은 음색이라서 고른 것이지요.
repertoire & memoir은 손 성제라는 이름의 젊은 섹소폰 주자가 직접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음반이었는데
니스에서 칸사이을 달리는 사이에 그 음악을 듣고 캐롤님이 마음에 들어해서 빌려주곤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바로 반주자의 명단에 올라와 있다고 조금은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주는 겁니다.
그래요? 나오미 & 고로의 음악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어서 음반을 두 장이나 구해서 듣고 있었던 중이라고요
그래서 저는 처음 들어보는 가수였지만 오히려 그녀를 통해서 역으로 알게 된 셈이라고 할까요?

조금 일찍 도착해서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 주문하고 들고 간 책을 읽으려고 앉으려는 찰나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의 여성이 옆을 지나다가 서로 아 하고 아는 척을 하게 되었습니다. 리허설을 준비하러 가는
나오미를 만난 겁니다. 서로 안부 인사를 한 다음 공연이 끝나고 만나자는 인사를 하고 자리엔 앉으니
정말 새로운 연주를 들으러 온 것이 실감나기 시작합니다.그리고 놀란 것은 그 공연을 보러 온 젊은 팬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었는데요, 한국에 이렇게 알려진 가수였네 하는 것이었지요.
한 사람 한 사람 함께 공연에 가기로 한 사람이 다 모여서 간단한 인사,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지금 집에서 듣고 있는 곡은 songbook2라는 타이틀의 음반인데요 그들이 브라질에 가서 직접 녹음한
음반이라고 하네요. 그 안에 들어 있는 곡 ,그 이전의 곡등을 여러 차례에 나누어서 들려주는 시간
첼로와 퍼커션,그리고 섹소폰이 반주로 함께 참여한 콘서트는 다양한 목소리의 노래도 좋았지만 그녀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고로의 기타소리에 마음을 뺏긴 시간이기도 했고요 브라질에서 초대받고 와서
퍼커션으로 참석한 사람의 음악, 몸 자체가 악기인 듯한 그 사람을 바라보는 일이 제겐 참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음악을 한다는 것은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소리에 저렇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날이었거든요. 클래식 공연과는 또 다른 멋진 시간을 보냈는데요
게스트로 참석한 sweet sorrow ,rubin의 음악을 처음 접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에서 잠깐 만나 인사하고 돌아오려 하는데 함께 간 바람님이 제게 그녀의 음반 한 장을
초대에 대한 감사인사로 선물하고 싶다고요. 그래서 얻게 된 음반에 캐롤님도 싸인을 받고 싶다고 해서
처음으로 서서 싸인 받으려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우리 차례가 오니 그녀가 놀라더군요. 기다렸는가 하고요
그러더니 옆에 앉아서 싸인하고 있던 고로상에게 저를 소개하면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대신 여기에
왔노라고 우리가 파리에서 만나서 알게 된 사이라고 즐거운 얼굴로 이야기하네요. 저도 고로상의 기타 소리가
좋았다고 인사를 하고 잠깐 서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캐롤님은 여기에 오기 전에 나오미에게 주고 싶은
음악을 한 장 구해서 멋지게 포장까지 해서 들고 왔더군요. 그녀에겐 매번 놀라운 점이 있어서 만날 때마다
신선한 기운을 얻는다고 할까요?

그녀가 빌려갔던 손 성제의 음반을 듣고 또 들었다고 그래서 새로운 것으로 대신 사 왔다고 내민 음반
덕분에 새로운 음반 두 장을 아침부터 여러 차례 틀어놓고 소파에서 뒹글 뒹글 음악을 듣다가 신문에서 만나는
새로운 책소개에 관한 글을 읽다가 살짜 잠이 들었다가 하다 보니 벌써 토요일 오전이 다 흘러가버렸네요.
두 음반 다 아침 나절보다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들으면 더 분위기가 살 것 같은 음악이지만 아파트에 사는
관계로 늦은 밤 음악을 듣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날 아,소리를 마음껏 조절할 수 있는 그런 공간에서
산다면? 하는 꿈을 꾸게 되네요.